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장, 다른백년연구원장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의 교육 ‘공공성’의 이상과 가치는 ‘수월성과 경쟁력’의 담론 앞에 크게 흔들렸고, 이 거대한 ‘수요자’들의 욕망 앞에 결국 무너졌다. 욕망은 법과 제도, 정확히 말하면 권력구조의 산물이다. 욕망과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냉각시키고 물길을 터주어야 한다. 오는 3월부터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이 금지된다. 유치원 어린이집 영어교육도 금지하려 했으나 학부모들의 반발로 1년 유예했다. 초등 1~2학년 영어수업 금지는 2014년 3월 제정된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른 것으로, 2018년 2월로 유예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본격 적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금지조치를 철회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청와대 청원 방에 빗발친다. 당장 영어 강사들이 실직하게 되고, 오히려 사교육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영어 몰입교육이 강조되고, 그에 앞서 세계화의 붐이 일기 시작하던 1995년 6차 교육과정에서 초등 영어교육이 시작되었으니, 이 정부가 과거의 모든 유산을 짊어지게 된 셈이다. 영어 조기교육이 좋지 않다는 학자들의 비판도 충분히 제기되었고, 공교육 과정에 사교육의 요구를 끌어들이는 것이 맞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일은 지난 20여년간, 특히 참여정부의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3불 정책(기여입학·고교서열화·본고사 금지), 즉 ‘금지’ 기조의 정책과 대학 및 학부모들 간의 숨바꼭질이 다시 생각나서 매우 걱정스럽다. 한국에서 교육열은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와 같은 욕망의 덩어리이자 벼랑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필사의 몸부림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녹여낼 힘을 갖고 있다. 학부모의 욕망은 대입, 즉 학벌 문제로 집약된다. 교육정책에 관한 그 어떤 이상과 가치도 이 욕망 앞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고상한 담론이 되었으며, 그 어떤 입시제도의 변경도 애초의 이상이나 목표를 달성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 획득, 계층 이동, 그리고 일자리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자식을 ‘노동자’가 아닌 ‘사’자 직업 혹은 관리자가 되게 하거나 세상에서 업신여김 당하지 않고 살게 만들고 싶은 학부모들의 전쟁터다. 즉 교육은 곧 정치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의 교육 ‘공공성’의 이상과 가치는 ‘수월성과 경쟁력’의 담론 앞에 크게 흔들렸고, 이 거대한 ‘수요자’들의 욕망 앞에 결국 무너졌다. 혁신학교 확대 등 약간의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사이 ‘금수저’들의 명문대 싹쓸이를 통한 부와 지위의 대물림 현상은 더 공고해졌고, 사교육비 부담은 더 늘어났으며, 학교는 더 황폐해졌고 학부모의 절망은 커졌다. 고교 학점제 실시 등 이 정부의 시도는 좋지만 ‘대입’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그것은 격화소양(隔靴搔?)에 그칠 것이다. 모든 입사시험에 영어성적을 필수로 만들어 놓고 초등 영어교육 금지란 얼마나 가당치 않은 대안인가? ‘대학 간판’ 외의 어떤 사회적 평가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사교육 선행학습 금지하고 특목고, 자사고를 없애자는 것이 그 얼마나 무력한 대안인가? 심각한 학벌 차별 구조를 그대로 두고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자는 것이 그 얼마나 가망없는 이상인가? 저학력 노동자들이 매일 산재사고로 죽어나가는 것을 목격하는 아이들에게 ‘대학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진보’ 인사들의 주장은 얼마나 먼 나라 이야기인가? 욕망은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 정확히 말하면 권력구조의 산물이다. 욕망과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냉각시키고 물길을 터주어야 한다. 사회정책 관련 제도는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하나만 떼어내서 시행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모든 관련 제도의 묶음은 치밀한 준비를 거쳐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고, 확고한 비전과 로드맵이 있어야 하며, “이 길을 따라가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비전과 제도 개혁의 묶음이 동시에 제시되지 않으면 관료들은 관행대로 할 것이고, 학부모들은 대혼란에 빠져 정부를 원망할 것이다. 모든 ‘금지’ 정책은 임시처방이다. 대입 제도에는 결코 답이 없다. 대학 개혁의 전망을 먼저 제시해야 하고, 대학 개혁은 반드시 노동시장 개편, 즉 임금격차 축소와 새 인력 양성 문제와 결합되어야 한다. 이것을 동시에 추진할 비전이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우선 교사들을 행정에서 떼어내 ‘교육’에만 전담토록 하고, 학교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제반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면 개혁의 동력이 아래로부터 형성될 것이다.
