닷페이스 대표 연신 엄지를 들며 한국 음식을 먹는 외국인. 족발, 순대, 김치, 뚝배기 설렁탕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외국 사람의 먹방 영상. 많은 사람들이 왜 이런 코드에 열광할까? 음식은 우리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김치’를 잘 먹어야 한다거나, 한국 사람이라면 ‘얼큰한 것’을 좋아한다거나. 그래서 외국인이 김치를 좋아한다면 ‘친근하다’고 느낀다. 낯선 존재가 한순간에 우리들의 범주에 들어온다. 음식이 만들어주는 정체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음식’이란 대체 무엇이고 ‘한국 사람’은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걸까? 점심 시켜먹을 곳이 애매하면 한국 사람들은 중국집부터 찾는다. 중국집에서 시키는 음식이니 ‘중국 음식’이라고 우리는 부르지만 익숙한 이 짜장면을 막상 중국에 가면 찾을 수 없다. 이 까만 짜장면은 한국에 들어온 화교들이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춰’ 만든 것이다. 중국에 있던 노란 짜장이 변형되어 한국에 정착한 형태다. 검은 짜장면을 두고 여전히 ‘중국 음식’이라고 부를 때의 모순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까만 짜장면은 한국 사람에 맞춰 바뀐 한국에서만 먹는 음식이지만, ’한국 음식’이 아닌 걸까? 한국에서 100년을 살아온 화교들은 ‘한국 사람’이 아닌 걸까? 만화 식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리 화교들은 중국에서는 대만인, 대만에서는 한국인, 한국에서는 외국인 취급 받는다.” 한국 사람이란 누구인가. 한국 음식이란 무엇인가. 우리 매체 닷페이스에서 새롭게 만드는 음식 다큐 시리즈 <소울푸드>에서는 음식과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중국 동포, 이주 여성, 재일 한인, 한인 입양인의 역사가 얽힌 음식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시리즈 기획을 준비하면서 회의 중에 머리가 띵한 순간이 있었다. 산후조리 음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인의 산후조리 음식이라 하면 우리는 당연히 미역국을 떠올린다. 그렇지만 미역국으로 몸보신을 하지 않는, 미역국을 못 먹는 산모들이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는 동남아시아에서 이주해온 여성들의 ‘산후조리 음식’이 무엇일지 구체적으로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었다. 이들의 산후조리 음식은 원래 ‘미역국’이 아니다. 한국 음식 좋아하는 외국인의 먹방을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동안 입에 낯선 음식을 먹으며 몸조리하는 이주 여성들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지난해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2022년이면 300만명을 넘어선다. 2040년에는 전체 가정의 20%가 다문화가정이 된다. 20년 뒤면 열명 중 한두명은 혼혈 한국인이 된다는 예측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UN CERD)는 한국 사회가 다민족 사회가 되어가고 있고, 이전의 ‘단일민족’ 개념을 극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입학생 전부가 ‘다문화’ 학생인 학교가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초등학교다.(다문화란 말로 퉁쳐서 지칭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다른 말이 마땅치 않다.) 생각해보자. 이 학교의 급식 메뉴는 ‘원래 한국 사람’ 입맛을 고려해 만들어져야 할까? 음식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우리 정체성과 전통은 어떻게 이야기되어야 할까? 한국 사람, 한국 음식이란 개념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갈지, 우리가 어떻게 하면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고도 따뜻한 한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칼럼 |
[2030 잠금해제] 한국 음식이란 무엇인가 / 조소담 |
닷페이스 대표 연신 엄지를 들며 한국 음식을 먹는 외국인. 족발, 순대, 김치, 뚝배기 설렁탕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외국 사람의 먹방 영상. 많은 사람들이 왜 이런 코드에 열광할까? 음식은 우리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김치’를 잘 먹어야 한다거나, 한국 사람이라면 ‘얼큰한 것’을 좋아한다거나. 그래서 외국인이 김치를 좋아한다면 ‘친근하다’고 느낀다. 낯선 존재가 한순간에 우리들의 범주에 들어온다. 음식이 만들어주는 정체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음식’이란 대체 무엇이고 ‘한국 사람’은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걸까? 점심 시켜먹을 곳이 애매하면 한국 사람들은 중국집부터 찾는다. 중국집에서 시키는 음식이니 ‘중국 음식’이라고 우리는 부르지만 익숙한 이 짜장면을 막상 중국에 가면 찾을 수 없다. 이 까만 짜장면은 한국에 들어온 화교들이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춰’ 만든 것이다. 중국에 있던 노란 짜장이 변형되어 한국에 정착한 형태다. 검은 짜장면을 두고 여전히 ‘중국 음식’이라고 부를 때의 모순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까만 짜장면은 한국 사람에 맞춰 바뀐 한국에서만 먹는 음식이지만, ’한국 음식’이 아닌 걸까? 한국에서 100년을 살아온 화교들은 ‘한국 사람’이 아닌 걸까? 만화 식객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리 화교들은 중국에서는 대만인, 대만에서는 한국인, 한국에서는 외국인 취급 받는다.” 한국 사람이란 누구인가. 한국 음식이란 무엇인가. 우리 매체 닷페이스에서 새롭게 만드는 음식 다큐 시리즈 <소울푸드>에서는 음식과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중국 동포, 이주 여성, 재일 한인, 한인 입양인의 역사가 얽힌 음식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시리즈 기획을 준비하면서 회의 중에 머리가 띵한 순간이 있었다. 산후조리 음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인의 산후조리 음식이라 하면 우리는 당연히 미역국을 떠올린다. 그렇지만 미역국으로 몸보신을 하지 않는, 미역국을 못 먹는 산모들이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나는 동남아시아에서 이주해온 여성들의 ‘산후조리 음식’이 무엇일지 구체적으로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었다. 이들의 산후조리 음식은 원래 ‘미역국’이 아니다. 한국 음식 좋아하는 외국인의 먹방을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동안 입에 낯선 음식을 먹으며 몸조리하는 이주 여성들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지난해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2022년이면 300만명을 넘어선다. 2040년에는 전체 가정의 20%가 다문화가정이 된다. 20년 뒤면 열명 중 한두명은 혼혈 한국인이 된다는 예측이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UN CERD)는 한국 사회가 다민족 사회가 되어가고 있고, 이전의 ‘단일민족’ 개념을 극복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입학생 전부가 ‘다문화’ 학생인 학교가 나왔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초등학교다.(다문화란 말로 퉁쳐서 지칭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다른 말이 마땅치 않다.) 생각해보자. 이 학교의 급식 메뉴는 ‘원래 한국 사람’ 입맛을 고려해 만들어져야 할까? 음식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우리 정체성과 전통은 어떻게 이야기되어야 할까? 한국 사람, 한국 음식이란 개념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갈지, 우리가 어떻게 하면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고도 따뜻한 한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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