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디터 우리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 고도성장기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정치 리더십 실종과 투자·소비심리 위축, 대외적으로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 중국의 경제제재 등에 직면해 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이다. 으뜸가는 대외 불확실성은 단연 ‘트럼프 쇼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현대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급진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외정책은 군사동맹, 개방경제를 통한 공동 번영,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3가지 원칙에 기반을 뒀다.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가 다자주의나 일방주의 등 힘의 표출 방식은 달랐지만 이 원칙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동맹 불신, 국가간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중상주의, 민족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지난 주말 미-중 정상간 전화통화와 미-일 정상회담에선 ‘하나의 중국’ 원칙 인정, 미-일 안보동맹 재확인 등 안보 분야에선 기존 대외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는 환율과 관련해 ‘공평한 운동장’을, 일본에는 ‘공정한 무역’을 강조했다. 통상 분야에선 강한 압박을 하겠다는 태도다. 압박의 강도는 예측불허다. 다만, 그가 이미 41살 때인 1987년 <뉴욕 타임스>에 자비 10만달러를 들여 낸 의견광고 내용이 지난 대선 공약과 거의 비슷했다는 점만 지적하고 싶다. 그는 당시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환율 조작에 따른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강조했는데, 거의 ‘확신범’ 수준이다. 트럼프의 등장은 미-중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대만 주권 인정 문제로 악화된 두 나라 갈등이 이번 전화통화로 일시 봉합된 것으로 보이지만, 저류에는 불신이 더 쌓여가는 형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의 전화통화 요청을 ‘하나의 중국’ 원칙 인정을 요구하며 거절해왔다고 한다. 트럼프가 두달 만에 입장을 바꿔 이 원칙을 수용한 것은 일단 중국의 승리로 여겨진다. 우리 경제가 이런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을 되찾기 위해선 3가지 도전과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우선 탄핵 절차를 서둘러 정치 리더십을 가능한 한 빨리 다시 세워야 한다. 현재 안보와 통상 이슈가 경제에 큰 부담인 점을 감안하면 경제부총리의 리더십만으로는 난제를 헤쳐나가기 어렵다. 사회경제적 파장이 큰 주력산업 구조조정 이슈도 마찬가지다. 1997년 외환위기도 정치 리더십의 사실상 실종 상태에서 벌어졌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의 재검토도 불가피하다. 중국의 비공식적 제재로 영향을 받고 있는 업종이 엔터테인먼트, 관광에서부터 유통, 제조업까지 전방위적이다. 롯데그룹은 사드 부지 제공 탓인지 이 그룹의 최대 중국 프로젝트인 선양 롯데월드 공사를 중단해야 했다. 중국의 이런 압박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한·미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적 조처로 설명하지만, 중국은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적 행위로 간주한다. 중국이 이를 자국의 핵심이익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대외교역에서 과도한 미·중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으로, 빈곤·저소득층 지원 등을 통한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한다. 무역선 다변화는 단기간에 이루기 힘든 과제다. 그러나 내수 진작은 현재의 재정 여력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단기 대응이 가능하다.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국세 수입이 전년보다 무려 24조7천억원이나 더 걷혔다. 이렇게 들어온 세수는 취약계층 지원 등으로 민간에 되돌려줘야 경제가 선순환되는 법이다. 적극적 재정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hyun21@hani.co.kr
칼럼 |
[편집국에서] ‘트럼프 쇼크’와 내우외환의 한국경제 / 박현 |
경제에디터 우리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에 빠져 있다. 고도성장기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2%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정치 리더십 실종과 투자·소비심리 위축, 대외적으로는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 중국의 경제제재 등에 직면해 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이다. 으뜸가는 대외 불확실성은 단연 ‘트럼프 쇼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현대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급진적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외정책은 군사동맹, 개방경제를 통한 공동 번영,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3가지 원칙에 기반을 뒀다.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가 다자주의나 일방주의 등 힘의 표출 방식은 달랐지만 이 원칙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동맹 불신, 국가간 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중상주의, 민족주의를 특징으로 한다. 지난 주말 미-중 정상간 전화통화와 미-일 정상회담에선 ‘하나의 중국’ 원칙 인정, 미-일 안보동맹 재확인 등 안보 분야에선 기존 대외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는 환율과 관련해 ‘공평한 운동장’을, 일본에는 ‘공정한 무역’을 강조했다. 통상 분야에선 강한 압박을 하겠다는 태도다. 압박의 강도는 예측불허다. 다만, 그가 이미 41살 때인 1987년 <뉴욕 타임스>에 자비 10만달러를 들여 낸 의견광고 내용이 지난 대선 공약과 거의 비슷했다는 점만 지적하고 싶다. 그는 당시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론과 환율 조작에 따른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강조했는데, 거의 ‘확신범’ 수준이다. 트럼프의 등장은 미-중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대만 주권 인정 문제로 악화된 두 나라 갈등이 이번 전화통화로 일시 봉합된 것으로 보이지만, 저류에는 불신이 더 쌓여가는 형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의 전화통화 요청을 ‘하나의 중국’ 원칙 인정을 요구하며 거절해왔다고 한다. 트럼프가 두달 만에 입장을 바꿔 이 원칙을 수용한 것은 일단 중국의 승리로 여겨진다. 우리 경제가 이런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안정을 되찾기 위해선 3가지 도전과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우선 탄핵 절차를 서둘러 정치 리더십을 가능한 한 빨리 다시 세워야 한다. 현재 안보와 통상 이슈가 경제에 큰 부담인 점을 감안하면 경제부총리의 리더십만으로는 난제를 헤쳐나가기 어렵다. 사회경제적 파장이 큰 주력산업 구조조정 이슈도 마찬가지다. 1997년 외환위기도 정치 리더십의 사실상 실종 상태에서 벌어졌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의 재검토도 불가피하다. 중국의 비공식적 제재로 영향을 받고 있는 업종이 엔터테인먼트, 관광에서부터 유통, 제조업까지 전방위적이다. 롯데그룹은 사드 부지 제공 탓인지 이 그룹의 최대 중국 프로젝트인 선양 롯데월드 공사를 중단해야 했다. 중국의 이런 압박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사드의 한국 배치에 대해 한·미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적 조처로 설명하지만, 중국은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적 행위로 간주한다. 중국이 이를 자국의 핵심이익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대외교역에서 과도한 미·중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으로, 빈곤·저소득층 지원 등을 통한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한다. 무역선 다변화는 단기간에 이루기 힘든 과제다. 그러나 내수 진작은 현재의 재정 여력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단기 대응이 가능하다.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국세 수입이 전년보다 무려 24조7천억원이나 더 걷혔다. 이렇게 들어온 세수는 취약계층 지원 등으로 민간에 되돌려줘야 경제가 선순환되는 법이다. 적극적 재정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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