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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07 18:37 수정 : 2016.09.07 19:41

박민희
문화스포츠 에디터

리우 올림픽 폐막식의 주인공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였다. 일본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캐릭터인 슈퍼 마리오의 모습으로 변신해 도쿄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순간이동하는 설정으로 깜짝 등장한 아베 총리는 ‘아베 마리오’로 불리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닌텐도가 개발한 슈퍼 마리오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시리즈이며, 1980년대 일본 경제 전성기의 상징이다. 아베 총리는 2013년 미국을 방문해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고 호기롭게 선언한 것처럼, 이번 올림픽 무대에선 강하면서도 친근한 일본의 이미지를 전세계에 홍보했다.

최근 아베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62%까지 치솟았고, 일본인 59%는 아베 총리 임기를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베노믹스는 휘청거리고 있지만, 대안 부재 상황에서 외교적 성과 등을 적절히 활용해 지지율을 올리며 개헌 목표를 향해 계속 전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안보법제를 개정한 데 이어, 원폭 피해 지역인 히로시마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성사시켜 전범국가 이미지를 희석했다. 이에 더해 아베 외교 성공의 정점을 찍어준 것이 박근혜 정부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법적 배상, 진상 규명 어느 하나도 없이 일본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라는 면죄부를 줌으로써 일본의 침략 책임 인정과 사죄를 요구하는 한·중 협력 구도를 부숴버렸다. 이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인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로 급속히 빨려들어가면서 한국을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미사일방어체제(MD)의 핵심인 사드 배치를 돌연 결정했다. 모두 한·중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몰면서 중국과 대결하려는 일본 우익의 전략에 큰 힘을 실어주는 조처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언론과 단체들이 앞장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들을 ‘친중 좌파’ ‘친중 사대주의’ ‘친중 오리엔탈리즘’으로 낙인찍고 비난하는 역공세를 벌이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8월 초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신화통신> 인터뷰에 대한 집중공격을 신호탄으로 종편과 일베, 보수단체들은 일제히 ‘사드 배치 반대하는 중국에 당당히 맞서라’ ‘친중 뒤에 친북 있다’ 등의 반중 구호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일 <조선일보>는 ‘중국과 좌파 오리엔탈리즘’ 제목의 칼럼에서 “사드 논란의 본질은 한국의 안보·대외전략과 관련한 ‘친중’과 ‘친미’의 노선 대결”이라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한국의 좌파는 중국의 신조공질서에 동의하는 것이냐며 ‘사상검증’을 벌이기도 했다. 사드 배치 밀실 결정 과정, 배치 지역 주민들의 우려, 사드의 기술적 불안정성과 배치 지역 등을 볼 때 북핵·미사일로부터 한반도를 방어하는 용도로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 고조 등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친중’ ‘반미’ 낙인으로 반대 목소리를 억누르려는 공세다.

사드 반대를 ‘친중 사대주의’로 모는 이들이 교묘히 은폐하고 있는 것은 사드 배치로 가장 이익을 보는 것은 일본 우익, 미국 군수기업, 한국내 친미·친일 세력이라는 현실이다. 이런 여론몰이는 ‘친중’, ‘친미’의 편가르기가 아닌 성주의 시각, 김천의 시각, 한국의 시각, 평화의 시각, 미래의 시각, 아시아의 시각으로 우리가 당면한 난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것을 가로막는 속임수다. 이것이야말로 친미·친일 사대주의 아닌가.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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