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치 활동가
칼럼 |
[2030 리스펙트] 2020년 총선, 더 나은 정치적 말하기 / 허승규 |
2002년 3월16일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광주 경선이 열렸다. 호남 차별의 아픔이 서린 광주에서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의 감동적인 연설은 광주 시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595표, 37.9%, 1위. 그의 광주 연설은 많은 국민에게 지역 차별과 패권의 문제를 분열과 증오가 아닌, 통합과 치유의 관점으로 보게 했다.
같은 해 12월 대통령 선거 티브이 토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민주노동당은 대선에서 100만표 가까운 지지를 얻고, 2004년 총선에서 지지율 13%로 10석을 얻었다.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기존 한국 정치가 잘 다루지 않았던 노동·여성·장애와 같은 의제들에 목소리를 내며 ‘살림살이 정치’를 넓혔다.
2015년 4월8일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 연설에 야당 의원들도 박수를 보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며 통합과 치유를 말했다.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보수’를 꿈꾸는 그의 연설은, 박근혜 정권에 실망한 보수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보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현재 그는 태극기부대와 선을 긋는 보수의 길을 가고 있다.
2017년 4월25일 대선 티브이 토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동성애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며, 스스로 이성애자지만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부족하자, 1분 찬스를 써서 노무현 정부의 차별금지법 공약보다 후퇴한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에 유감을 표했다. 성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는 시민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지만 동성애 발언에는 안타까워했던 시민들, 차별과 혐오를 마주하며 살아가는 성소수자 시민들에게 1분 발언은 정치가 준 감동이었다.
2002년 광주 연설부터 2017년 1분 발언까지. 우리 사회를 조금은 나아가게 했던 ‘정치적 말하기’다. 대선 후보급의 유명 정치인은 아니지만 올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태극기부대에 호통을 쳤던 최고위원 후보 조대원,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녹색 바람을 일으킨 최초의 여성·청년 제주도지사 후보 고은영의 말에서 우리는 다른 정치의 가능성을 본다.
그럼 정치가 말뿐인가? 노회찬의 삶이 그의 말을 뒷받침했기 때문에 6411번 버스 연설은 어느 연설보다 빛났다. 말을 삶이 뒷받침하고, 말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어떻게 말하는지 그 자체로 공익적일 수 있는 것이 정치다. 차이, 다양성, 갈등 속에서 공동체의 평화와 통합을 추구하는 복잡한 것이 정치다.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을 표출하고자 하는 열정, 정의에 대한 바람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말하기를 통해 공동체 전체의 열정과 바람이 된다. 언어 그 자체가 지니는 변화의 힘이 정치의 원동력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1년 남았다. 2016년 총선에서 42%의 시민이 투표를 하지 않았다. 정치에 감동도 만족도 느낄 수 없었던 한국 제1정당 무당파 시민들이다. 민주주의는 정치혐오에 맞서 변화의 정치를 만들어온 역사다. 내년을 준비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은 더 나은 정치적 말하기로 무당파 시민들에게 다가가자. 정권심판과 수호의 정치 언어를 넘어서는 말하기를 준비하자. 그래야 2020년 4월15일이 축제가 된다.
허승규
녹색정치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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