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방법원 판사 대한민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에 선고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 판결이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일본기업 사이에 벌어진 사인 간의 민사재판이다. 그러나 주요 쟁점으로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의 해석 문제가 들어 있기 때문에 외교적 사안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2012년 이미 이 재판에서 한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일본기업의 재상고를 이유로 지난해까지 재판을 계속 진행시키다가 지난해 10월 다시 한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승소 판결을 반복하여 선고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 내용은 ‘한일청구권협정에 개인의 개인에 대한 불법행위 위자료 청구권이 포기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결코 ‘한일청구권협정에 개인의 위자료 청구권 소멸까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협정을 위반하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아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 될 수 없다. 애초 그 부분은 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한일청구권협정의 해석에 대해 일본의 해석과 우리 대법원의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나는 우리 대법원의 해석을 전문성 측면에서나 판결의 효력 측면에서나 존중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진리는 아니므로 우리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일본의 해석에 손을 들어주는 이들의 의견도 충분히 존중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역시 사법농단―재판 당사자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몰래 청와대·외교부·사법부·일본기업의 대리인들이 비밀리에 회동하여 재판 절차 등을 논의하고 재판을 지연시킨 행위―에 대한 정당화이다. ‘대법원이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하여 일본 측과 다른 해석을 내릴 경우 외교적 분쟁이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므로 대법원은 재판과정에서 외교부의 의견을 제출받아 재판진행 등에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의견에 별로 반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위 주장이 올바르기 위해서는 외교부의 의견 제출 절차가 당시 재판제도에 비추어 적법해야 한다. 이번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재판에서 외교부가 적법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했는가. 대법원이 2012년 강제동원 피해자 승소 판결을 내린 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당연히 빠른 시일 내에 판결이 확정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보통 대법원에서 한번 판결이 선고되면 재판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후 장장 6년간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도 모른 채 재판이 계속되는 상태로 기다려야 했다. 그 기간 동안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망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그 6년의 세월 동안 대법원장은 상대 당사자인 일본기업의 소송대리인 측과 교감하고 사법부는 청와대·외교부와 비밀리에 회동하여 재판진행 연기 등을 의논했다. 그 회동에서 논의된 내용은 별도로 보고서로 작성되어 대법원에 공유되었으며, 한편으로는 외교부 의견으로 둔갑되어 재판에 제출됐다. 사법부는 위 외교부 의견이 재판에 적법하게 제출되는 것처럼 보이는 외관을 형성하기 위해 대법원 규칙으로 정부의견제출제도란 것을 만들었다. 그 정부의견제출제도는 일본기업의 소송대리인이 이 재판에서 최초로 사용했으며, 외교부는 심지어 사법부의 독촉에 맞춰 의견서를 재판에 제출했다. 이 모든 과정이 재판의 일방 당사자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몰래 이루어졌다. 검찰 수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위와 같은 재판 외 비공개 회동은 공개재판 원칙, 삼권분립 원칙, 재판독립 원칙에 반한다. 혹자는 법정조언자제도를 말하는데, 영미권과 국제 인권재판소에서 일반적으로 도입된 ‘법정조언자제도’(Amicus curiae)가 위와 같이 공개재판 원칙을 철저히 어기고 법원이 일방의 재판당사자 몰래 상대 재판당사자와 청와대·외교부 등을 비공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된 법원으로부터 공정하고 공개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는다. 모든 국민에게 위와 같은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것, 나는 그것이 법관이 지켜야 할 진정한 국익이라고 생각한다.
칼럼 |
[세상읽기] 법관이 지켜야 할 진정한 국익 / 류영재 |
춘천지방법원 판사 대한민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에 선고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 판결이 주목받고 있다. 이 사건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일본기업 사이에 벌어진 사인 간의 민사재판이다. 그러나 주요 쟁점으로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한일청구권협정의 해석 문제가 들어 있기 때문에 외교적 사안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2012년 이미 이 재판에서 한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일본기업의 재상고를 이유로 지난해까지 재판을 계속 진행시키다가 지난해 10월 다시 한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승소 판결을 반복하여 선고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 내용은 ‘한일청구권협정에 개인의 개인에 대한 불법행위 위자료 청구권이 포기된다는 내용까지 담겨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결코 ‘한일청구권협정에 개인의 위자료 청구권 소멸까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협정을 위반하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 아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한일청구권협정 위반이 될 수 없다. 애초 그 부분은 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한일청구권협정의 해석에 대해 일본의 해석과 우리 대법원의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나는 우리 대법원의 해석을 전문성 측면에서나 판결의 효력 측면에서나 존중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진리는 아니므로 우리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일본의 해석에 손을 들어주는 이들의 의견도 충분히 존중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역시 사법농단―재판 당사자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몰래 청와대·외교부·사법부·일본기업의 대리인들이 비밀리에 회동하여 재판 절차 등을 논의하고 재판을 지연시킨 행위―에 대한 정당화이다. ‘대법원이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하여 일본 측과 다른 해석을 내릴 경우 외교적 분쟁이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므로 대법원은 재판과정에서 외교부의 의견을 제출받아 재판진행 등에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의견에 별로 반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위 주장이 올바르기 위해서는 외교부의 의견 제출 절차가 당시 재판제도에 비추어 적법해야 한다. 이번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재판에서 외교부가 적법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했는가. 대법원이 2012년 강제동원 피해자 승소 판결을 내린 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당연히 빠른 시일 내에 판결이 확정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보통 대법원에서 한번 판결이 선고되면 재판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후 장장 6년간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도 모른 채 재판이 계속되는 상태로 기다려야 했다. 그 기간 동안 피해자들은 대부분 사망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그 6년의 세월 동안 대법원장은 상대 당사자인 일본기업의 소송대리인 측과 교감하고 사법부는 청와대·외교부와 비밀리에 회동하여 재판진행 연기 등을 의논했다. 그 회동에서 논의된 내용은 별도로 보고서로 작성되어 대법원에 공유되었으며, 한편으로는 외교부 의견으로 둔갑되어 재판에 제출됐다. 사법부는 위 외교부 의견이 재판에 적법하게 제출되는 것처럼 보이는 외관을 형성하기 위해 대법원 규칙으로 정부의견제출제도란 것을 만들었다. 그 정부의견제출제도는 일본기업의 소송대리인이 이 재판에서 최초로 사용했으며, 외교부는 심지어 사법부의 독촉에 맞춰 의견서를 재판에 제출했다. 이 모든 과정이 재판의 일방 당사자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몰래 이루어졌다. 검찰 수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위와 같은 재판 외 비공개 회동은 공개재판 원칙, 삼권분립 원칙, 재판독립 원칙에 반한다. 혹자는 법정조언자제도를 말하는데, 영미권과 국제 인권재판소에서 일반적으로 도입된 ‘법정조언자제도’(Amicus curiae)가 위와 같이 공개재판 원칙을 철저히 어기고 법원이 일방의 재판당사자 몰래 상대 재판당사자와 청와대·외교부 등을 비공개로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된 법원으로부터 공정하고 공개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는다. 모든 국민에게 위와 같은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것, 나는 그것이 법관이 지켜야 할 진정한 국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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