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11 18:29
수정 : 2006.07.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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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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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중-일 사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이 주도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은 북한이 대상이지만, 사실상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로 수세에 몰리고, 그 여파로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도 좌절을 경험한 일본은 외교적 반격을 하듯이 거세게 중국을 몰아세우고 있다. 미국 네오콘의 대표격인 볼턴 유엔대사와 연계하면서, 일본은 전광석화처럼 강경기조의 제재안을 밀어붙였다. 일본내의 신중론을 누르고 총리 관저, 특히 아베 관방장관이 주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유엔 헌장 7조를 근거로 한 결의안이 통과되면 일본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은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군사행동도 가능하게 된다. ‘미사일와 관련 물자, 기술과 자금의 이전을 저지하는 데 필요한 조처’ 곧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등 사실상의 해상봉쇄는 구체적 실행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애초 일본을 전폭적으로 미는 듯이 보였던 미국이 조금 태도를 바꿨다. 제재 결의에 반대하면서 북한 설득에 나선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서 결의안 표결을 연기했다. 중국에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표결을 강행하려던 일본은 마지못해 미국의 ‘설득’을 받아들였다. 강경대응을 주도하는 아베 장관과 아소 외상에게 직접 전화를 건 것은 스티븐 해들리 대통령보좌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라고 한다. 라이스 장관이 이끄는 국무부가 중국과의 전략적 협조도 중시하는 반면, 체니 부통령이나 볼턴 유엔대사,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군부는 일본의 신보수파들과 가깝다. 미국내의 정책 대립과도 연동되면서, 앞으로의 동북아시아 질서의 방향을 가늠할 파워게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금 평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중 협의에 눈귀가 쏠리고 있다. 힐 국무차관보가 중국에 전달한 내용이 어떤 것이며, 여기에 북한이 동의해서 공식이건 비공식이건 6자 회담이 재개될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6자 회담에 복귀하면 모든 문제를 토의할 수 있으며, 북-미 양자 대화도 가능하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미국의 입장이다. ‘모든 문제’에 금융제재가 포함되어 있는지가 초점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에서도 보이듯이 북한은 금융제재가 체제위기에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 그 해제를 ‘양보할 수 없는 선’으로 설정하고, 전면적인 대결정책을 각오하는 방향으로 돌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요청으로 안보리 표결이 연기된 상황에서 북한의 설득에 실패할 경우 중국 외교는 큰 타격을 받는다.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기권이나 결석을 할 경우, 그것은 중국 후진타오 정권의 한반도 외교의 파탄, 중국의 외교적 무능력을 드러내는 것이 되며, 동아시아에서 외교적 영향력 저하라는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여전히 중국이 결의안에 대해 단독으로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대만해협에서 미사일 발사로 대만을 위협한 경력이 있는 중국으로서는 미사일 발사를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인정해서 제재 대상으로 규정하는 유엔 결의안은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수년간 진행되고 있는 미-일 동맹 강화는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불투명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북한을 둘러싼 대립은 중-일 사이의 ‘신냉전’을 가속시키고 있다. 북한 강경파의 시각에서는 이런 지역대립이 단기적으로는 생존전략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북아에 새로운 분단선을 긋는 신냉전 구도는 한반도 전체의 이익이 될 수 없다. 북한은 ‘외교적 타결’로 되돌아와야 한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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