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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2 18:36 수정 : 2006.06.09 16:29

훙칭보 중국 월간 편집 부국장

세계의창

오늘날 중국 사회는 각 분야에서 ‘공신력의 위기’를 겪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지식인에 대한 불신이다.

역사적으로 지식인은 사회 정의와 양심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이 방어선이 돌파당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정신적 환멸과 신뢰의 위기가 닥치게 된다. 지식인이 불신당할 때 사람들은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막막해진다. 이 때문에 정치계나 재계의 비리가 폭로됐을 때보다 교육·학술·의료 분야의 비리가 폭로됐을 때 사람들은 더 충격을 받는다.

중국에서 지식인은 역사적으로 특수한 지위를 누렸다. 역사적으로 ‘선비’ 또는 지식인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모순을 보인다. “어떤 일도 글 읽는 일보다는 못하다”는 말에서부터 “벽면서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말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인 태도가 공존해왔다. 선비는 우선 벼슬과 정치를 할 수 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글을 읽고 이치를 깨달은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 정의와 양심의 기준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존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사회가 타락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이들이 ‘의관을 쓴 금수’로 변한다면 사회는 구제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지식인들은 크게 존중받지 못해 왔다. 오늘날 민중들의 분노가 가장 심하게 집중되는 분야는 교육과 의료이다.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당국은 교육과 의료 분야 또한 시장에 맡김으로써 계획경제가 남긴 모든 폐단을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하나의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이동한 데 지나지 않았다.

교육과 의료는 특수성과 독점적 성격이 있어, 종사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팽개치고 이윤을 도모하기로 마음먹으면 곧 벼락부자가 될 수 있는 분야다. 실제로 이들 종사자들이 인민의 교육·의료 복지수준의 하락을 대가로 벼락부자가 되면서 공중의 분노를 샀다. 오늘날 중국 서민들은 의료 종사자들을 ‘흰 가운 입은 늑대’, 교육 종사자들을 ‘안경 쓴 뱀’이라고 부른다.

교육·의료 분야 이외에 오늘날 중국 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지식인 집단은 경제학자들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효율’만 중시했지 ‘사회 정의’와 ‘공평’ 문제는 돌아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니계수가 위험선을 돌파하고 빈부격차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분노가 경제학자들의 머리 위에 덮치고 있다.

흔히 지식인들은 대중은 정서적이고 엘리트는 이성적이라고 말한다. 이 말이 맞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의 정서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중국 속담에서 “세 척 두께의 얼음은 하룻밤 추위에 이뤄진 게 아니다”란 말이 있듯이 말이다.

중국의 농촌이 붕괴 직전까지 왔을 때 이 문제를 고발하고 사회에 경종을 울린 건 경제학이 아니라 문학이었다. 보고문학 〈중국농민조사〉가 중국 사회에 충격을 안긴 뒤에야 당국은 농촌 문제를 심각하게 돌아보기 시작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른바 ‘사유화’ 개혁에만 몰두하느라 수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쫓겨나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들은 ‘자본 이익의 대변자’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오늘날 중국에서 지식 엘리트와 인민 대중의 대립은 어느 시대보다 심각하다. 이로 인해 중국 지식인 사회는 어느 시대보다 더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어찌 보면 이는 중국 사회에서 이익집단이 다원화한 필연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지식인 사회가 ‘이익집단’의 부속물로 전락한다면 이 위기는 결코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훙칭보 중국 월간 〈당대〉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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