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새해 벽두, 대낮에 돼지꿈을 꾸다 / 김규원

김규원

전국에디터

2019년 1월14일 낮, 막걸리를 곁들인 점심을 먹고 한겨레신문사 7층 편집국에 앉아서 ‘올해의 운수’를 찾아봤다. ‘일마다 하늘이 돕는다. 대길할 운이로다’라는 점괘가 나온다. “뭐 나쁘지 않네” 하면서 천장에 걸린 텔레비전에 나오는 뉴스를 봤다.

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다. 두 나라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 폐기’와 ‘모든 국제 제재 철회’라는 ‘빅딜’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남북은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을 즉시 재개하고, 평양·백두산 관광과 개성공단 확장, 해주공단 착공을 올해 안에 시작하기로 했다. 경의선과 동해선의 개량 공사도 즉시 착수되고, 대한민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철도의 임시 운행도 시작된다. 74년 만이다.

2. 국회의 여야 5당은 대한민국을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로 바꾸기 위해 헌법 개정에 합의했다. 2022년 선출되는 다음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축소되고 2선(중임)이 허용된다. 권력 분립을 위해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과 예산 편성권은 모두 의회로 이관된다. 감사원은 행정부에서 독립해 입법·행정·사법부를 모두 감시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던 대법관과 3부의 장이 임명하던 헌법재판관 전원은 의회의 의석 비율에 따라 각 정당이 추천한다. 공직선거법도 개정돼 의원의 특권을 모두 폐지하고 의회 예산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지역 대표 250석, 비례 대표 250석의 연동형 선거제가 2020년 총선부터 도입된다.

3. 개정된 헌법에 정치·행정 수도를 세종시로 명시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를 2021년까지 세종시로 이전하기로 했다. 서울의 청와대는 대통령기념공원으로 바뀐다. 정부세종청사 한가운데 들어설 새 청와대는 백악관의 3.5배 규모였던 현재 청와대 터의 7분의 1 규모인 1만평 터에 지어진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비서동, 영빈관, 헬기장은 모두 한 건물로 들어간다. 이와 함께 수도권에 남아 있는 19개 중앙행정기관은 모두 세종시로, 122개 공공기관은 모두 지방의 혁신도시와 광역시로 옮겨진다. 서울대의 26개 단과대와 전문대학원도 26개 대학으로 독립시켜 전국에 분산하기로 했다.

4. 유은혜 부총리는 올해부터 즉시 시행되는 대학입학제도 개혁안을 발표했다. 2020년 입학생부터 대학시험은 합격 여부만 가리는 대학입학자격시험으로 전환되고, 내신 평가도 상중하 3등급으로 단순해진다. 자격시험에 통과한 수험생들은 교육부 평가에서 상위 50위 안에 든 전국의 대학에 자유롭게 원서를 낼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입학 경쟁률이 1을 초과하면 추첨으로 선발한다.

5.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3대 국가 폭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다. 검찰은 수사권을 내놓고 ‘기소와 재판’을 중심으로 한 ‘기소청’으로 전환된다. 경찰은 수사를 중심으로 한 ‘전국수사청’을 제외하고 모두 지방경찰로 이관된다. 경찰의 정보와 보안 부서는 국정원으로 통합되고, 국정원의 수사권은 폐지된다.

“뭐 잘됐네” 하면서 날짜를 보니 2020년 1월14일 한겨레 뉴스룸이다. 높은 천장에 달린 전광판엔 ‘하루 뉴스 조회수 1억건 달성!’ 자막이 떠 있다. 방송 1스튜디오에선 최근 <제이티비시>(JTBC) 저녁 뉴스의 시청률을 앞섰다는 ‘한겨레 8시 편집국에서’가 방송 중이다. 방송 2스튜디오에선 ‘한겨레 월드뉴스’가 한국어와 6개 유엔 공식 언어로 전세계로 송신되고 있다.

어, 이거 꿈인가? 생시인가? 돼지꿈인가? 개꿈인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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