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6.19 19:38 수정 : 2006.06.19 19:38

사타르 카셈 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세계의창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자 이스라엘과 미국, 유럽 그리고 일부 아랍국가들은 당황과 근심의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선거에서 패배해 권력을 내놓게된 옛 여당 파타는 초기부터 이들과 함께 팔레스타인인들이 “잘못된 선택” 때문에 곤경에 처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의 바퀴’는 거기서 멈췄고,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겠다는 서구의 캠페인도 쇠락하기 시작했다.

서구의 민주주의 이중잣대는 심각한 비판을 받아왔다. 중동 지역 사람들은 서구, 특히 미국은 그들의 기준과 이익으로 재단한 민주주의를 원하며 민중들의 선택이 거기에 맞지 않으면 ‘처벌’에 나선다는 것을 어느때보다 분명하게 느끼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바로 그런 예다.

미국과 유럽은 하마스가 선거에 이긴다면 경제적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팔레스타인 국고는 완전히 비어버렸고, 공무원들은 넉달 동안 봉급을 받지 못했다. 아랍국가들이 한달에 5천만달러를 주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새 하마스 정부는 한푼도 받지 못했다. 공무원 봉급을 주려면 한달에 1억2천만달러가 필요하다.

미국은 하마스가 미국의 ‘중동 평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분노한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스라엘 안에 있는 자신의 집과 땅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이스라엘이 1967년 점령한 땅에서 무조건 완전 철수하는 것 같은 중요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고, “이 지역의 번영을 위해” 협력하도록 만들려고 ‘중동 평화협상’을 이용해 왔다.

미국과 유럽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경제원조를 끊이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처벌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인정과 무장해제, 이스라엘의 점령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라는 중요한 조건들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그러나 이런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하마스는 정권을 불법으로 강탈한 것도 아니고, 서구 국가들이 주장해온 민주적 절차인 선거를 통해 권력을 얻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하마스를 선택했고, 하마스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팔레스타인인들을 처벌하는 것이다.

하마스는 서구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그들의 프로그램을 선택한 유권자들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아랍국가나 이란 등 이슬람 국가들과 폭넓게 접촉하고 있다. 문제는 많은 아랍국가들이 미국의 ‘꼭두각시’이고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팔레스타인인들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란이 도와줄 가능성은 높지만, 미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이란의 원조를 받는다면 하마스와 미국의 반목은 더 깊어질 것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어떤 기부금도 팔레스타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파타는 선거 패배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하마스 정부를 교체하려는 국제적 활동에 동참했다. 하마스 등장 이후 봉급을 받지 못한 공무원들중 대부분이 파타 소속이다. 파타는 선거 패배와 그들이 독점해온 정치, 경제적 권력이 더 이상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처음부터 파타 지도자들은 서구 강대국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경제적 제재를 하는 것은 하마스 탓이라고 비난했다. 그들은 하마스가 국제적 권력균형을 깨닫지 못하고 국제사회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사석에서는 하마스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제시한 조건을 들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공적으로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팔레스타인인들의 유일한 대표로 인정하고, 아랍 국가들의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방안을 인정하라고 요구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이스라엘을 인정하라는 뜻이다. 파타는 이 목적을 위해 하마스에게 간접적으로 압력을 넣고 있고, 파타 소속인 공무원들에게 봉급도 주지 못하는 하마스의 무능력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도록 요구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보좌관들은 하마스가 거리에서 혼란과 불안을 부추기는 파타 소속 무장세력들을 막는 것을 방해하기도 했다. 파타 지도자들이 이스라엘, 미국과 협력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거리가 내부 긴장과 국제적 압력으로 뒤덮인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의 다양한 정파에 속한 정치범들은 파타와 하마스를 포함한 여러 조직들이 참여해 대화에 성공하도록 희망하며 제안서 하나를 작성했다. 아바스 수반은 그 문서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인정하도록 만들 기회를 발견했다. 그는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양심수들은 가장 헌신적이고 명예로운 팔레스타인인들이며, 그들의 제안은 전체 패키지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하마스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민투표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의견을 묻겠다고 했다.

제안서에는 모순적인 조항들도 담겨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점령에 맞서 저항할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테러리즘’으로 비난하는 국제법 조항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하마스는 이 제안이 팔레스타인 내부의 토론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신성한 문서로는 보지 않았다. 하마스는 이들의 제안이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미래를 위험스럽게 만들 큰 양보를 담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을 인정한다면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스라엘 땅 안에 있는 그들의 본래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를 빼았는다는 것이다.

아바스 수반은 법률적으로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문서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했고, 하마스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양심수 문서”를 둘러싼 이런 논쟁이 오히려 팔레스타인 내부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안정이 아닌 불안의 근거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파타는 하마스를 놔주지 않을 것이고 유혈사태로까지 이어질 문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최근 서안과 가자 지역에선 관공서에 대한 공격까지 일어났다.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은 하마스와 파타가 계속 대립하도록 파타 지도자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하마스는 성공할 것인가? 지금까지 그들의 성과는 희망적이니 않다. 그들은 효율적으로 정치적 대화를 하지 못했다. 경제 이슈에서도 하마스의 성적은 매우 초라했다. 그들이 담론을 개발하고 여러 과제들에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성공은 어려울 것이다.

사타르 카셈 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