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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천성산에 도롱뇽이 많아졌다고? 거짓말이야 !
지율 “중앙일보 사진은 자연습지 아니었다”

등록 2012-06-22 20:06수정 2012-07-18 13:35

지난 18일 지율 스님이 경북 영주시 평은면 내성천을 걷고 있다. 내성천은 남한 최고의 모래강으로 평가받는 곳으로, 4대강 사업의 유지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영주댐이 건설되면, 모래밭 상당수가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지율 스님이 경북 영주시 평은면 내성천을 걷고 있다. 내성천은 남한 최고의 모래강으로 평가받는 곳으로, 4대강 사업의 유지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영주댐이 건설되면, 모래밭 상당수가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판] 특집/ 천성산 도롱뇽의 진실
지율스님 인터뷰
“옆에 가만히 앉았더니 벌목을 멈추더라”
천성산 관광도로 막으니 터널
삼천배 하다 도롱뇽 생각
세상의 왜곡에 나홀로 소송

지금은 영주댐으로 사라지는
내성천가에 들어와 살아
벌써 탁해진 ‘갇힌 물’
주말이면 사람들과 함께 걸어

지난 18일 오후 경북 영주시 평은면 내성천. 한 스님이 강물을 걷고 있다. 양쪽 어깨에 카메라와 캠코더를 걸었고, 노트북이 든 배낭을 바투 메고 있었다. 지율(55) 스님이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내성천가에 들어와 살고 있다. 4대강 유지용수 공급을 위해 건설되는 영주댐으로 사라지는 내성천을 보호하기 위해 둥지를 튼 것이다.

“많은 것들이 우연히 왔어요. 우연히 길을 가다 어떤 스님을 만났는데, 내가 ‘중 될까봐요?’ 하니까, ‘그래, 중 좋지’ 해서 바로 중이 됐어요. 천성산 문제도 전혀 모르는 세계였는데 선뜻 들어갔습니다. 처음엔 경남 양산시에서 관광도로를 낸다고 했죠. 선승들이 수행하는 내원사에선 그걸 원치 않았어요. 시청은 도로가 천성사 소유 땅을 지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국립지리원에 가서 지도를 받아 직접 줄자를 들고 측량해 사실을 밝혀냈죠. 결국 양산시가 사업을 철회했어요.”

그즈음 지율 스님은 내원사 행정을 보는 산감이었다. 천성산에 경부고속철도 터널이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그는 다시 부산 지역 단체와 함께 뛰어다녔다. 결국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가 ‘천성산 터널 백지화 및 재검토’ 공약을 냈다. 하지만 대통령인수위원회 때부터 공사 입찰이 들어가면서 지난한 싸움이 시작된다. 2006년까지 최장 100일 이상에 이르는 5차례의 단식이 이어졌고, 천성산 터널 공사금지 가처분 소송도 진행됐다. 가처분 소송은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각하됐고, 스님은 경북 영덕의 한 산골마을로 들어갔다.

천성산은 지율 스님을 환경운동가로 키웠고 그는 숙명론적 자세로 그 헌신을 받아들였다. 4대강 사업이 추진되던 2009년, 다시 그는 산골에서 나와 낙동강을 걷기 시작했다. 경부고속철도를 뛰어넘는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이 추진되면서, 천성산 보존운동은 몰매를 맞고 있었다. “설익은 민주화의 적폐”(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2008년 7월25일 대한상공회의소 포럼), “어떤 스님의 단식으로 인해서 2년 넘게 공사가 중단됨으로 인해서 2조가 넘는 국가예산이 낭비”(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2008년 12월 부국환경포럼 발기인 대회)된 사건으로 묘사되더니, 지난 3월 일부 보수인사들은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국책사업 반대행위 인명사전>을 펴내기에 이른다.

이런 비난에 지금껏 스님이 답한 방식은 ‘나홀로 소송’이었다. 그가 만든 인터넷 카페 ‘불편한 진실, 도롱뇽 소송’(cafe.naver.com/chorok09)에는 소송 서류, 판결문이 가득하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김명호 교수를 연상케 할 정도다. 하지만 그는 김 교수보다 여린 비구니일 뿐이다. 지율 스님은 자신의 단식으로 2조5000억원의 손실이 일어났다는 보도를 바로잡아달라고 산골에서 나와 우체국에서 공문을 보낸다. 2007년 12월 지율 스님이 쓴 글이다.

“오늘은 장날이라 읍에 나가 일을 좀 보고 왔습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무려 4시간을 우체국 안의 복사기가 붙어있는 인터넷 앞에 앉아있었으니, 직원들이 이상한 스님이라고 생각하지 싶어 등 뒤가 따끔거렸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앉아 일을 보았습니다. 하필 월말이라 세금 내는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지… 우편물은 모두 15통, 우편요금이 7500원입니다. 그렇게 해서 13개 신문사와 2개 방송사 사장님들께 공문을 보냈습니다.”

-소송은 어떻게 됐나요?

경상북도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 앞 내성천 풍경. 혼인색을 띤 피라미 수컷 한 마리가 얕은 물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경상북도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 앞 내성천 풍경. 혼인색을 띤 피라미 수컷 한 마리가 얕은 물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민사소송은 7건이에요. <조선일보>, <동아일보>, 박승환 이사장 건은 승소했고, 김종대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건은 졌죠. 문재인 의원(민주통합당)과 한국철도시설공단과는 진행중입니다. 인터넷에 ‘나홀로 소송 하는 법’이 있길래 그거 보고 했어요. 소송 말고 제 손으로 사실을 정정할 방법이 없었어요.”

