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는 23일 오후 5시께 경남도청 도지사집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진주의료원 폐업은 불가피하다. 더 고려의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혔다. 창원/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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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특집]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진주의료원
▶ ‘진주의료원 폐업 철폐’를 외치며 경남도청 통신탑 위로 올라간 박석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 지부장은 23일 농성을 중단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한달간 유보하고, 정상화를 위한 노사대화를 재개한다는 방침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한겨레>와 만난 홍 지사는 겉 다른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대화를 시작한 듯했다.
부채가 279억원이다노조와 병원장 대화하겠지만
이미 회생불능 아닌가
공공의료 문제서 출발했지만
결국 강성노조의 문제다
거긴 노조를 위한 병원이다 서민의료기관을 폐쇄하는 건
내게 불리한 프레임이다
하지만 옳지 않은 것과는
타협하지 않는다
진주의료원은 개별 사안인데
오세훈과 비교 이해 안 간다 ‘당당한 경남시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취임한 뒤 경남도가 도청 출입구에 내건 문구다.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출입구 맞은편 주차장엔 경찰버스 6대가 있고, 출입문 앞 경비원은 사람마다 붙잡고 어디를 가는지 물었다. 입구를 지나자 하이힐을 신은 중년 여성이 문 옆에 서 있었다. 출입문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도청 공무원이었다. 박석용 보건의료산업노조 진주의료원지부장이 경남도청 안에 있는 통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난 16일부터 경남도청의 공무원들은 출입구마다 나뉘어 교대근무를 서고 있다. 10년 이상 도청을 출입한 기자들은 “김태호, 김두관 지사 때도 없던 풍경”이라고 입을 모았다.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으로 이목을 끈 홍준표 도지사는 여러차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설득하기 위해 ‘<한겨레>와 인터뷰하면 좋은 점 3가지’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1시간 뒤 회신이 왔다. “질의 응답을 그대로 실어주면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변이었다. 약속대로 홍 지사 인터뷰를 원문 그대로 싣는다. 다만 분량이 많기 때문에 전문은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는 23일 오후 도지사실에서 이뤄졌다. 직원들, 밀린 임금을 적금과 보험으로 생각 -지난해 12월19일 당선되고 2월26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했다. 너무 짧은 기간 아닌가? “서울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남에선 14년 전부터 도의회, 도청을 통해 진주의료원 존폐 문제가 거론됐다. 저게 노조병원이지 도립의료원이 아니다. 2008년부터 도청이 36회, 도의회가 11회에 걸쳐 구조조정 요구를 했지만, 노조가 전부 거부했다. 지난해 당선되자마자 제일 먼저 진주의료원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바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의했다. 처음엔 민간위탁을 고려했는데 경상대병원, 동아대병원, 인제대병원 모두 강성노조 때문에 거부했다. 이건 대화해도 안 되는 문제다.” -전임 김두관 지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뤘나? “김두관 지사 얘기를 들어보니 노조위원장 불러서 ‘160억원 줄게. 구조조정하자’고 제의했다고 하더라. 이런 제의도 노조위원장이 거부했다. 김태호 지사도 온갖 어려움이 있었다. 나는 진주의료원을 폭탄돌리기라고 생각한다. 선출직인 도지사들은 노조와 싸워 유리할 게 없다고 생각하며 피해왔다. 그러다 지금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채가 279억원이다. 