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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4 17:58 수정 : 2018.02.04 18:58

박현
경제에디터

최근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의 주요인으로 몇가지 경제정책이 지목받고 있다. 강남 집값, 최저임금, 가상통화가 그것이다. 오랫동안 쌓인 우리 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응축돼 있거나 신기술 진전으로 생겨난 새로운 현상으로 모두가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다.

사실 경제 분야는 목표로 하는 이상을 현실화하기가 다른 분야보다 더 어렵다. 개인의 이기심과 욕망을 기초로 돌아가는 자본주의 경제의 속성상 누군가의 이익을 건드리면 금방 파열음이 나게 돼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제현상은 칼로 무 자르듯 재단하기가 쉽지 않다. 하나를 잡았다 싶으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기는 식이라,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과 비슷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남 집값은 역대 정부가 30년 이상 ‘때려잡으려’ 했으나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최근에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을 잡으려 재건축 연한 연장 등의 구두성 경고가 나오자 재개발 등으로 투기가 옮아가는 조짐이 나타난다. 즉자적이고 일회적인 대책으론 부동산 투기를 막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이런 복잡하고 많은 이들의 욕망이 얽혀 있는 사안일수록 정부는 큰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법과 제도를 재정비해 이를 일관되게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이상’은 가격 현상유지인 것 같다. 집값이 올라도 안 되지만, 떨어져서도 안 된다고 여기는 듯하다. 경제 걱정도 있겠지만, 다분히 선거를 의식해 나온 태도다. 그러나 ‘현실’의 집값은 정부 맘대로 통제되지 않다 보니, 당국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이것이 다시 국민을 불안케 해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정부는 집에 관한 한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 목적으로 거래되도록 한다는 큰 원칙 아래, 투기의 싹을 자르되 불로소득은 환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한 최선의 대책은 강력한 대출 규제와 양도차익 중과세, 그리고 보유세 및 임대소득 과세 강화다. 일부 제도는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수요·공급 추이를 살펴 적절한 공급 대책을 내놓는 것도 필요하다.

최저임금 정책에서도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영세 자영업 및 중소기업의 피해라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 부작용을 과도하게 부각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형국이다. 16.4%라는 큰 폭의 인상이 열악한 처지에 있는 자영업자에게 어려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1만원’은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든 후보의 공약이었을 만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라고 봐야 한다. 정부는 최대한의 보완 대책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연착륙을 돕는 한편으로, 이번 논란을 사회안전망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정·복지정책을 대전환하는 기회로 활용하면 오히려 ‘쓴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상통화는 투기 광풍 근절이라는 이상과 블록체인의 잠재력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한 사안이다. 애초에 주요 선진국처럼 거래소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어야 했는데, 거래소 폐쇄라는 극단적 카드를 내밀어 혼란을 자초했다. 6개월 전에만 지금 같은 정책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시중에는 청와대 경제라인의 장악력이 너무 세 경제부처의 운신의 폭이 너무 좁다는 말이 나돈다. 청와대 경제라인의 힘이 약해도 문제지만 너무 세면 정책이 경직적일 수밖에 없고,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후폭풍에 휩싸이면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상을 추구하되 정교하고도 유연한 실행전략으로 개혁을 성공시켜 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결과를 내놓는 경제팀이 되기를 기대한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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