칼럼 |
[김동춘 칼럼] 교육, 욕망과 싸우면 진다 |
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장, 다른백년연구원장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의 교육 ‘공공성’의 이상과 가치는 ‘수월성과 경쟁력’의 담론 앞에 크게 흔들렸고, 이 거대한 ‘수요자’들의 욕망 앞에 결국 무너졌다. 욕망은 법과 제도, 정확히 말하면 권력구조의 산물이다. 욕망과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냉각시키고 물길을 터주어야 한다. 오는 3월부터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이 금지된다. 유치원 어린이집 영어교육도 금지하려 했으나 학부모들의 반발로 1년 유예했다. 초등 1~2학년 영어수업 금지는 2014년 3월 제정된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른 것으로, 2018년 2월로 유예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본격 적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금지조치를 철회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청와대 청원 방에 빗발친다. 당장 영어 강사들이 실직하게 되고, 오히려 사교육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영어 몰입교육이 강조되고, 그에 앞서 세계화의 붐이 일기 시작하던 1995년 6차 교육과정에서 초등 영어교육이 시작되었으니, 이 정부가 과거의 모든 유산을 짊어지게 된 셈이다. 영어 조기교육이 좋지 않다는 학자들의 비판도 충분히 제기되었고, 공교육 과정에 사교육의 요구를 끌어들이는 것이 맞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일은 지난 20여년간, 특히 참여정부의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3불 정책(기여입학·고교서열화·본고사 금지), 즉 ‘금지’ 기조의 정책과 대학 및 학부모들 간의 숨바꼭질이 다시 생각나서 매우 걱정스럽다. 한국에서 교육열은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와 같은 욕망의 덩어리이자 벼랑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필사의 몸부림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녹여낼 힘을 갖고 있다. 학부모의 욕망은 대입, 즉 학벌 문제로 집약된다. 교육정책에 관한 그 어떤 이상과 가치도 이 욕망 앞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고상한 담론이 되었으며, 그 어떤 입시제도의 변경도 애초의 이상이나 목표를 달성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 획득, 계층 이동, 그리고 일자리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자식을 ‘노동자’가 아닌 ‘사’자 직업 혹은 관리자가 되게 하거나 세상에서 업신여김 당하지 않고 살게 만들고 싶은 학부모들의 전쟁터다. 즉 교육은 곧 정치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두 정부의 교육 ‘공공성’의 이상과 가치는 ‘수월성과 경쟁력’의 담론 앞에 크게 흔들렸고, 이 거대한 ‘수요자’들의 욕망 앞에 결국 무너졌다. 혁신학교 확대 등 약간의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사이 ‘금수저’들의 명문대 싹쓸이를 통한 부와 지위의 대물림 현상은 더 공고해졌고, 사교육비 부담은 더 늘어났으며, 학교는 더 황폐해졌고 학부모의 절망은 커졌다. 고교 학점제 실시 등 이 정부의 시도는 좋지만 ‘대입’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그것은 격화소양(隔靴搔?)에 그칠 것이다. 모든 입사시험에 영어성적을 필수로 만들어 놓고 초등 영어교육 금지란 얼마나 가당치 않은 대안인가? ‘대학 간판’ 외의 어떤 사회적 평가 기준도 없는 상태에서 사교육 선행학습 금지하고 특목고, 자사고를 없애자는 것이 그 얼마나 무력한 대안인가? 심각한 학벌 차별 구조를 그대로 두고 대학 서열화를 완화하자는 것이 그 얼마나 가망없는 이상인가? 저학력 노동자들이 매일 산재사고로 죽어나가는 것을 목격하는 아이들에게 ‘대학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진보’ 인사들의 주장은 얼마나 먼 나라 이야기인가? 욕망은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 정확히 말하면 권력구조의 산물이다. 욕망과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냉각시키고 물길을 터주어야 한다. 사회정책 관련 제도는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하나만 떼어내서 시행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모든 관련 제도의 묶음은 치밀한 준비를 거쳐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고, 확고한 비전과 로드맵이 있어야 하며, “이 길을 따라가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비전과 제도 개혁의 묶음이 동시에 제시되지 않으면 관료들은 관행대로 할 것이고, 학부모들은 대혼란에 빠져 정부를 원망할 것이다. 모든 ‘금지’ 정책은 임시처방이다. 대입 제도에는 결코 답이 없다. 대학 개혁의 전망을 먼저 제시해야 하고, 대학 개혁은 반드시 노동시장 개편, 즉 임금격차 축소와 새 인력 양성 문제와 결합되어야 한다. 이것을 동시에 추진할 비전이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우선 교사들을 행정에서 떼어내 ‘교육’에만 전담토록 하고, 학교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제반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면 개혁의 동력이 아래로부터 형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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