적자 폭이 처음에 7억원, 12억원에서 45억원, 67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대로 두면 내년엔 적자 폭이 80억원이 된다. 그냥 둬도 2~3년 내로 파산이다.” -부채와 적자가 의료원을 이전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그건 핑계다. 병원이 친절하고 인기가 있으면 외곽에 있더라도 환자들이 간다. 진주의료원을 다녀온 사람마다 다시는 거기 안 간다고 한다. 의료기술이나 서비스가 형편없다.” -부채만 따지면 이전비용인 지역개발기금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부채는 얘기하기 싫다. 중요한 것은 그런 논쟁이 아니다. 단체협약서 봤나. 거기엔 고용세습조항도 있다. 정년퇴직하면 친인척이 고용세습을 한다는 조항이 있다. 진료비 감면 조항도 있다. 10년 근무하다가 나간 사람도 현 직원처럼 감면받는다. 그래서 진주 사람들이 냉랭하다. 노조가 인사와 경영에도 관여해서 월급 2600만원을 받는 병원장이 노조 때문에 일을 못한다.” -적자 규모, 인건비 비중 등이 다른 지방의료원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의료원도 전부 적자다. 다른 도청의 지방정책이 있겠지만, 나는 가만히 둘 수 없다. 경남도 부채가 현재 2조원이다. 진주의료원을 놔두면 이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다. 돈 벌어서 월급 받아가기 바쁜 병원이 도민을 위한 의료기관인가.” -6년간 임금동결되고, 8개월째 임금이 체불됐는데 강성귀족노조가 맞나? “윤 국장이 설명 좀 해달라. (윤성혜 복지보건국장이 설명) 6년간 임금동결이 아니라, 2010년에 5.5% 올렸다. 임금동결이 아니다. 노조는 임금을 동결했다는 이유로 병원장을 세번이나 고발했다. 자발적인 동결이 아니었다. (다시 홍 지사가 받아 말하며) 들어오는 수익이 없는데 어떻게 월급을 올리나. 이 병원은 독립채산제다. 도가 지원할 근거가 없다. 직원들은 밀린 임금을 적금 들었다고 생각한다. 또 결국 도에서 임금을 받을 테니 보험에 들었다고 생각한다.” -임금이 밀린 것을 적금 들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좀 심하지 않나. 당사자들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을까? “뭘 감정적으로 반응하나. 진주에서 보면 현실을 알 수 있다. 서울에서 매일 촛불문화제 하지만, 진주 시민들은 반응이 없다. 진주 사람들은 그 병원이 패악스럽고 노조병원이라는 것을 안다. 자기 가족들 입원하면 간병비용을 80~90% 감면하고, 고용을 세습하는 병원이라는 것을 다 안다. 그러니까 노조 해방구라는 말을 듣는다.”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겠다. 진주의료원 노조가 도지사님이 원하는 수준까지 경영개선을 하고 구조조정에 합의하면 살아날 수 있나? “늦었다. 어느 정도야 되지. 지금으로선 어렵다. 노조와 병원장이 대화를 하겠지만, 이미 회생불능 아닌가. 그래서 폐업 결정을 한 것이다. 한진중공업 노조처럼 배고프고 힘들고 내 자식 못 키울 때 국민들이 동정한다. 진주의료원 노조는 다르다. 강성노조, 귀족노조다. 마산의료원이 같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이지만, 구조조정을 해서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가 마산의료원에 480억원 투자해 신축하면서도 이미 신축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려고 하겠냐. 다 사정이 있다.” -문을 닫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게 순서 아닌가? “지난 14년간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취임하고 두달 만에 병원장이 사표를 냈고, 과거 사례를 다 수집했다. 연구를 해보니 무슨 시도를 해본들 새로운 방책이 나오지 않는다. 이미 280억원이 부채이고,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더 이상 고려의 가치가 없다.” -노조가 더 진전된 타협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없나? “늦었다. 늦었어. 늦었다고. 더 이상 우리 도민의 혈세로 노조 배불리는 데 단 한푼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누차 얘기했다. 200명의 노조를 위해서가 아니라 8만명의 서민을 위해 사용하겠다.” -한번만 더 묻겠다.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정말 없나? “내가 할 문제가 아니라 병원장이 타협안을 가져오면 그때 검토해보겠다.” -지난해 10월 노사가 경영개선안에 합의했다. 