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7.31 20:32
수정 : 2006.07.3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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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칭보 중국 월간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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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중난산(종남산)은 중국의학원 원사이자 ‘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사스) 전문가로 중국에서 거국적인 존경을 받아왔다. 그가 최근 광저우 거리에서 학생처럼 보이는 소매치기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잃어버린 일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공안청장이 진두지휘해 범인은 열흘 만에 잡혔다. 중난산은 컴퓨터를 되찾은 뒤 흥분해서 “치안이 너무 허술하다”며 “그 원인은 ‘도시 유랑자 수용 송치법’을 공연히 폐지해 점점 늘어나는 외지인들의 범죄를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며칠 뒤 아이웨이웨이란 예명의 화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후안무치한 지식분자는 처음 본다”며 중난산의 무딘 사회의식을 드세게 비난했다. 이로 말미암아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 수용제도에 관한 논쟁이 새삼 벌어졌다.
1982년부터 중국은 ‘도시 유랑 걸식자 수용 송치법’이란 걸 시행했다. 법의 원래 취지는 도시 치안을 보호하고 생활 능력이 없는 외지인을 ‘수용’해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본래는 돈이 드는 자선사업이었지만, 나중엔 돈을 버는 매매사업으로 변질됐다. 먼저 사람을 잡아서 수용소에 가두고 노동을 하게 한 뒤, 고향갈 차비가 마련되면 고향으로 보낸다. 고향으로 돌려보낸 뒤에도 놓아주지 않고 가족에게 벌금을 요구한다. 심지어 후난 수용소는 광둥 수용소와 피수용자 매매 계약을 맺기도 했다. 광둥 거리에서 외지인을 잡아 후난 수용소에 팔면 후난 수용소는 그를 가족에게 다시 되파는 장사를 했다.
이 법에 따라 수용당하는 사람들은 범죄자가 아니었다. 직업적 범죄자들은 이렇게 쉽게 잡히지도 않고, 잡아들인 이후에도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다. 이들은 돈도 잘 안 내기 때문에 장사로서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이 법으로 수용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양민이었다. 양민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한 법률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경찰이 양민을 잡으려면 체포영장과 검찰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죄를 확정하려면 법원의 판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외지에서 온 양민을 수용소에 잡아넣을 때는, 그의 삶과 자유를 통째로 박탈함에도 어떤 이유나 사법 절차도 필요없으며 어떤 감독도 받지 않는다.
그동안 베이징·광저우 등 중국 모든 도시의 외지인들은 언제라도 수용당할 수 있다는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시정부의 단속이 심해지는 국경일, 중앙정부 영도자들의 방문이나 큰 회의 소집 때면 시민들은 외지에서 온 친지들에게 나들이 때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외지에서 온 친지가 갑자기 사라지면 놀랄 거 없이 돈을 찾아서 수용소에 가면 대개는 거기 있었다.
2003년 봄, 막 대학을 졸업한 쑨즈강이란 외지인이 광저우에서 일하다 길거리에서 수용소로 끌려간 뒤 그곳에서 맞아죽었다. 수용송치 제도가 어떻게 사람을 길거리의 쥐 몰듯 하는지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 거국적 분노가 폭발했다. 그 결과 21년 동안 멋대로 날뛰어온 도시 유랑 걸식자 수용 송치법은 2003년 6월18일 국무원의 휴짓조각으로 변했다. 당국은 수용 대신 도움에 초점을 맞춘 ‘도시생활 무정착 유랑 걸식자 구조 관리법’을 만들어, 수용소를 구호소로 바꿨다. 이로써 중국 인권사상 가장 부끄러운 양민 억압의 시대가 끝났다.
수용제도가 폐지된 지 이미 3년이 지난 오늘, 중난산이 시대착오적인 수용제도를 지지한 것과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에 동감한 것은 중국 사회에서 사람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뿌리깊음을 보여준다. 중국에서 공민 평등의 헌법정신을 지키는 일은 여전히 중요한 임무이며, 아직 갈 길이 멀다.
훙칭보/중국 월간 <당대>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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