최근 낸 문 의원에 대한 소송은 문 의원의 자서전 <운명>의 기술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은 ‘천성산 터널 노선 재검토’가 아니라 ‘전면 백지화 뒤 대안 노선 검토’였다는 것이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공약을 어겼다는 게 스님의 주장이다.

“책을 읽은 뒤 편지를 보냈어요. 문재인 의원이 (공약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답장을 개인적으로 보내왔죠. 난 사과를 바란 게 아니라 사실관계를 밝혀달라는 거였는데… 당신이 100개 가졌으면 나는 1개 가진 사람이에요. 그거(사실관계 진술) 못 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한 겁니다.”

평은면 용혈1리에 닿았다. 지율 스님은 농사를 짓는 권만석(60)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저리 물빛이 탁한 게 나중에 석천(큰 자갈)이 나온다고… 우리 집은 터널 발파 때문에 금이 갔어요” 스님이 말을 받았다. “영주댐 때문에 물길이 가로막혀 모래가 안 내려와서 그런 거예요.”

적어도 경북 영주 작은 동네에서 스님은 유일한 ‘직업적 환경운동가’였다. 주민을 만나고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올렸다. “동영상 편집 툴은 프리미어를 썼는데, 최근에 베가스도 배웠어요. 주민들도 절 알아봐죠. 하지만 저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을 거예요. 길에서 만난 분이 지금 사는 집을 빌려주셨는데, 며칠 전 그분이 앞으론 힘들겠다고 어렵사리 말하시더군요. 곧 집을 비워줘야 할 것 같아요.”

-2010년 천성산에 도롱뇽이 많다는 신문 기사가 나온 뒤로 스님에게 화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난 당시 도롱뇽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니까 재조사를 하자고 한 거였어요. 천성산에 사는 나는 맨날 도롱뇽을 봤는데, 정작 환경평가에는 빠져 있었죠. 심지어 천성산 터널이 이슈가 된 2003년 보완 조사 때에도 안 들어갔어요. 전문가란 사람들이 조사했다는데, 그 흔한 도롱뇽이 없다니. 원앙도 200마리가 사는데 없다고 하고… 삼천배를 하는데, 문득 도롱뇽이 생각났죠. 그래서 도롱뇽을 원고로 소송을 한 겁니다.”

-천성산에 도롱뇽이 많아진 겁니까?

“아니오. 습지가 육화되면서 도롱뇽이 확연히 줄었어요. 나는 습지 어디 즈음에 도롱뇽이 살고 꽃이 피는지 다 알아요. <중앙일보>가 두 번째 보도(2011년 3월11일) 때 쓴 도롱뇽 사진은 과거 임도 포장을 하기 위해 땅을 파서 생긴 ‘인공 웅덩이’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습지가 아니에요. 사진을 보자마자 어딘 줄 알았어요.”(이튿날 현장을 확인했다. 길이 3m 너비 2m쯤 되는 임도 옆 물웅덩이는 한눈에 보기에도 전형적인 고산 습지가 아니었다.)

-천성산 습지 육화에 대해 환경부는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하던데요?

“오리나무와 억새가 들어온 건 대부분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에요. 자체적으로 습지 세 곳에 유량관측기를 설치했는데, 홍수 때 떠내려갔어요. 모니터링을 꾸준히 못한 게 마음에 걸려요. 그래서 4대강 사업은 처음부터 사진 찍고 기록했어요. 2009년 3월3일 짐을 싸서 (낙동강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모니터링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죠.”

-환경운동 일각에서는 스님의 운동방식이 극단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환경운동가가 목표 달성을 위해 곡기를 끊는 게 과연 옳으냐는 물음이었죠.

“나는 매순간 모든 걸 걸었어요. 지금도 강을 걸어 다니면서 모든 걸 걸어요. 단식에 초점 맞춰서 그렇지 삼천배, 삼보일배, 자전거·도보 순례 안 해 본 게 없어요. 얼마나 급했으면 그랬겠어요?”

스님은 4대강과 내성천을 걸으며 인디언 추장처럼 생태적 지혜를 쌓아갔다. 그는 언젠가 운명처럼 글이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속삭이듯 읊조렸다. ‘내성천은 내게 빛이며 소리이며 밝음이며 어두움이다. 보살의 눈물 한 방울 같은 눈물이며 아픔이다.’

내성천을 통해 강모래가 수질을 정화하고 홍수·가뭄을 막는 귀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준 이도 그였다. 주말이면 스님은 사람들을 몰고 내성천을 걷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안내했죠?

“3000명 정도 될 거예요.”

운하반대교수모임이 여기서 영감을 얻어 만든 ‘333답사’를 통해서도 1만명이 내성천을 다녀갔다. 사람들이 바지를 걷고 강을 걷고 강을 배운다. 4대강 사업에 저항하는 또다른 방식이다.

평은면의 산에선 요즈음 벌목이 한창이다. 2014년 영주댐 완공 뒤 수중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수몰 지역의 숲을 미리 잘라낸다. 요즈음 스님이 하는 일은 그곳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는 거다. 그런 덕분에 며칠 전 건설업체가 벌목을 중단했다며 스님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영주/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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