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균상은 성장 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 매번 “재미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내성적이고 평범한 아이였다” 정도로 갈무리를 하고,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는 “이어폰 끼고 걷기”,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라고 답하는 평범한 청춘이다. 뽀빠이엔터테인먼트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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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
배우 윤균상
윤균상은 성장 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 매번 “재미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내성적이고 평범한 아이였다” 정도로 갈무리를 하고,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는 “이어폰 끼고 걷기”,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라고 답하는 평범한 청춘이다. 뽀빠이엔터테인먼트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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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뒤엎는 영웅으로 성장하는
MBC 드라마 ‘역적’ 홍길동 역
초반 김상중의 존재감 이겨내 ‘육룡이…’ 무사 무휼에서 보듯
선량한 얼굴·‘보통의 매력’으로
시청자의 감정과 소통하는
내성적이고 평범한 ‘순수청년’ 이성계와 정도전과 이방원이 날고 기며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우는 내용의 이 드라마에서, 윤균상이 맡은 무휼은 가장 평범한 백성이었다. 분이(신세경)처럼 백성으로서의 제 위치를 자각해 이웃들을 돕고 새 세상을 세우려는 원대한 야심도 없고, 이방지(변요한)처럼 세상에 대한 분노와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무장한 사람도 아니다. 무휼에게 가장 시급한 건 어서 무예를 익혀 출세한 다음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을 가난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이고, 해서 그는 다른 모든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소명을 각성하고 큰 뜻을 세운 이후에도 순박하게 헤헤 웃으며 자신을 등용해준 주군인 이방원(유아인)의 뒤를 따르는 인물이었다. 방원의 뒤를 따르다 보면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동네 사람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이 불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자 낙향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야심 없는 남자인 무휼은,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제 앞길에 피와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걸 깨달은 이후에야 비로소 각성한다. 자신이 주군으로 모시는 이가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게 좋다는 지극히 소박한 이유 하나로 버텨왔던 철없는 소년은, 그 행복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지점이 되어서야 ‘조선제일검’이 됐다. <육룡이 나르샤>의 무휼이나 <역적>의 길동 모두 결코 먼저 남에게 무력을 행사하거나 제 원대한 꿈을 펼쳐 보이는 종류의 인물이 아니다. 그들은 할 수만 있다면 복잡한 세상사 같은 거 모른 채 그저 기름진 땅 한 뙈기에 논이나 일구고 돼지나 몇 마리 치면서 소박하게 살았을, 그러나 세상이 그러지 못하게 등을 떠민 탓에 마지못해 각성하는 보통사람이다. 이런 순박한 청춘들을 윤균상이 연달아 연기하게 된 건 아마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서 성장 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 매번 “재미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내성적이고 평범한 아이였다” 정도로 갈무리를 하고,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는 “이어폰 끼고 걷기”,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라고 답하는 평범한 청춘이니까. 스물 넘어 연극을 하고 싶어 허락을 받으려 했을 때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더구나 군대도 아직 안 다녀왔으면서”라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덜컥 군 입대를 해버린 것 정도가 30여년 평생의 가장 큰 일탈이라고 꼽는 윤균상은, 189㎝라는 훤칠한 키가 얼핏 한눈에 잘 안 느껴질 정도로 순박하고 긍정적인 얼굴을 한 보통의 청년이다. ‘보통’이란 말은 자칫 자기 색깔이 강렬한 또래 배우들 사이에서 제 매력을 뽐내 도드라지기 어려운 단점이란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윤균상의 ‘보통’은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이가 표현하는 감정은 나의 고충과 닮았구나’ 하며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만드는 ‘보편’에 가깝다. 첫 주연작, <역적> 첫 문단에서 던진 질문에 답을 해야 할 시간이다. 선량한 보편의 얼굴을 지닌 윤균상 덕분에, <역적>의 시청자들은 5회부터 펼쳐진 성인 길동의 연기를 안도하며 볼 수 있었다. 제가 사랑하는 이들이 행여 다칠까 두려워 울고, 어설픈 곡조나마 건드렁 뽑아내 동행의 마음을 위로할 줄 알며, 상처입은 이에게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선량하고 마음 여린 방물장수 소년. 이 모난 곳 없는 소년이 주먹을 쥐고 일어나 우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잘못된 것이니 뒤집어엎어야 한다 말할 때, 우린 그게 권력을 탐하는 사심이나 젊은 혈기에 아무렇게 내뱉는 싸구려 호승심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저 순둥이가 저러랴. <역적>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나아가 길동이 그렇듯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꿈을 전파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가장 보통의 청춘의 얼굴을 한 배우, 윤균상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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