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3 21:43
수정 : 2020.01.14 09:49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분배가 악화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경제 성장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분배도 망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분기별 가계동향조사는 2018년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보고했고,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국제기구에도 보고되는 공식적인 소득분배지표는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가계동향조사보다 표본 규모가 훨씬 크고 1인 가구와 농어가 가구를 포함해 한국 사회의 소득분배 상황을 더욱 정확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가계동향조사는 2017년 이후 표본이 크게 변했고 방법론과 조사의 모집단도 바뀌어, 2018년의 변화를 정확히 보여주기 어렵다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 있고 행정 자료를 사용해 서베이 자료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장점이 있다.
2018년 소득분배를 보여주는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는 2019년 12월에 발표되었는데, 이에 따르면 소득분배가 개선되었다. 균등화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2017년 0.354에서 2018년 0.345로 하락했고 소득 5분위배율도 6.96에서 6.54로 낮아졌다. 상대적 빈곤율도 17.3%에서 16.7%로 낮아져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역시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 등 정부 정책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가구소득분배는 기초연금 확대를 배경으로 박근혜 정부 초기에 개선되는 추세였는데 2015년 이후 악화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2018년 소득 하위 20% 계층의 가구소득은 증가했지만 그 중 근로소득이 8% 감소하여 문제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을 배경으로 저소득층이 노동시장에서 일해서 얻는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하위 20% 집단의 구성이 변화할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가계동향조사에서도 하위 20% 집단의 근로소득은 2018년과 2019년 계속 줄었는데, 이는 그 집단에서 근로소득 비중이 매우 낮은 자영업자나 무직 가구의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가계동향조사 원자료의 분석에 따르면 하위 20%에 속하던 노동자 가구의 근로소득이 늘어 이들 중 일부가 상위 집단으로 이동했고, 이러한 집단 구성의 변화가 하위 20%의 근로소득 감소의 중요한 요인이었다.
자본과 노동 사이, 그리고 노동시장 내의 분배는 어떨까. 자영업 소득을 보정해 노동소득분배율을 계산해보면 2017년 68.1%에서 2018년 69.6%로 높아졌고, 국민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또한 2018년 이후 하위계층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이 올라 임금불평등도 개선되었다. 다만 2019년 들어서는 노동시간 쪼개기로 임금 하위 20% 노동자들은 시간당 임금이 올랐음에도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월급이 줄어들었다.
결국 소득주도성장이 분배마저 망쳤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내내 가계동향조사에 기초해 소득분배가 악화되었다는 비판이 높아진 것을 생각하면, 상반된 결과 앞에서 정부의 통계자료 설명과 발표 과정에 아쉬움이 크다.
분배 개선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갈 길은 멀다.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한국은 주요 선진국 중 미국과 영국 다음으로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다. 노인과 자영업자 등 노동시장 바깥의 빈곤을 생각하면 더욱 세심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강화와 줬다 뺏는 연금 문제 해결 등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복지 확대가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소득재분배를 위해 광범위한 고소득층의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을 높이는 증세가 요구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취약한 노동자의 권리와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한편 임금과 가계소득 증가로 소득주도성장에 성과가 있었다 해도 성장은 성공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의 경기 침체는 주로 투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급등했던 건설투자가 2018년부터 감소했고 미-중 무역전쟁을 배경으로 수출과 설비투자도 줄어들었다. 거시경제 관리와 성장을 위해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투자 감소를 정책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최근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는 내수 주도 성장을 촉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소득분배와 불평등의 개선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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