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국제 에디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화두로 떠올랐다. 연내가 될지 내년 초가 될지는 아직 유동적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북한의 계산과 우리, 그리고 주변국의 계산은 서로 다르겠지만 답방이 성사되면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대로 “그 자체로 세계에 보내는 평화적 메시지”가 될 것이다. 너무 이른 기우이지만, 김 위원장의 답방 이후를 고민하게 된다. 올해 한반도 정세의 반전이 극적이었지만, 그 과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숱한 장벽을 넘어서야 했기 때문이다. ‘답방 이후’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더 중요할 수 있다. 올해 한반도 정세의 동력은 남북 정상이 이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는 ‘톱다운 방식’이었다. 진전과 교착을 반복하면서 확인된 것은 여전히 미국 관료들의 관성과 기존 워싱턴 외교 전문가들의 저항이 만만찮다는 거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이라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마저 관료들 견해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기존 문법에 익숙한 관료 집단을 뚫기 위한 톱다운 방식은 일종의 ‘극약 처방’이다. 여러번 복용하기가 어렵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2020년 미국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다. 러시아 스캔들, 이란 문제 등도 겹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더욱 분산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실무 협상을 맡은 관료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북-미 협상은 ‘디테일의 악마’ 앞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언론을 상대로 공공외교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분명했다. 미 전문가들이나 미디어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안을 재단하는 상황에서, 또한 얽히고설킨 집단 내부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들이 쳐놓은 울타리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음이 드러나고 있다. 톱다운 방식과 공공외교 강화를 넘어, 남북 모두 판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90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양국 관계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활화산이다. 중국을 전략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끌어들이는 것은 6자회담이 한창 진행되던 2000년대 초중반보다 어려워졌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차례 만났지만, 시 주석의 방북은 아직 이뤄지지 않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함께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 우선, 북-미 간 중재에 나선 것처럼, 우리 정부가 북-일 협상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다. 일본 자민당이 내년 7월께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고, 한국도 내년은 3·1운동 100돌이어서 반일 분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 상황관리 차원에서라도 검토할 만하다. 북한도 북-일 관계 정상화를 ‘북-미 협상이 일정한 진전을 이룬 뒤’보다는 좀 더 시점을 당겨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북-미 협상을 추동하기 위한 카드, 혹은 북-미 간 협상이 흐트러질 경우에 대비한 위험분산 카드로 선제적으로 쓰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남북이 공동으로 북-일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미국 관료들이나 여론을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한다면 상징성이 크고, 남북 협력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다소나마 분산시킬 수 있다. 북-일이 접근하면 중국도 신경을 곤두세울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불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같은 난관이 적지 않지만, 공개적인 움직임 자체로도 주변국에 신호가 될 수 있다. yyi@hani.co.kr
칼럼 |
[편집국에서] ‘김정은 답방’을 넘어 / 이용인 |
한반도국제 에디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화두로 떠올랐다. 연내가 될지 내년 초가 될지는 아직 유동적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한 북한의 계산과 우리, 그리고 주변국의 계산은 서로 다르겠지만 답방이 성사되면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대로 “그 자체로 세계에 보내는 평화적 메시지”가 될 것이다. 너무 이른 기우이지만, 김 위원장의 답방 이후를 고민하게 된다. 올해 한반도 정세의 반전이 극적이었지만, 그 과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숱한 장벽을 넘어서야 했기 때문이다. ‘답방 이후’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더 중요할 수 있다. 올해 한반도 정세의 동력은 남북 정상이 이끌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는 ‘톱다운 방식’이었다. 진전과 교착을 반복하면서 확인된 것은 여전히 미국 관료들의 관성과 기존 워싱턴 외교 전문가들의 저항이 만만찮다는 거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이라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마저 관료들 견해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기존 문법에 익숙한 관료 집단을 뚫기 위한 톱다운 방식은 일종의 ‘극약 처방’이다. 여러번 복용하기가 어렵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2020년 미국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다. 러시아 스캔들, 이란 문제 등도 겹쳐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더욱 분산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실무 협상을 맡은 관료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북-미 협상은 ‘디테일의 악마’ 앞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언론을 상대로 공공외교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분명했다. 미 전문가들이나 미디어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안을 재단하는 상황에서, 또한 얽히고설킨 집단 내부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들이 쳐놓은 울타리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음이 드러나고 있다. 톱다운 방식과 공공외교 강화를 넘어, 남북 모두 판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90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양국 관계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활화산이다. 중국을 전략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끌어들이는 것은 6자회담이 한창 진행되던 2000년대 초중반보다 어려워졌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차례 만났지만, 시 주석의 방북은 아직 이뤄지지 않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이 함께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 우선, 북-미 간 중재에 나선 것처럼, 우리 정부가 북-일 협상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는 것이다. 일본 자민당이 내년 7월께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고, 한국도 내년은 3·1운동 100돌이어서 반일 분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 상황관리 차원에서라도 검토할 만하다. 북한도 북-일 관계 정상화를 ‘북-미 협상이 일정한 진전을 이룬 뒤’보다는 좀 더 시점을 당겨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북-미 협상을 추동하기 위한 카드, 혹은 북-미 간 협상이 흐트러질 경우에 대비한 위험분산 카드로 선제적으로 쓰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남북이 공동으로 북-일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미국 관료들이나 여론을 중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이 독자적인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한다면 상징성이 크고, 남북 협력에 대한 미국의 견제도 다소나마 분산시킬 수 있다. 북-일이 접근하면 중국도 신경을 곤두세울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불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같은 난관이 적지 않지만, 공개적인 움직임 자체로도 주변국에 신호가 될 수 있다.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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