행정의 연속성 차원에서도 당시 개선안대로 병원을 운영해야 하지 않나? “노조가 합의안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도비로 명예퇴직금 준 것이 합의안을 이행한 전부다. 노조는 토요근무제도 이행하지 않았다.” 왕일순 할머니? 그 이야기는 정말 불쾌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반대할…. “(말을 자르며) 그건 다른 문제다. 무상급식은 전국적인 사안이고, 진주의료원은 개별 특수사안이라고 누차 얘기했다. 왜 오세훈하고 비교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오늘 남경필 의원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비교하길래. 내가 강남 오렌지가 강북 탱자의 마음을 아느냐고 페이스북에 썼다.” -오 전 시장과의 비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정도 사안이면 당과 협의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당과 협의는 진작에 했다. 내가 올라가서 얘기하고,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내려와서 얘기했다. 청와대에도 다 보고했다.” -그런데도 진 장관이 국회에서 업무개시 명령을 검토하겠다고 한 건가? “그건 법령을 모르고 한 발언이다. 업무개시 명령 요건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지금부턴 당, 청와대, 정부에서 공유된 인식과 발언이 나올 거라는 말씀인가? “그 질문엔 답변하지 않겠다. 이 사안은 도지사가 전권을 갖고 있다. 중앙정부는 권유할 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지방의료원 폐업 때 중앙정부와 사전협의를 의무화하는 지방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각에선 이 법률안을 ‘홍준표 방지법’이라고 부른다. “그건 우리와 반대된 시각을 가진 언론에서 붙인 이름이지. 개의치 않는다. 지금 추경을 통과시켜야 하니까 야당이 주장한 것을 받아준 거다.” -진주의료원 적자 규모가 경남도 1년 예산 12조원에 비하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았나. 진주의료원의 적자는 마산의료원의 10배다. 노조 배불리는 데 돈을 왜 주나. 200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 옳은가. 8만명에게 의료비를 대주는 것이 옳은가. 그걸 건강한 적자라고도 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진주의료원이 건강한 적자라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에 있어서 건강한 적자의 개념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되물으며) “공공의료가 무엇인가?” -크게 두가지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서민을 위한 의료, 다른 하나는 충분한 적정의료의 공급이다. “그게 아니다. 운영 주체의 차이다. 국가가 운영하면 공공의료다. 의료수가는 동급 병원이면 민간이든 공공이든 다 똑같다.” -공공의료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기 전에 한가지 질문을 드리겠다. 진주의료원 폐업 추진으로 다른 병원으로 옮긴 뒤 숨진 왕일순 할머니에 대한 얘기다. “그 얘긴 정말 불쾌하다. 내가 도의회에서 위중한 환자의 경우 병원을 옮기는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그분의 경우 가족들이 병원을 옮긴다고 해서 우리가 앰뷸런스를 대줬다. 그 가족들은 수혈 거부와 심폐소생술을 원치 않는다는 동의서까지 썼다. 그런데도 도청이 사람을 죽였다, 안 죽였다고 얘기하는 것은 언론의 정당한 태도가 아니다.” -가족들이 먼저 병원을 옮긴다고 했다는 얘기인 것 같다. “조사를 해봐라. 내가 도의회에서 답변도 했다. 그걸 덮어씌우려고 사체를 가져와서 사건을 만드는 그런 몰염치한 짓이 어딨냐. 급성기 환자들이 임종 직전에 도립의료원으로 온다. 병원이 시끄럽고 하니까 가족들이 데리고 나간 거다.” -지금까지의 보도는 도청에서 전원조치(병원을 옮기는 조치)를 요구했다는 것인데. “병원이 휴업을 하니까 진료를 할 수 없다. 그래서 도청 직원들이 전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도 본인들이 안 나가면 도리가 있나. 만약 경남도 때문에 사람이 죽었으면 가족들이 가만히 있겠나.” -도청 직원들의 전원 요구에 가족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그건 <한겨레> 시각으로 기사 써라. 답변하지 않겠다. 