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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14 20:52 수정 : 2018.01.14 20:55

이재성
사회1 에디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은 1984년부터 1990년까지 세진개발㈜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현대건설 등으로부터 따낸 직영공사(중부고속도로 토목공사 등)에서 번 돈으로 문제의 도곡동 땅을 사들였다고 진술한다. 2008년 정호영 비비케이(BBK) 특검 수사 자료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전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일 때 처남에게 공사대금 수십억원짜리 하청을 줬다는 것이다. 김재정은 이렇게 번 돈으로 1987년 다스 자본금도 조달했다고 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혹시 이 전 대통령이 세진개발의 실소유주이고, 김재정은 관리인에 불과했던 것 아닐까. 이런 의문은 ㈜다스로 이어진다. 수사기록을 읽어보면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 역시 재산관리인에 불과한 것 같다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 곳곳에 있지만, 특검은 모든 혐의를 벗겨주는 쪽으로 일관한다.

그런데 다 지난 일처럼 보였던 다스가 왜 갑자기 문제가 된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부당함’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중은 이 전 대통령이 거짓으로 가득 찬 위선자라고 여기며 이번 기회에 그 가면을 벗기고 싶어 한다. 여러 차례에 걸친 검찰과 특검 수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당선인 혹은 대통령이라는 지위 탓에 제대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일 것이라고 대중이 확신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자기 이름으로 재산 증식 행위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퇴임 이후 들어갈 예정이었던 내곡동 사저 땅을 본인 이름이 아닌 아들 이름으로 사들여 편법 증여 의혹을 샀던 사람이다. 그 와중에도 본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호상 필요한 국가 지분과 아들 지분을 뒤섞어 국가에 부담을 떠넘겼다는 혐의도 받았다. 법은 안중에 없고 오로지 사적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의 화신이 아무런 단죄 없이 활보하며 다니는 걸 대중의 정의감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만약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면 그는 외환 및 조세 정책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셈이 된다. 그는 대통령 재직 당시 환율 인상과 법인세 인하 정책을 강행했는데 그 혜택을 현대자동차 같은 수출 기업들이 누렸고, 현대차에 납품하는 다스의 덩치도 덩달아 커졌다. 그의 재임 기간 다스 매출액은 두배 가까이 늘어났고, 지금은 대통령 취임 직전에 견줘 3배에 이른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전 대통령이 다스와 관련해 받고 있는 혐의 가운데 비교적 명확한 것은 비비케이 사기 피해자들이 돌려받게 돼 있던 140억원을 다스가 가로채가는 과정에 개입(직권남용)했는지 여부 정도다. 처벌 수위는 약할 수 있지만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혐의다.

우리 사회 최고 권력자였던 사람의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형사처벌 여부보다 더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크게 유행했던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 어법을 빌리면, 여기에는 미덕의 문제가 개입돼 있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가짐 같은 것 말이다. 사회는 거짓된, 불법적 행동에 포상보다는 벌을 내림으로써 공동선을 위해 다 같이 희생을 감수하는 시민의 미덕을 지지한다. 거짓된 가면을 벗김으로써 탐욕을 완전히 추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독히 뻔뻔스러운 탐욕을 억제하고 그것에 반대한다는 신호를 보낼 수는 있다. ‘플랜 다스의 계’에 순식간에 모인 150억원은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하는 열망이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증표 아닐까.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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