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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20 20:04 수정 : 2019.02.21 13:18

김회승
정책경제 에디터

지난주 열린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관한 발표가 쏟아졌다. 주제는 최저임금에 집중됐다. 특정한 정책을 두고 5~6편의 연구가, 그것도 메인 세션에서 우르르 발표된 건 처음 본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실증분석 했다는데 결과는 엇갈렸다. 지난해 고용 감소의 27%가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발표가 있었는가 하면, 전체 고용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분석, 또 고용을 더 증가시켰다는 연구결과도 소개됐다. 어떤 연구는 고용뿐 아니라 투자와 국내총생산 감소의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어떤 결론이든, 과연 이런 분석이 타당한 걸까.

대부분 지난해 데이터를 이전 지표들과 비교한 방식인데, 달랑 1년 데이터로 거시경제 지표에 끼친 영향을 실증하는 게 가능한 건가? 인구와 지역, 경기 등 더 중요한 수많은 변수를 어떻게 통제했단 말인가? 수십년 장기 시계열에 기반하고도 다른 변수들을 이중삼중 전제하며 조심스레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학계의 관행에 비춰보면 너무 과감한 거 아닌가?

연구자들의 속내는 알 길이 없으나, 이런 연구결과는 곧장 미디어를 통해 ‘소주성(소득주도성장) 탓에 한국 경제 역주행’ 등으로 규정된다. 정치적으로 오염된 프레임의 좋은 근거로 활용되는 셈이다. 거시경제 지표를 정권 임기에 따라 두부 자르듯 딱 잘라 성적표를 매기는 건 국내 언론의 고질병이자 주특기다. 경제성장률과 소득분배율, 심지어 자살률과 출산율 등 사회지표까지 정권별로 성적표를 매긴다. 정권이 바뀌면 우리 경제는 아무 그림이나 그릴 수 있는 하얀색 도화지로 변신이라도 하는 걸까. 정책 효과 역시 마찬가지다. 차기 또는 차차기 정부에서 그 영향이 나타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우리는 성공이든 실패든 현 정부에 몽땅 책임을 묻는다.

우리 경제 성장률은 박정희 정권 이후 줄곧 하락했다. 지속적인 성장률 하락을 반등시킨 정부는 없었다. 또한 양극화 지표는 꾸준히 악화됐고, 이를 추세적으로 전환시킨 정부도 없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오히려 외부 변수다. 경제 성장률은 정책 효과보다는 국제 유가나 교역량, 미국 금리 등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외환위기 직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와 금융위기를 겪은 이명박 정부 때 1인당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가장 나빴다. 운이 나빴던 거지, 이를 정권 탓으로 돌릴 순 없지 않은가. 공화당과 민주당이 오랜 기간 교차 집권을 하는 미국은 어떨까?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 동안 평균 성장률이 민주당 집권기에는 4.33%, 공화당 집권기에는 2.54%였다. 이를 두고 공화당의 경제 무능론을 주장하는 학자와 언론은 없다.

정부 재정 규모가 작은 나라일수록 정책 효과는 더 제한적이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7~20%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문재인 정부가 세금으로 고용과 복지에 퍼준다는데, 이 정부 임기 말 조세부담률 전망치는 20.4%다. 이 정도 재정 규모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큰소리치거나, 정반대로 정부 씀씀이 때문에 경제가 거덜난다는 주장은, 둘 다 거짓말에 가깝다.

경제를 종종 자전거에 비유한다. 속도가 붙어야 더 안정적이고, 느려지면 불안해진다는 성장 논리다. 지난 50년 우리 경제는 그렇게 왔다. 이젠 고도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연착륙하는 시기다. 앞서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속도를 줄이는 과정이고, 중국의 과속도 곧 끝날 것이다. 지속가능한 경제를 찾아가는 길이다.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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