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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30 19:50 수정 : 2006.06.09 16:16


Lee Jong-won, Rikkyo University, Japan

세상읽기

지난주 개성공단에서 흥미있는 국제회의가 하나 열렸다. 경남대 박재규 총장이 회장으로 있는 동북아대학총장협회와 한국대학총장협회가 주최한 국제심포지엄 ‘동북아 공동체 구축과 대학의 역할’이라는 행사로, 미·중·러·일·몽골·대만 및 한국의 대학 총장을 중심으로 70여명이 참가했다. 심포지엄 첫날은 서울에서, 그리고 이튿날은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개성공단의 깔끔한 회의장에서, 북쪽 여성 직원이 서비스하는 음료를 들면서 국제회의의 마무리 행사도 열렸다.

심포지엄 그 자체도 물론 열띤 내용이었다. 그 일부가 휴전선을 넘어 개성을 오가면서 ‘분산 개최’를 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었다. 필자를 포함해 외국에서 참가한 대표들에게는 한층 귀중한 체험이 되었다. 매일 아침 서울 도심에서 출근용 버스가 출발할 정도로, 한국에서는 개성공단이라는 존재가 이미 일상화하고 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휴전선을 넘나들며 회의를 연 체험은 외국 참가자들에게는 역시 충격적이었다. 불과 한나절 남짓한 시간에 두 다른 세계를 왕복하면서, 한반도 상황의 어려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필자도 개성공단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무엇보다도 서울에서 이처럼 가깝다는 사실이 새삼 외국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서울 도심에서부터 약 60킬로미터, 통관수속 등을 모두 포함해서 2시간반도 채 걸리지 않았다. 버스로 달린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특히 폭 4킬로미터의 비무장지대는 분단 반세기의 장벽을 처음으로 통과한다는 감개를 느낄 틈도 없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개성공단도 비무장지대에 인접해 있었다. 공단에서 언덕 하나를 넘어 조금 더 가면 개성시가가 있다고 했다. 개성에서 평양까지 고속도로로 두 시간도 채 안 걸리는 거리라고 했다. 개성이 군사적 요충지라는 설명도 이해가 됐다.

남북 왕래가 일상적이라는 사실도 단편적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남쪽 세관입국검역사무소(CIQ)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수십명이 붐비고 있었다. 공단 입주 기업 관계자들이라고 했다. 호기심과 긴장으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국제회의 참석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익숙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통과(출경) 절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북쪽 사무소의 절차도 의외로 간단하고 사무적이었다. 개성공단에 머무는 동안 거의 긴장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남북 직원과 근로자들이 자연스레 섞여 일하고 있었다.

나라에 따라 참가자들의 반응도 다소 달랐다. 대만에서 온 대표들은 중국과의 합작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탓인지 오히려 휴전선을 둘러싼 군사적 대치상태에 관심을 보였다. 가장 긴장하고 복잡한 표정을 보인 것은 일본 쪽 참가자들이었다. 많이 수그러들었다고는 하지만 북한 때리기가 여전히 일상적인 일본내 상황과의 엄청난 낙차 때문이다.

개성공단의 회의실은 주로 투자설명회 등에 쓰이고 이번과 같은 국제회의는 예외적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동북아 각국, 특히 일본과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한반도의 변화와 ‘동북아시아 시대’의 의미를 같이 생각하는 장소로 교육적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다. 국제정치는 인식에 좌우되는 부분이 크며 인식은 체험에 크게 의존한다. 한반도 냉전을 끝내려는 한국의 끈질긴 노력과 함께, 그 현장을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길이 원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걷기 시작하면 그것이 길이 된다”는 루쉰의 말이 생각났다. 서울에서 개성까지는 이미 넓은 길이 나 있었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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