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디터 자신있게 외치던 그들의 목소리가 요즘 미묘하게 변주된다. “정부가 전체적인 그림을 갖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좀 오른다고 해서 일기 쓰듯 대책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서울 집값 폭등을 “일반적인 현상으로 파악해 대책을 그때그때 내놓으면 부작용이 커져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의 그럴듯한 말이 ‘우리 정부 무능해요’ ‘내놓을 정책이 별로 없어요’라는 고백처럼 들린다. 일기 쓰듯 정책을 내놓고, 부작용을 불러온 게 누구인데. 거꾸로 묻고 싶다. “그래서 우린 어쩌라고? 집을 사? 말아?”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만 믿었던 사람들, ‘8·2 부동산 대책’을 보고 순진하게 매입을 보류했던 ‘우리만 바보’들은 땅을 치고 있다. 시쳇말로 ‘미치고 펄쩍 뛰고 환장할 노릇’이다. 이번 생에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할 것 같은, 영원히 자산불평등 사회의 하층계급으로 머물 것 같은 두려움에 밤을 지새운다. 그런데 정부는 부유층이 강남 고가주택을 투기 목적으로 매입하면서 가격이 올랐다며 “집값 급등이 서울 전역으로 번지지 않는지 예의주시하겠다”는 말을 되뇐다.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선제적 대응책을 강구하라고 세금으로 월급을 줬을 텐데, 그동안 뭘 했는지도 묻고 싶다. 시민의 체감과 그들의 판단은 너무 다르다. 서울 25개 자치구 집값이 전고점을 돌파하고, 강남 4구의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용산, 성동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온다. 3년째 전세 사는 서울지역 아파트의 매맷값은 ‘8·2 부동산 대책’ 때보다 3억원 뛰었다. 8·2 대책 발표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얘기가 귓전에 생생하다. “이젠 행동할 때가 됐다. 집값, 반드시 잡을 수 있다. 믿어봐.” 청와대도 마찬가지였다. 한 수석비서관은 “참여정부의 혹독한 경험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준비를 해두었던 것”이라며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12번 대책을 내놨지만 5년 동안 56.58%나 서울 아파트값을 폭등시킨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문을 책으로 낸 그는, 더 이상 실패는 없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서울 집값은 대다수 월급쟁이에게 버는 돈 다 모아도 도달할 수 없을 만큼 뛰었다. 한 지인은 “우리 부부가 모두 정규직인데, 서울에서 집 사는 건 불가능하다. 정말 미친 거다”라고 분노했다. 1월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두 장관이 집값을 안 잡는 것인지 못 잡는 것인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게 청원 이유다. 청원에 공감하는 댓글에는 좌절과 분노가 묻어난다.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부동산 매매를 보류했던 사람들은 하루하루 오르는 집값을 보며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은 중산층 무주택자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 ‘제발 이 미친 집값좀 잡아주세요. 도저히 못 살겠어요.’ 아예 ‘핀셋처방 어쩌고 한 인간들, 핀셋으로 확’이라는 감정적인 글도 있다. 1월12일 개설된 김현미 장관 해임 청원에는 ‘서울 집값 너무 비싸져 가상화폐 하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은 부동산도 한몫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정부는 아직 정책 효과가 안 났다고 말하거나, 투기꾼을 탓한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모면하려 둘러댈 핑곗거리는 많을 것이다. 유치원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가상통화 거래소 폐지 논란…. 혼돈을 부른 뒤 적당히 눙치는 모습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망친 사람들이 왜 아직도 부동산 정책을 주무르느냐는 모욕적인 얘기는 안 나오도록 잘해야 할 것 아닌가. skshin@hani.co.kr
칼럼 |
[편집국에서] 미친 집값, 못 미친 정부, 우리만 바보 / 신승근 |
정치에디터 자신있게 외치던 그들의 목소리가 요즘 미묘하게 변주된다. “정부가 전체적인 그림을 갖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좀 오른다고 해서 일기 쓰듯 대책을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서울 집값 폭등을 “일반적인 현상으로 파악해 대책을 그때그때 내놓으면 부작용이 커져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의 그럴듯한 말이 ‘우리 정부 무능해요’ ‘내놓을 정책이 별로 없어요’라는 고백처럼 들린다. 일기 쓰듯 정책을 내놓고, 부작용을 불러온 게 누구인데. 거꾸로 묻고 싶다. “그래서 우린 어쩌라고? 집을 사? 말아?”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만 믿었던 사람들, ‘8·2 부동산 대책’을 보고 순진하게 매입을 보류했던 ‘우리만 바보’들은 땅을 치고 있다. 시쳇말로 ‘미치고 펄쩍 뛰고 환장할 노릇’이다. 이번 생에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할 것 같은, 영원히 자산불평등 사회의 하층계급으로 머물 것 같은 두려움에 밤을 지새운다. 그런데 정부는 부유층이 강남 고가주택을 투기 목적으로 매입하면서 가격이 올랐다며 “집값 급등이 서울 전역으로 번지지 않는지 예의주시하겠다”는 말을 되뇐다.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선제적 대응책을 강구하라고 세금으로 월급을 줬을 텐데, 그동안 뭘 했는지도 묻고 싶다. 시민의 체감과 그들의 판단은 너무 다르다. 서울 25개 자치구 집값이 전고점을 돌파하고, 강남 4구의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용산, 성동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번지고 있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온다. 3년째 전세 사는 서울지역 아파트의 매맷값은 ‘8·2 부동산 대책’ 때보다 3억원 뛰었다. 8·2 대책 발표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얘기가 귓전에 생생하다. “이젠 행동할 때가 됐다. 집값, 반드시 잡을 수 있다. 믿어봐.” 청와대도 마찬가지였다. 한 수석비서관은 “참여정부의 혹독한 경험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준비를 해두었던 것”이라며 “이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집값을 잡겠다고 12번 대책을 내놨지만 5년 동안 56.58%나 서울 아파트값을 폭등시킨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문을 책으로 낸 그는, 더 이상 실패는 없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서울 집값은 대다수 월급쟁이에게 버는 돈 다 모아도 도달할 수 없을 만큼 뛰었다. 한 지인은 “우리 부부가 모두 정규직인데, 서울에서 집 사는 건 불가능하다. 정말 미친 거다”라고 분노했다. 1월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두 장관이 집값을 안 잡는 것인지 못 잡는 것인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는 게 청원 이유다. 청원에 공감하는 댓글에는 좌절과 분노가 묻어난다.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부동산 매매를 보류했던 사람들은 하루하루 오르는 집값을 보며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은 중산층 무주택자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있다.’ ‘제발 이 미친 집값좀 잡아주세요. 도저히 못 살겠어요.’ 아예 ‘핀셋처방 어쩌고 한 인간들, 핀셋으로 확’이라는 감정적인 글도 있다. 1월12일 개설된 김현미 장관 해임 청원에는 ‘서울 집값 너무 비싸져 가상화폐 하고 있다. 가상화폐 열풍은 부동산도 한몫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정부는 아직 정책 효과가 안 났다고 말하거나, 투기꾼을 탓한다. 정책 실패의 책임을 모면하려 둘러댈 핑곗거리는 많을 것이다. 유치원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가상통화 거래소 폐지 논란…. 혼돈을 부른 뒤 적당히 눙치는 모습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망친 사람들이 왜 아직도 부동산 정책을 주무르느냐는 모욕적인 얘기는 안 나오도록 잘해야 할 것 아닌가.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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