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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0 19:00 수정 : 2006.06.20 19:00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세상읽기

지난 주말로 일본 국회의 전반 회기가 끝났다. 오는 9월 집권 자민당 총재 자리를 겨냥한 본격적인 선거전의 시작이기도 하다. 아직 정식 출마선언은 없지만 차기 총재와 총리 후보로 지목되는 정치가들의 행보가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정기 국회 회기 연장을 하지 않았다.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법,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는 공모죄(共謀罪), ‘애국심’을 강조하는 교육기본법 개정 등 자민당이 추진한 많은 현안들이 남아 있음에도 회기 연장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유를 둘러싸고 추측이 분분하다. 후계자로 여겨지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에게 충분한 선거운동 기간을 주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고이즈미 극장’의 ‘마지막 서프라이즈’로서 극적인 재방북 준비에 전념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도 만만치 않다. 5년이라는 장기정권에도 불구하고 우정개혁 이외에는 구체적인 업적이 적은 고이즈미 총리로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길은 역시 북-일 관계 개선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시간적으로 촉박하고 상황적으로도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마지막 서프라이즈를 둘러싼 정보들이 그 진위를 불문하고 끊이지 않는다.

어제 아침 〈아사히신문〉은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에게 총재 선거 출마를 촉구하는 사설을 실었다. “후쿠다씨, 결단의 때입니다”가 그 제목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로 일본의 아시아 외교가 표류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진로’를 둘러싼 진지한 논의를 위해 출마가 필요하다는 논지이지만 사실상의 후쿠다 지지선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와 관련해서 후보에 대한 구체적인 태도 표명을 꺼리는 일본 언론으로서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아베 정권’의 향방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베와 후쿠다 양자의 지지율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이미지보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과 ‘실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도 그 배경에 있다. 아베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젊은 세대 중심의 정치가들의 지향성과 성숙도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 얼마 전 유력 경제주간지인 〈닛케이 비즈니스〉가 독자를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는 후쿠다 지지가 아베 지지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기업인에 대한 다른 조사에서는 후쿠다 우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민당 지지자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아베 우위는 변하지 않고 있다.

총재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두 가지 변수가 남아 있다. 그 하나는 고이즈미 총리의 ‘8월15일 야스쿠니 참배’다. 고이즈미 총리의 마지막 서프라이즈로서,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자신의 선거 공약을 강행할 경우, 역설적으로 사실상의 후계자로 지목하는 ‘아베 총리’의 실현은 타격을 받게 된다. 정치적 계산보다 자신의 ‘미학’을 중시하는 고이즈미 스타일로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또 하나는 북한이다. 이번에는 ‘탐색전적인 시위’로 그친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중간선거, 일본의 총재 선거를 앞두고, 미·일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북한이 ‘버티기 전략’의 신호탄으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할 경우 ‘온건파’ 후쿠다 정권의 가능성은 그만큼 멀어진다. 일본의 정국에도 여러 가지 형태의 ‘북풍’이 변수로 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차기 정권을 누가 담당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진로’를 좌우할지도 모를 분기점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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