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24 19:53
수정 : 2006.07.2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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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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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미국과 협상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한국 내부에서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반대자들의 논거는 상당한 일리가 있다. 승자의 이득이 무역 증가로부터 타격을 받는 이들의 손실을 초과한다는 사실은 무역협정으로 낙오될 이들에게 거의 위안을 주지 못한다. 이 협정으로 손실을 보게 되는 이들(이 목록의 맨 위에 농민이 있다)이 자신의 삶에 대해 걱정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이야기의 단지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은 자신이 맺는 무역 협약을 ‘자유무역협정’으로 부르기를 좋아하지만, 이는 부정확한 것이다. 이 협정의 중요한 부분은 더 엄격한 특허와 저작권 규정의 형태로 보호주의적 제한들의 강화를 사실상 수반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무역 협상가들은 소프트웨어, 연예, 의약 산업의 요구에 대한 반응으로 더 엄격한 지적재산권 규정을 의제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이들 산업은 강력한 지적재산권 규정을 통해 한국에서 자신의 생산물에 높은 가격을 매겨 이윤을 증가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은 이들 규정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돈이 걸려 있는 의약품과 관련될 때 특히 그렇다. 미국은 이들 분야 협상에서 표준 유형을 갖고 있다. 먼저 협상을 통해 새로운 지적재산권 규정을 요구한다. 그 뒤 협정이 발효하는 즉시 모든 조항에 대해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해석을 할 것을 압박한다. 그것이 훨씬 더 높은 의약품 가격을 뜻할 때도 그렇게 한다. 지난해 미국과의 협정에 서명한 오스트레일리아가 이런 행동 유형의 좋은 사례가 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한국에서 더 엄격한 지적재산권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한국 기업과 소비자로부터 특허와 저작권을 보유한 미국 기업들로 단지 돈이 이전되는 데 불과하다. 한국인들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내려는 관대함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협정 찬성자들이 보통 내세우는 주요한 주장은, 미국이 세계 최대의 수입시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이 거대한 미국 시장에 더 잘 접근할 수 있다면 영화, 소프트웨어, 의약품 쪽에 더 많은 돈을 낼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치들을 좀더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미국은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미국 시장은 지난 10년에 걸쳐 1조1천억달러 이상 커졌다. 하지만 미국이 막대한 경상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사실상 모든 경제학자들이 이런 경상적자가 그리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미국 시장은 축소될 것이다.
경제정책연구센터에서 우리는 미국 경상적자가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되면서 미국 수입시장이 앞으로 10년에 걸쳐 3천억달러 이상 축소될 것으로 추정한 간단한 연구를 한 바 있다. 이것이 갖는 함의는, 경쟁을 통해 미국 국내 생산업자들로부터 시장점유율을 빼앗아 오기보다는, 한국 수출업자들이 급속히 축소되는 시장에서 자리 유지를 위해 중국·인도 등의 수출업자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리 커다란 선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결론은 이렇다. 현재 논의되는 무역협정에서 한국은 지적재산권 등에 관한 양보를 요청받고 있다. 이런 양보는 한국 경제에 실질적인 비용을 부과하게 될 것이다. 한국이 그 대가로 얻는 혜택은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의 향상이다. 미국 수입시장이 우리가 예측한 대로 축소된다면, 한국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값비싼 양보를 했음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딘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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