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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17 19:23 수정 : 2017.12.17 19:25

이재성
사회 에디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결국 구치소에 수감됐다. 집요한 검찰 수사를 방어하느라 본인도 많이 지쳐 있었을 것이다. 그의 옛 검찰 동료는 “차라리 진작 (구치소에) 들어가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속영장 청구가 두번 세번 이어지면서 새로운 혐의가 계속 추가되어 우 전 수석으로선 더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도 일부의 진실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수사 초기에 전 정권의 검찰 수뇌부가 의지만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혐의가 일찍 드러났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선 검찰의 과도한 영장 청구 관행을 비난하는데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특히 무슨 쿠데타라도 났느냐며 힐난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생략하는 대목이 있다. 압도적 여론으로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박근혜 정부 시절 엄청난 규모의 불법 행위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단죄하다 보니 갑자기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갇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피디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이나 미네르바 사건처럼 없는 죄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오히려 짧은 기간에 수사할 게 너무 많아서 최순실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이나 국외은닉 의혹 같은 건 손도 대지 못하는 실정이다. 어떤 정권도 임기 초 사정 작업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한 적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논리로 답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 이렇게 방대한 불법과 탈법 행위를 저지른 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과도하다는 비판에 대해 검찰은 전체 사건에서 차지하는 구속인원 점유율이 1%대(2016년 1.3%)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국정농단 사건과 국정원·군사이버사의 선거개입 및 여론조작, 국정원 특수활동비 횡령 및 뇌물수수 사건이 1%에 속하는 중대 범죄임은 분명하다. 더구나 이들은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증거인멸 우려가 농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한 신광렬 판사의 결정은 사법 불신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고 본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것은 여론과 공중의 지지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올 정도로 관행을 어겨가며 무리하게 할 일이 아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서의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의 적폐수사를 비난하는 주장은 아전인수와 ‘내로남불’로 가득 찬 것이 많지만 귀담아들을 대목이 없는 건 아니다. 구속 여부를 중시하는 인식과 관행에 대한 지적이 그렇다. 검찰이나 언론이나 일반 국민이나 마찬가지다. 서구의 형사사법체계를 받아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겠지만, 우린 기소 전의 구속 여부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구속=유죄, 불구속=무죄로 여겨지기도 한다. 헌법의 무죄 추정 원칙이나 공판중심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 역설적으로 이런 인식과 관행 탓에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권력이 더욱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권력이 집중되면 반드시 썩는다.

우린 지금 검찰의 손을 빌려 적폐를 청산하는 중이지만, 바로 그 검찰이 적폐의 본산이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검찰 권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국정농단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갖고 있으면서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는 한 제2의 우병우는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 정말 검찰의 과도한 수사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권한 행사가 가능한 현재의 독점 구조를 깨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권만 바뀌면 내로남불과 아전인수로 서로를 비난하는 퇴행적인 역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다.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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