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5.12 17:24 수정 : 2019.05.12 19:3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국민 속으로 민생투쟁대장정’ 기자회견을 하면서 손을 들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연합뉴스
“충격적이었어요.” “추했어요.” 국회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젊은 기자 둘은 ‘패스트트랙 충돌’을 어떻게 보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국회선진화법이 안 만들어졌던 게 아닐까 의심까지 했다고 한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라는데 정말 ‘구리다’고도 했다. “한 보좌관이 ‘이제부터 정치 제대로 배우는 거다’라고 했는데, 그 말이 더 충격적이더라고요. 이들이 생각하는 게 정치가 도대체 무엇인지….”

후배들에게도 정신건강을 위한 스트레스 조절법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나의 방법은 웃는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독재타도, 헌법수호”를 외칠 때 나는 웃었다. “그 입에서 독재타도란 말이 나옵니까”라고 분개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냥 웃었다. 국회 본회의 처리도 아니고, 길게는 무려 330일 동안 토론을 해야 하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을 “목숨 걸고” 막겠다니, 그 말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신문을 궁서체로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심정이었다.

이런 정신승리식 조절에도 한계가 오고 있다. 장외투쟁인지 대선 행보인지, 황 대표의 말을 매일 듣자니 그렇다.

“장자연 사건 아시죠? 오래전에 수사해서 끝난 사건입니다. 버닝썬 사건 아시죠? 수사 지지부진한데, 다 묻혔던 이 사건들, 진행되지 않고 있는 사건들인데, 대통령이 나서서 수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심지어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까지….”(4월27일 광화문광장 집회)

조선일보사 앞에서 장자연 사건을 ‘끝난 사건’이라고 외쳤다. 자신과 연루된 김학의 사건은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공소시효 끝난 사건’이라고 눙쳤다. 더 한숨 나오는 건 ‘기승전 색깔론’식 결론이다. “몇십년 법을 갖고 먹고산 법률 전문가인 제가 죄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이런 게 법치냐. 이 나라는 ‘수령국가’다.”

황 대표는 대장정을 당장 멈춰야 한다.

닷새 뒤면 5·18민주화운동 39돌이다. 황 대표의 광주 방문도 예정돼 있다. 황 대표는 5월3일 패스트트랙 규탄 집회를 하려고 광주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광주전남 애국시민들께서 피 흘려 헌신하셨는데,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 잘못된 입법부를 막아야 한다.” 국회법을 몸으로 파괴하더니 실체도 없는 ‘좌파 독재’를 막는다며 열고 있는 장외 집회를 합리화하기 위해 군부 독재의 총칼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민주화운동을 끌어들였다. 참을 도리가 없다.

황 대표는 당시 시민들에게 쫓겨 피신한 송정역 고객접견실 문 앞에서 사과와 대화를 요구한 5·18 희생자 유족들에 대해선 “못 들었다. 나중에 그런 얘기가 있으면 (듣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광주에 가려면 5·18진상규명조사위원 재추천과 ‘망언 3인방’ 이종명 의원 제명을 마무리하고, 당원권 정지에 그친 김순례 의원의 최고위원직 박탈부터 해야 한다. 이런 최소한의 조처 없이 ‘5·18 광주’에 가겠다는 건 기만일 뿐이다. 이날 광주 금남로에는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등 ‘망언 3인방’과 같은 주장을 펴온 보수단체의 집회가 신고돼 있다. 이들의 ‘환영’을 받을 요량이라면 모를까, 황 대표는 방문에 앞서 “5·18 진상규명과 관련한 전향적 해결 의지를 보이는 게 예의”(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다.

극렬 지지층만 환호하는 투쟁에는 한계가 있다.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뱉어서는 정치 지도자로서 평가받기 어렵다. 지금은 밖에서 투쟁할 때가 아니라 협상하고 타협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재해 추경 등 그간 밀린 과제뿐 아니라, 북한 미사일 발사와 인도적 식량지원 문제 등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현안들이 계속 쌓이고 있다. “야당 최고 투쟁의 장은 국회”라는 말도 곱씹어보길 바란다.

참고로 올해 국회 ‘성적표’를 정리해 드린다. 1월 국회(1월19일~2월17일) 법안 처리 건수는 0이고, 3월 국회(3월7일~4월5일)는 비쟁점 법안 135건을 처리했으나, 4월 국회(4월8일~5월7일)는 또다시 법안 처리 0건을 기록했다.

이지은
정치사회에디터

jieuny@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편집국에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