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7 10:54
수정 : 2019.06.07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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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드프랑스 참가 선수들은 처음엔 휴식대사량의 4.9배를 썼다. 듀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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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마라톤 선수들 분석 결과
기초대사량의 2.5배 넘지 못해
보통 사람들은 하루 4천칼로리
임신중 기초대사량 2.2배와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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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드프랑스 참가 선수들은 처음엔 휴식대사량의 4.9배를 썼다. 듀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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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야생 동물들과 비교해 힘과 민첩성, 속도에선 크게 뒤떨어지지만 오래 달리는 능력, 즉 지구력에서만큼은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마라톤은 이 지구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대표적인 스포츠 경기다. 과연 인간 지구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울트라 마라톤, 사이클 대회, 극지 트레킹 참가자들의 에너지 소비량을 분석한 결과, 인간 지구력의 한계는 휴식대사량(RMR=resting metabolic rate)의 2.5배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보통 사람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평균 하루 4천칼로리에 해당한다. 휴식대사량이란 아무 일이나 운동도 하지 않은 채 쉬고 있을 때의 에너지 소비량을 말하는 것으로, 기초대사량이고도 부른다.
연구진이 대표적으로 분석한 건 140일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DC까지 3080마일(4957㎞)을 달렸던 2015년 ‘레이스 어크로스 더 USA’ 참가 선수들이다. 이 경기 참가자들은 일주일에 마라톤 풀코스를 여섯번 달리는 방식으로 20주 동안 달렸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의 휴식대사량(RMR)을 경기 전과 경기 중 지속적으로 측정했다. 처음과 마지막 구간의 소변을 분석한 결과, 마라톤이 끝난 후 선수들은 기대치보다 하루 600칼로리를 덜 태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몸이 지속가능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대사 시스템을 하향조정했다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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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력 경기 선수들의 에너지 소비량은 시간이 지나면서 엘(L)자 모양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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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참가자들의 에너지 소비량은 처음에 매우 높았다가 서서히 낮아지는 엘(L)자 모양을 보였다. 뚜르드프랑스와 북극 트레킹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기초대사량을 훨씬 넘어 에너지를 소비했지만 이를 오랫동안 지속하지는 못했다. 가장 빠른 울트라마라토너도 이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 허먼 폰처 듀크대 진화인류학 교수는 "이는 인간에게 가능한 영역의 한계를 규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지구력의 한계를 결정할까? 연구진은 음식을 섭취해서 열량과 영양소를 흡수해 신체에 공급하는 소화과정에서 그 한 요인을 찾았다.
놀라운 것은 지구력 최고의 울트라마라톤 선수들이 보여주는 에너지 소비량이 여성의 임신기간중 대사량보다 조금 높은 정도라는 것이다. 임신기간중의 에너지 사용량은 기초대사량의 2.2배였다.
과학자들은 몸집이 크고 칼로리가 풍부한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오래 달릴 수 있도록 신체가 진화했으며, 그런 대사 적응력 덕분에 뇌가 큰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됐다고 가정해 왔다.
폰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여기에 새로운 가설을 하나 더 추가했다. "인간이 더 큰 뇌를 가진 아이를 낳게 되면서, 이것이 인간의 지구력을 더 키운 것은 아닐까?"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6월5일치에 실렸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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