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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04 18:20 수정 : 2018.03.04 18:54

박현
경제 에디터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 예고는 세계경제에 끼치는 파장 측면에서 이전의 수입규제 조처와 차원을 달리한다. 지난 1월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처는 주 타깃이 한국과 중국 등 일부 국가에 국한됐지만, 이번 조처는 유럽연합·캐나다·일본·멕시코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을 대부분 포괄하고 있다. 이 조처는 상대국들의 보복 조처를 유발해 자칫 세계적인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세계경제를 볼모로 삼고 있는 형국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25%, 10% 관세 부과는 경제적으로만 보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두 제품은 자동차·항공·건설·맥주캔 등 광범위한 산업에서 중간재로 사용된다. 늘어나는 관세는 가격 인상을 통해 대부분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 뻔하고, 이는 미국 제품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미국 내에서도 14만명의 철강 종사자들을 위해 철강을 중간재로 사용하는 산업 종사자 650만명을 위태롭게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영리한 비즈니스맨인 트럼프가 이런 경제 논리를 모를 리 없다.

트럼프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는 크게 두가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이달 13일 펜실베이니아 보궐선거, 그리고 오는 11월 중간선거 등 의회 선거다. 무역보복을 통해 미국 전통 제조업의 일자리를 되찾겠다는 대선 공약을 이행함으로써 중서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지지를 다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둘째는 러시아의 2016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수사망이 점점 더 백악관 핵심부로 조여오고 있는 점이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불리한 정치적 환경이 조성될 때면 도발적인 정책으로 여론의 관심을 돌리는 술수를 쓰고 있다.

이 조처가 현실화한다면 ‘트럼프 리스크’가 미국을 넘어 세계경제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큰 위험요인이다. 유럽연합과 중국, 캐나다 등은 벌써 보복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물론 1930년 대공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 시행과 같은 파국은 없겠지만,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세계경제를 위축시킬 것임은 분명하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근거가 희박한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이 모방하기가 쉬워 자유무역 체제를 흔들 위험성이 다분하다.

특히 이번 조처가 미국 백악관 경제·안보 사령탑의 교체설이 나오는 등 백악관이 혼돈 속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나와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견제와 균형을 근간으로 한 미국 민주주의 시스템이 럭비공과 같은 트럼프를 제어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그런 만큼 이번 사태에 우리 정부도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야 한다. 우선, 이 조처가 아직 구체안이 성안되지 않은 만큼 우리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유럽연합과 캐나다 등은 보복을 위협하면서 예외 인정을 받고자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도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가동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로비력이 주요국에 못 미치는 만큼 차제에 워싱턴 로비력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경제와 안보 분리 대응 원칙이다. 대미 안보 의존도가 너무 높아 안보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경제 분야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해서는 우리 국익을 지켜내기 어렵다. 셋째, 트럼프의 보호무역 조처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 내 시스템이 트럼프를 제어하지 못하는 만큼, 국제공조를 강화해 미국의 일탈을 막아야 할 것이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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