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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김창준 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조사위 서울사무소에서 활동 종료를 앞두고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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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조위 1년여 활동 마무리
3대3 나뉘어 침몰 원인 합의 실패
수정과 반대의견 거듭하며 평행선
외부집필진 4명 보고서 초안 쓰며
이번에도 국가보고서 못낼까 걱정
선조위 내 ‘외력설’ 두고 논쟁 거듭
합의해야할 수치도 막판까지 수정
그럼에도 보고서 발간 자체는 다행
진실 찾으려 최선 다한 조사관들
세월호 가족들이 만든 소중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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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김창준 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조사위 서울사무소에서 활동 종료를 앞두고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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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특집
세월호 선조위가 밝힌 사실과 남긴 숙제
② 종합보고서 필진의 집필 후기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데 계속 균형을 따지면 일이 너무 많거든요. 깔끔하게 두 개를 나눠서 분리해서 쓰는 것을 희망합니다.”(장범선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위원)
“동의하고요. 어차피 3 대 3이니까 A의견, B의견이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서 찬성합니다.”(김철승 위원)
“국내뿐만 아니라 아마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을 텐데 1년 4개월(준비기간 3개월 포함) 동안 돈을 310억이나 들여가면서 선체조사위원회가 활동해서 전혀 다른 경로의 보고서 두 개를 발간한다는 걸 과연 국민들이 받아들여줄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김영모 부위원장)
“국민들께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그것은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김창준 위원장)
7월31일 종합보고서 초안이 발표되던 날,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는 두 개의 종합보고서를 내기로 결정했다. 외부 집필위원으로 선조위의 종합보고서 초안을 작성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전개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안도했다.
‘그래도 종합보고서는 내는구나.’
진통 끝 두 개의 보고서 발표
선조위가 지난 6일 1년1개월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기계 결함 등의 이유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내인설’과 충돌 등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 등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안(열린안) 등 두 가지 결론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내놓았다.
종합보고서는 조사관들이 작성한 직권사건 조사결과보고서를 토대로 외부집필진이 2~3개월간 작성할 예정이었다. 우리의 역할은 조사결과보고서를 배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잘 옮겨 정리하는, 일종의 번역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사결과보고서가 선조위 활동 종료를 한 달도 남지 않는 상태에서도 의결되지 않았다. 전원위에 참석하는 위원 6명이 3 대 3으로 나뉘어 수정, 반대 의견을 계속 냈기 때문이다. 2명은 아예 출석하지 않았다. “무능” “거짓말” 등 생채기가 남는 말들이 오가며 두 쪽은 평행선을 달렸다.
선조위의 결론을 마냥 기다리며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외부집필진은 6월부터 조사결과보고서 초안으로 종합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전원위원회에서 위원들이 수정, 반대의견을 내면 그 내용을 반영해 고치고, 또 고쳐야 했다. 반대의견은 종합보고서 초안을 발표하기 일주일 전에야 나왔고, 초안을 발표하는 날 처음 내놓은 조사결과보고서도 있었다. 우리는 밤을 새며 보고서 초안에 그 내용을 포함시켰다.
종합보고서 초안을 발표하며 선조위가 서로 의견을 조율해 최종 의결할 수 있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만약 실패해 종합보고서가 부결된다면, 조사관들의 노력이 사라질 뿐 아니라 세월호 진상규명이 한참 뒷걸음칠 텐데 어쩌나 싶었다.
2014년 국회 세월호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도, 2016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도 최종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았다. 선조위마저 두 쪽으로 나뉘어 의견 대립만 반복하다가 종합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지난 4년 4개월간 국가 보고서를 기다렸던 가족들과 국민들은 얼마나 실망할까, 걱정이 가득했다.
두 쪽으로 나뉘어 장기간 논쟁했던 위원들은 각자의 의견을 담아 두 개의 보고서를 내는데 빠르게 합의했다. 다른 문장보다 같은 문장이 더 많을 텐데도 양쪽 입장을 하나의 보고서로 엮어 담으려는 시도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이미 논쟁에 지쳤고 남은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합의할 수 있는 ‘설명’ 실패
외부집필진은 지난해부터 선조위 내 ‘외력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외력설을 제기하는 이들은 공개적으로 토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만나면 의견을 내놓았다. 또 세월호의 타기 펌프(유압으로 타를 좌·우현으로 밀어주는 펌프)의 유압 장치(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착돼 급회전이 발생했다는 가설을 반박하며 “다른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13일 선조위는 뒤늦게 ‘외력 검증 테스크포스팀(TF)’을 꾸렸다. 이들은 변형된 좌현 핀 안정기(선박 양측면 날개 형태로 설치돼 좌우 균형을 잡아주는 장치)에 주목했다. 핀 안정기의 최대 각도는 25도인데, 이를 초과해 50.9도로 돌아간 상태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비틀림이 ‘외력’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하지만 외력의 주체는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선박에 작용하는 외력은 조류, 바람, 배가 가라앉아 해저면에 닿는 충격, 수중 또는 수상 물체의 충돌 등 다양한데, 그 중 어떤 것이 세월호에 작용된 외력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외력 검증 조사결과보고서는 선조위 활동 종료 일주일 전인 7월31일에야 전원위에 제출됐다. 결론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철도, 항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국가가 사고조사를 하더라도 100% 확실한 원인을 다 찾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못 밝혀내는 부분들이 생기지만,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 주어진 시간과 자원으로 최선의 설명을 내어놓아야 한다. 공식적으로 확인할 것은 확인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사회적 교훈을 얻고, 제도, 법, 교육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일상적인 국가 조사기관에서 담아낼 수 없는 비극이었고 기존 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특별한 독립기구를 만들었다. 그것이 선조위였다.
