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8.14 20:15 수정 : 2006.08.23 17:33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의창

일본은 불가피하게 우파민족주의로, 중국과 한반도와의 갈등을 키워가는 쪽으로 가고 있는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후임자 선출 과정에서 후쿠다 야스오가 포기할 때까지 선두주자 아베 신조는 일본 유권자들에게 그의 우파 민족주의에 대해 뚜렷한 대안을 제시했던 유력한 도전자인 후쿠다와 맞섰다. 아베는 여전히 다니가키 사다카스 재무장관과 경쟁하고 있으나 그의 승리가 예견된다.

아베가 지난 4월15일 비밀리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다는 2주 전 일본 주요 언론의 일제 보도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추측키 어렵다. 아베는 이 보도에 대해 입을 다물었고, 다니가키는 다음 달 20일 자민당 선거에서 이긴다면 신사를 방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베가 일본을 우파로 끌고 갈 것이라는 두려움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강경 언급과 그의 정치적 유전자에 기반해 있다. 고이즈미처럼, 아베는 자민당 주류인 모리파에 속해 있다. 아울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도조 히데키 총리 정부의 일원인 기시 노부스케의 손자이기도 하다. 기시는 87년 사망할 때까지, 전시 일본의 꿈인 ‘대동아공영권’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했다.

기시는 일본의 대만 독립운동 지원을 후원했다. 그는 또 노동과 자본이 일본의 간사이와 한국의 해안가 지역 사이에 관세나 투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일·한산업지대를 만들고자 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 도쿄지국장으로서 나는 이 계획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당시 <동아일보>가 한국을 일본의 영구 하청업자로 만들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낡은 꿈의 부활이라고 공격한 이후 곧 폐기됐다.

확실히 아베 신조는 그의 할아버지의 죄악으로 비판될 수 없다. 많은 나라의 많은 정치인들이 그렇듯이, 그가 권력의 책임에 직면할때 온건 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 7월23일 요코하마 연설에서 아베는 김정일에 대해 합리적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는 깜짝발언을 했다. <교도통신>은 아베는 “납치 문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아베가 엄격한 신념을 가진 이데올로그가 아니라 그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희망적인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견해에서 볼때, 그는 기시의 손자로서 우파들의 사고방식과 그들이 듣기를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우파의 일원은 아니다. 이런 묘사는, 부시 행정부와 가까운 정책고문들에게 알리지 않고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방북함으로서 우파로부터 몸을 뺀 고이즈미에게 딱 들어맞는다.

아베의 승리가 단기적일지 모른다는 시나리오는 콜롬비아 대학의 일본 전문가 제럴드 커티스로부터 나온다. 커티스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다음 총리는 자민당이 보기보다 강하지 않고, 야당인 민주당이 보기보다 약하지 않을 때 집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썼다.


커티스는 야당인 민주당은 오자와 이치로라는 강력하고 대중적인 지도자를 가지고 있으며, 그는 고이즈미보다 덜 약해 보이는 지도자를 가진 자민당과 맞설 것이고 이는 일본 정치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이 시험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일어날 것이다. 그 때 쯤 고이즈미 덕분에 당선된 의원들의 6년 임기도 모두 끝나게 된다. 참의원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자민당의 권력투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는 총리 교체로 이어질 수 있는 조기 중의원 선거에 대한 요구로 불붙을 수 있다는 게 커티스의 추론이다.

아베가 오래 버티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본의 우파 경사가 가지는 위험은 엄청나다. 오자와 이치로는 일본이 ‘보통’ 국가가 되기 위해서 헌법 9조를 수정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온 우파 민족주의자다.

때때로 오자와는 그가 일본의 핵 무장화를 선호하고 있음을 아베보다 더 강하게 주창했다. 오자와의 민주당 지도자 선출은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에 3000~4000개의 핵무기를 만드는 게 가능할 정도의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다면, 결코 군사 대국에 의해 패배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연설 이후 이뤄졌다.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와는 별개로, 아베가 총리가 될 때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지난 11월 당 창립 50돌 기념식에서 자민당이 공식 제기한 헌법 9조 수정을 위해 의회의 움직임을 촉진시킬지 여부이다. 수정을 위해서는 중의원과 참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다음 총리가 누구이든, 그가 무엇을 하든, 일본은 이미 헌법 수정을 기다리지 않고도 조용히 ‘보통’ 국가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 관방장관으로서 아베는 고이즈미와 함께 9.11 테러 이후 제정된 ‘반테러 특별조처법’이라는 입법적 보호막에 편승해 일본의 군사력 확장을 가속화시키려 했다.

2006년 해상자위대는 16대의 잠수함과 54대의 구축함과 프리깃함 그리고 109대의 록히드 P-3C 대잠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구축함과 프리깃함의 대부분은 2001년 11월 이후 인도양에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작전중인 미국 함선과 전투기의 연료 재급유를 돕거나 미군에 의해 의심스럽다고 간주된 선박의 나포도 지원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볼 때, 일본에서 우파로의 지속적인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93년 선거에서 야당인 사회당의 몰락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났던 민족주의적인 문화 경향의 성장과 온건파 및 평화주의 세력의 지속적인 쇠퇴이다.

대중문화에서 가장 극적인 예는 ‘망가’ 작가 고바야시 요시노리와 같은 만화 작품의 인기 급증이다. 고바야시는 종군위안부를 탐욕스런 창녀로 묘사했으며 37년 난징대학살을 중국이 꾸며낸 이야기라고 부정했다.

지난 10년 동안, ‘역사교과서 개혁을 위한 소사이어티’는 꾸준히 새로운 세대인 일본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책에 민족주의적 편향을 주입해왔다. 우파의 확고한 힘에 기반한 일본인들의 ‘가슴과 마음’에서의 변화는 예측키 어려운 정치적 군사적 결과와 함께, 다가오는 시대에 일본과 그 이웃 사이에 점증하는 심리적 거리를 확실히 만들 것으로 보인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