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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6 18:08 수정 : 2019.08.26 19:00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14일 미국 국채시장에서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장단기 수익률 역전이 나타났고 주가가 폭락했다. 독일 경제가 2분기 마이너스 성장하고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도 둔화돼 경기침체의 우려가 커진 것이 배경이었다.

국채수익률 역전이란 단기국채의 수익률이 장기국채의 수익률보다 높아지는 것을 말한다. 정상적인 경제에서는 돈을 더 오래 빌려줄 때가 더 높은 금리를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불황이 우려되고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면 장기국채의 금리가 하락해 장단기 국채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 따라서 국채수익률의 역전은 흔히 불황의 신호로 생각된다. 역사적으로 지난 40년간 국채수익률 역전 이후 1~2년 뒤 불황이 시작됐다.

이번은 다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장기화됐고 연준이 장기국채도 시장에서 매입하는 양적완화가 금리 하락의 압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제조업활동지수가 급락하는 등 불황의 전조가 나타나고, 1년 내 불황이 다가올 확률이 40~60%로 높아졌다.

한편 전세계 많은 국채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놀라운 일이다. 미국과 영국을 제외하고 유럽과 일본 등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1년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모두 마이너스다. 세계의 마이너스 금리 국채는 올 들어 약 2배로 늘어나 무려 16조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는 전체 국채의 약 30%나 되는 수치다.

투자자들이 정부에 돈을 빌려주면 나중에 더 적은 돈을 돌려받는다는 것이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돈은 엄청나게 풀려 있는데 경기 전망이 어둡고 가장 안전한 자산인 정부 채권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금리가 더욱 낮아진다면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금융기관들은 마이너스 금리에도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투자와 소비 둔화로 금리와 인플레이션이 계속 낮아지는 소위 구조적 경기침체의 시대를 보여주는 비정상적 현상이다.

조만간 불황이 닥쳐온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무줄을 미는 것이라 표현되듯 불황 시기 통화정책의 한계는 명백하다. 기업이나 가계가 지출을 늘리기 위한 자금 수요 자체가 줄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까지 동원했지만 경기를 살리기 쉽지 않았다. 선진국 중 그나마 미국이 금리인하의 여지가 있지만 과거 불황기와 비교하면 가능한 인하 폭이 제한적이며, 금융불안정의 심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연준도 7월 11년 만에 금리를 인하했지만 장기적인 금리인하의 시작이 아니라 중간사이클의 조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3일 잭슨홀 미팅에서도 파월 의장은 미-중 무역전쟁을 우려한 반면 금리인하를 강하게 시사하지 않아서 금리를 인하하라고 연준을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가 격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정부가 총대를 메는 재정지출이다. 케인스주의자들이 주장하듯 금리가 역대급으로 낮은 현실에서는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재생에너지와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공공투자를 강조하는 그린뉴딜의 목소리도 높다. 한발 더 나가 통화 발행에 기초해 정부가 직접 돈을 지출하는 헬리콥터머니나 급진파 현대화폐이론까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결합된 정책도 논의된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보고서가 다음 불황에는 이런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 주장해 주목받았다. 단순한 재정확장은 신속하지 못하고 정부부채 수준이 높아 한계가 있으니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에 기초해 통화로 재원을 조달하는 정부의 직접지출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동시에 이를 위한 조건과 인플레이션 목표치와 출구전략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분명한 것은 다가오는 불황에 맞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합의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국채금리가 하락했고 장단기 국채금리가 비슷해졌으며 인플레이션도 0%대로 낮아져 총수요 둔화가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재정정책은 결과적으로 심각한 긴축이었고 올해도 야당의 반대 끝에 겨우 5조8천억원의 추경예산이 통과됐다. 한국에 부족한 것은 정책수단이 아니라 완전고용과 거시경제의 적극적인 관리를 위한 정부의 의지와 사회적 합의일 것이다. 다가오는 세계경제의 불황이 더욱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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