세월호 선조위도 역시, 모든 사실을 완벽하게 알아낼 수 없었다. 비극적인 배가 하나의 거대한 증거품으로 떠올랐지만, 안타깝게도 진실은 빠르고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바닷속에 잠겨 있던 3년이란 세월만큼 배의 겉과 속은 온전치 못했다. 데이터는 항상 부족했고 불완전했다. 많은 것을 가정하고 추정해야 했다. 모형과 시뮬레이션은 그날의 일을 똑같이 재현해주지 못했다. 부족하고 불완전한 데이터는 종종 다른 해석을 낳았고, 토론과 논쟁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선조위는 합의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삭제된 “외력 가설 기각”
돌이켜보면, 어디까지, 얼마나 많이, 진실을 밝혀내든, 결국 합의를 통해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설명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선조위에 애초에 있었는지조차 모르겠다. 그저 내 가설에 더 가까운 ‘증거’를 끌어모으는 데 급급하지 않았나. 세월호의 복원성 수치(GoM값)를 보자. 배의 무게중심(G)과 부력 중심이 어긋나 배가 기울어졌을 때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려는 성질을 복원성이라고 부르는데, GoM값은 이를 수치화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복원성 수치는 높을수록 안전하고 낮을수록 위험한 것으로 본다. 복원성 수치는 선박 전문가들이 모인 선조위에서 가장 빨리 합의했어야 하는 과제였다. 하지만 두 개의 종합보고서 모두 전원위에서 의결한 복원성 수치를 결론에 담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복원성 수치를 바꾸고, 또 바꾸었기 때문이다.
다른 복원성 수치는 다른 결론으로 이어졌다. 내인설은 복원성 수치가 낮은 만큼 애초부터 배가 위험했으며 이 과정에서 배의 방향타를 움직이는 솔레노이드 밸브마저 고장 나 세월호가 침몰한 것으로 봤다. 전기 신호와 유압을 이용해 배 뒤쪽 방향타를 조정하는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 나면 조타실에서 조타기를 조작하더라도 방향타가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반면 반대쪽에서는 솔레노이드 밸브 고장이 났더라도 이로 인해 전타(방향타가 밀려 한쪽 방향으로 최대치로 돌아간 것)가 발생해 배가 급선회했다는 데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복원성 수치가 낮지 않아 기계 결함, 복원성 부족 등으로는 침몰 과정을 100%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세월호에 실린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등을 분석하면서, 참사 당일 아침 8시49분께 ‘끼익’ 하는 소음과 함께 급격히 배가 오른쪽으로 선회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신의 가설에 반대되는 근거를 짓누르려는 노력은 외국 전문기관에 특정 문구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아갔다.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은 세월호에 외력이 작용하면 급선회가 발생하는지 실험을 끝낸 뒤 지난달 25일 초안 보고서를 선조위에 보냈다. 결론에는 “외력이라는 가설은 기각됐다”고 적혀 있었다. 선조위는 마린에 이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선조위는 마린에게 종합 결론을 내려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으며, 이런 내용을 적는 것은 상호간에 합의된 과업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마린은 최종 보고서에서 ‘외력 가설 기각’ 표현을 삭제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 세월호의 급선회는 외력을 적용시키지 않고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양쪽은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일찌감치 인지했지만 그 차이를 좁히려는 소통이 없었다. 공식적으로 부딪히더라도 비공식적으로는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가 없어 보였다. 독한 말들이 오가면서 마음의 문이 닫힌 게 아닌가 싶다. 보는 관점에 따라 크다고도, 작다고도 할 수 있는 양쪽의 차이는 마지막까지 좁혀지지 않았다.
선조위가 합의할 수 있는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앞으로 특별법으로 설치되는 또 다른 위원회는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한국 사회가 그런 일을 해낼 역량이 과연 있는 것일까, 의문을 갖게 됐다. 조선공학, 해양, 법률 등 각자가 가진 전문성의 특성과 한계를 스스로 인지하고, 상대방의 전문성의 강점을 인정하면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하고, 중재하는 것이 앞으로 가능할까.
진실로 가는 ‘한 걸음’ 됐기를
그럼에도 선조위가 종합보고서를 발간해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세월호의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항적이 찍은 5만928개의 점을 비교 분석하며 세월호의 사고를 재현하려 했던 조사관들, 인양된 선체에 4천번 넘게 들어가 사진을 찍어온 조사관들,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수없이 반복해 틀어놓고 시간을 재고 각도를 쟀던 조사관들, 힘겹게 만들어낸 참사의 데이터를 손에 들고서 세월호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했던 그 모든 조사관들의 노고가 어쨌든 헛되지 않게 됐으니까 말이다. 세월호 자이로컴퍼스(선수방위를 표시하는 항해장치)의 성능을 실험하려고 일본 도쿄로 출장을 떠났다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쓰러진 김종윤 팀장과, 타기 펌프 실증 시험을 하던 날 이른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중환자실로 실려가 전치 6주 진단을 받은 송창용 조사관을 외부집필진은 특별히 떠올린다.
그리고 이 ‘작은 설명’이 세월호 가족들이 싸워서 만들어낸 소중한 결과라는 것도 기억한다. 가족들이 열어 준 통로를 따라 선조위는 겨우 세월호에 다가갈 수 있었다. 진실을 향해 겨우 한걸음 내딛었지만, 첫걸음이기에 그 의미를 가슴에 담는다. 이 한 걸음이 다음 걸음을 내딛는 힘이 되리라 믿으면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종합보고서기획단 외부집필진(박상은·전치형·정은주·최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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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8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현장 공개된 세월호 선체 내부의 처참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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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인양된 세월호 내부 모습이 2017년 4월8일 공개됐다. 왼쪽 위가 4층 선수(뱃머리) 좌현 A데크다.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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