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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6.27 18:39 수정 : 2006.08.08 18:20

권용립 경성대 교수·국제정치

세상읽기

북한 미사일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에서는 민주당 출신 인사가 대북 선제공격을 주장하고 공화당 강경파의 대부인 딕 체니 부통령이 이에 반대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진풍경도 아니다.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이나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동원한 요격과 같은 군사적 해결책은 현실적 대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제공격은 중국의 양해 등 외교적 사전 작업이 선결요건이며, 미사일 방어체제의 기술력도 아직은 요격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실패에 뒤따를 체면 손상도 문제지만 미사일 방어체제의 정치적 정당성이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발사 준비 상황을 미국 정보망에 노출시킨 북한도 이런 계산은 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사일을 정말 발사할 경우에는 대미 억지력이 아니라 미사일 발사를 빌미로 한 미국의 대북 압박 정당성만 강화된다. 북한이 이것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미사일 위기 조성의 목적은 ‘발사 카드’를 활용한 협상 가능성 모색이며, ‘발사’는 최후의 고려 사항일 뿐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북한도 유엔대표부나 총련 기관지를 통해 이런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이란과의 직접 협상은 없다던 미국이 지난달 이란과의 협상을 제의하자마자 북한이 6자 회담의 미국 쪽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평양으로 초청한 사실에서도 이런 의중을 엿볼 수 있다. 물론 백악관은 초청을 거부했고, 그러자 북한은 6자 회담 의제인 핵 문제와 달리 북-미 간의 직접협상 의제가 될 수 있는 미사일 카드를 들고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사정권에 뒀다면 북한 미사일은 북-미 양자간 문제”라고 말한 리처드 루거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북한의 이런 계산을 정확하게 읽은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이란은 다르다. 이란의 핵무장은 미국의 중동 전략을 뒤흔들고 에너지 대란을 부를 개연성이 높다. <가상 역사>로 유명한 영국 역사학자 니알 퍼거슨은 이란이 핵무장을 하면 이스라엘과의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불타는 중동과 함께 석유시대와 서구문명도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설 같지만, 철저한 대비 없이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감행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게다가 미국은 사우디와 쿠웨이트 등 걸프만 협력기구 회원국들과 터키, 이라크 등으로 구성될 ‘중동판 나토’만으로 충분히 이란을 봉쇄할 수 있다. 또 미국 내에는 <페르시아 수수께끼>의 저자 케네스 폴락처럼, 이란이 말로는 대미 항전을 부르짖지만 미국과의 전쟁만은 피할 것으로 믿는 인사들이 많다. 미국이 이란과의 협상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이런 낙관적 변수들이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은 석유라는 ‘인질’도 없다. 또 일본 말고는 적극적 우방이 없는 동북아에서 미국은 봉쇄 대신 ‘체제 변환’을 위한 압박을 대북 전략 목표로 삼고 있다. 북한이 합리적이라고 믿는 사람도 별로 없다. 위기 때마다 미국 강경파와 일본 우파가 드세지는 것도 문제다. 물론 당장은 북한의 의도대로 미국 의회 일각에서 대북 협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 상원은 대통령 특사를 대북조정관으로 임명하라는 내용의 국방예산안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북한으로서는 이란과 함께 쌍둥이 대미 협상을 시작함으로써 조건이 비슷한 이란과의 비교를 통해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설사 북-미 협상이 성사된다 해도, 북한의 대미 불신보다 더 지독한 미국의 대북 불신을 북한도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직접 협상도 궁극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북한이 이란과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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