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서비스 ‘빌라선샤인’ 대표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회사원으로 살던 시절, 집에서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출퇴근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더 쏟을 수도 있고, 퇴근 후 시간을 좀 더 길고 알차게 보낼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던 중 이직을 하게 되었고, 마침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는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어 꿈에 그리던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9시에 방에서 거실에 있는 책상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동료들과 화상통화 도구를 이용해서 회의를 하는 것으로 하루 업무가 시작되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집에서 밥을 해서 먹거나, 집 근처 식당으로 가 간단히 점심을 먹는다. 오후 업무시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업무를 하고 필요하다면 채팅이나 화상통화로 동료들과 회의를 하기도 한다. 업무 마무리 시간이 되면 각자 회고를 하고, 업무용 메신저에 퇴근을 알리는 것으로 하루 업무가 끝난다. 꿈꾸던 대로 출퇴근에 에너지를 많이 쏟지 않고, 편하게 내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꿈꾸던 재택근무도 현실이 되니 생각지 못한 문제들과 마주해야 했다. 출퇴근에 쓰이는 에너지가 줄어든 대신 집이 곧 회사가 된다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그동안 집은 회사와 분리되어 쉬는 곳이었다면, 거실이 곧 업무 공간이고 회사였다. 일에 필요한 자료와 쉬면서 읽는 책들이 함께 쌓여 있는 거실 테이블에서 일을 하고 식사를 했다. 이전에도 사정이 생기면 집에서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일터가 되는 것과 매일의 그것은 다른 문제였다. 업무 시간은 일정했지만, 묘하게 회사에 더 오래 머무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회사에 오래 머무르는 것 같은 느낌은 느낌뿐만이 아니었다. 일터와 집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하루 종일 집에 머물다 보니 실제로 일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재택근무를 하면 보는 눈이 없어 게을러지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집에서 일하니 일도 내가 하고 나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나였다. 온라인을 통해 함께 일하다 보니 잠깐의 산책을 위해 온라인에서 멀어지면 불안해졌고, 불안을 건강한 방향으로 해소하기보다는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 붙어 있는 것으로 불안을 이겼다. 오랜 시간 동안 출퇴근을 하면서 단련된 일의 습관을 고치고, 일하는 시스템을 홀로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외에도 혼자 일하면서 찾아오는 외로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각종 공과금이 늘어난 일, 앉아 있기 편한 사무용 의자를 구입하느라 발생한 지출 등 예상하지 않았지만 찾아오는 꿈의 이면이 많았다. 편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누구를 위한 효율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해보니 재택근무는 비효율적이라 모두 회사로 출퇴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데, 늘 간과하게 되는 어두운 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관점과 이를 보완할 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와 효율이라는 명목하에 개인이 감당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진다. 자유롭게, 효율적으로, 나답게 일하는 것에 대한 대가가 불안과 번아웃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앞으로 회사와 집 사이, 또는 지금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모호한 경계에서 일하는 개인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들이 보이지 않는 대가를 감당하며 일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칼럼 |
[2030 리스펙트] 집과 회사의 경계가 모호해질 땐 / 홍진아 |
커뮤니티 서비스 ‘빌라선샤인’ 대표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회사원으로 살던 시절, 집에서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출퇴근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일에 더 쏟을 수도 있고, 퇴근 후 시간을 좀 더 길고 알차게 보낼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던 중 이직을 하게 되었고, 마침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는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어 꿈에 그리던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9시에 방에서 거실에 있는 책상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동료들과 화상통화 도구를 이용해서 회의를 하는 것으로 하루 업무가 시작되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집에서 밥을 해서 먹거나, 집 근처 식당으로 가 간단히 점심을 먹는다. 오후 업무시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업무를 하고 필요하다면 채팅이나 화상통화로 동료들과 회의를 하기도 한다. 업무 마무리 시간이 되면 각자 회고를 하고, 업무용 메신저에 퇴근을 알리는 것으로 하루 업무가 끝난다. 꿈꾸던 대로 출퇴근에 에너지를 많이 쏟지 않고, 편하게 내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되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꿈꾸던 재택근무도 현실이 되니 생각지 못한 문제들과 마주해야 했다. 출퇴근에 쓰이는 에너지가 줄어든 대신 집이 곧 회사가 된다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그동안 집은 회사와 분리되어 쉬는 곳이었다면, 거실이 곧 업무 공간이고 회사였다. 일에 필요한 자료와 쉬면서 읽는 책들이 함께 쌓여 있는 거실 테이블에서 일을 하고 식사를 했다. 이전에도 사정이 생기면 집에서 일을 해야 할 때가 있었지만 일시적으로 일터가 되는 것과 매일의 그것은 다른 문제였다. 업무 시간은 일정했지만, 묘하게 회사에 더 오래 머무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회사에 오래 머무르는 것 같은 느낌은 느낌뿐만이 아니었다. 일터와 집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하루 종일 집에 머물다 보니 실제로 일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재택근무를 하면 보는 눈이 없어 게을러지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집에서 일하니 일도 내가 하고 나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나였다. 온라인을 통해 함께 일하다 보니 잠깐의 산책을 위해 온라인에서 멀어지면 불안해졌고, 불안을 건강한 방향으로 해소하기보다는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 붙어 있는 것으로 불안을 이겼다. 오랜 시간 동안 출퇴근을 하면서 단련된 일의 습관을 고치고, 일하는 시스템을 홀로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외에도 혼자 일하면서 찾아오는 외로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각종 공과금이 늘어난 일, 앉아 있기 편한 사무용 의자를 구입하느라 발생한 지출 등 예상하지 않았지만 찾아오는 꿈의 이면이 많았다. 편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누구를 위한 효율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해보니 재택근무는 비효율적이라 모두 회사로 출퇴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데, 늘 간과하게 되는 어두운 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관점과 이를 보완할 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와 효율이라는 명목하에 개인이 감당해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진다. 자유롭게, 효율적으로, 나답게 일하는 것에 대한 대가가 불안과 번아웃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앞으로 회사와 집 사이, 또는 지금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모호한 경계에서 일하는 개인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들이 보이지 않는 대가를 감당하며 일하지 않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