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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0 20:43 수정 : 2006.06.09 16:23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센터 공동소장

세계의창

석유경제에 관한 몇 가지 간명한 사실이 있다. 먼저, 석유는 공급이 제한된 상품이다. 세계 석유 매장량 규모를 놓고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매장량은 유한하다. 석유 수요가 계속 확대되면, 어떤 시점에서 심각한 공급 제약의 상황에 빠진다는 뜻이다. 이는 엄청난 가격 상승을 동반할 것이다. 새로운 공급이나 일시적 수요 감소로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결국은 다시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석유 소비가 현재 하루 8500만배럴에서 2025년 1억2000만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공급이 이만큼 증가하려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산유국들에서 매우 안정적인 생산 증가가 필요하다.

여기서 두 번째 논점이 나온다. 석유 수요는 석유 소비국들이 그리 달갑지 않은 정권들과 거래하도록 만들어 왔다는 점이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중국이 인권 상황이 열악한 수단과 미얀마 정부와 석유 협정을 맺으려 하는 것에 분노를 표시해왔다. 사우디 왕정이나 1970년대 이란의 부패한 독재정권을 열렬히 지지하지 않았어도 미국의 이런 태도는 좀더 도덕적인 정당성을 지녔을 것이다.

미국은 석유 확보를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인 독재자들과 거래했을 뿐 아니라, 그들을 무장시키고 안팎의 적들로부터 지켜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미국은 분명히 그리고 일관되게 인권 관심사들을 석유의 추구에 종속시켜왔다. 석유 수요가 충족될 수만 있다면 달갑지 않은 일부 인물에게 많은 돈을 준다는 뜻이다.

끝으로, 지금과 같은 석유 소비가 지속되면 환경에 주는 영향이 파괴적일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는 현실이며 인간이 일으킨 현상이라는 데 거의 의문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온난화는 극지방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 이들 지역에 사는 종들의 서식처를 파괴하고 멸종시킬 것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주는 멋진 선물인 셈이다! 또한 온난화에 따라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으며 해수면을 상승시킬 것이다. 이는 세계 곳곳의 해안 지방들에 심각한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온난화는 지난해 대서양에서 예외적일 정도로 많이 발생한 허리케인과 같은 극단적인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석유 의존으로부터 벗어날 명백한 필요성이 있음에도 진전은 거의 없는 상태다. 미국이 으뜸가는 훼방꾼이다. 빌 클린턴과 부시 대통령 모두 온실가스 배출 규제 협정에 제동을 걸었다. 또한 미국은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물 쓰듯이 사용하는 나라다. 서유럽과 견줘 볼 때 1인당 석유 소비량이 두 배에 이른다. 미국의 협력이 없다면 세계 석유 소비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나머지 세계가 미국의 나쁜 행동이 낳는 결과들을 피할 수 없다면 석유 공급이 달리면서 세계가 겪게 될 불가피한 조정으로부터 미국이 가장 큰 고통을 느끼기 쉽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 석유에 부과하는 세금은 너무 가볍다. 그래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경우 소비자 부담은 다른 곳보다 미국이 훨씬 더 크다. 지난 4년 동안 미국내 가솔린 가격은 거의 두 배가 올랐다. 대부분의 다른 부유한 나라에서는 20~50% 상승했는데, 이들 나라에서는 가격의 상당액이 세금이다. 미국은 석유에 대한 지속적 의존을 촉진함으로써 자신은 물론 세계를 저버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너무 부패해 에너지 대안의 길을 선도할 수 없다.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이 대안의 길을 향한 이행에 더 효과적이기를 바란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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