그리고 인터뷰 여기서 끝내자.” “한겨레 시각으로 질문하니까 열 받아…” 홍 지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정장 상의를 입었다. 아직 준비한 질문이 10개 남아 있었다. 인터뷰를 끝낼 순 없었다. “지금부터 공공의료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다”며 인터뷰 진행을 요청했다. 홍 지사는 여전히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답변을 거부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도청으로 오는 택시 안에서 기사에게 홍 지사에 대해 물었더니 그분은 ‘경남도의 누적된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할 거란 기대가 있다’고 하더라. 비슷한 기대를 가지고 인터뷰하러 왔다. 평소 적극적으로 말하고 행동하지 않나? “자꾸 <한겨레> 시각으로 질문하니까 열 받아서 그렇지. 왕 할머니의 둘째 아들이 환자보호대책위원장이다. 왕 할머니가 정말 우리가 잘못해 죽었으면 그 친구가 가만히 있겠나.” -진주의료원이 공공의료의 문제가 맞나? “공공의료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강성노조의 문제다. 거긴 노조를 위한, 노조에 의한, 노조병원이다. 그래서 난 진작부터 진주의료원에 쓰는 돈을 서민에게 써야 한다고 누차 얘기했다. 지금 지방의료원은 민간병원과 경쟁해 절대 흑자를 낼 수 없다. 그래서 지방의료원을 서민병원으로 특화하자고 한 거다.” -현 건강보험 체계를 볼 때 공공의료원이 적정한 진료만 해선 수익을 내기가 굉장히 어렵다. “진주의료원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 마산의료원 정도면 인정한다. 오늘 발표에서 봤겠지만 나도 공공의료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공공의료의 현황을 따질 때 중요한 통계가 공공병상, 공공병원의 비중인데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 법이 개정돼 민간병원에서도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공공병원보다 더 좋은 민간병원이 많기 때문에 서민들 입장에선 더 좋다.” -민간병원에서의 공공진료를 지원하면 과잉진료로 인한 세금 낭비의 우려가 있다. “별도의 조치로 통제해야 한다.” -그동안 반값아파트 정책, 병역면탈을 방지하는 병역법 개정 등 서민정책에 앞장섰는데 이번 행보에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싸움은 내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서민의료기관을 폐쇄하는 것은 내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프레임이다. 하지만 진주의료원의 운영 과정에 대한 노조의 행태가 옳지 않다는 것을 명백히 봤다. 옳지 않은 것과는 타협하지 않는다. 서민정책을 한나라당에서부터 끌고 온 사람인데 왜 불리하다고 생각을 안 했겠냐. 도민의 세금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타협할 수 없었다.” -최근 ‘준표산성’이라고 불린 도청 앞의 차벽을 보고서 놀란 사람들이 많다. “내가 무슨 산성을 만드나. 경찰들이 만들었지. 차벽 세우기 전에 민주노총이 도청 정문까지 난입해 시위를 했다. 그게 합당한가. 휴일에 2000명이 몰려오는데 막아야 하지 않겠나. 하루만 자면 온갖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런 일도 있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출입기자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한 이야기를 누군가가 싹 녹음해서 야당 도의원에게 건네줬다. 그건 기자가 아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범죄자다.” -어떤 도지사로 남고 싶은가? “지난 넉달 동안 다른 사람의 2년, 3년보다 일을 많이 했다. 남은 1년2개월 동안 할 일이 많다.” -서민의료대책을 발표하는 현장에서 출입기자들이 하는 얘기를 언뜻 들었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터지니까 서민의료대책이 급조된 것이 아니냐는 대화를 나누더라. “출입기자들 중에 믿는 사람 별로 없다. 출입기자가 내 말을 몰래 녹음해서 야당 도의원에게 가져다주는 판인데 누굴 믿나. 이제 출입기자들과 식사 자리 없을 거다.” 창원/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 ▷ 홍준표 경남도지사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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