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8.21 20:17 수정 : 2006.08.21 20:17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센터 공동소장

세계의창

미국 주택경기의 붐이 식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 지난주 미부동산중개인협회는 26개 주요 도시의 주택 판매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졌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상무부는 신규 주택건설 규모가 최고점일 때에 비해 15% 이상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또 모기지금융협회는 주택구입용 모기지 대출 신청자가 1년 전보다 2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주택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산업 신뢰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1990~1991년 경기침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주택경기 붐의 종료는 미국 경기호황의 종료로 이어질 것 같다. 주택부문은 지난번 경기침체 이후 최근까지 미국경제에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 주택가격의 전례없는 상승은 주택 건설과 판매의 기록적인 붐을 낳았다. 2005년 신규 주택건설은 10년 전에 비해 거의 50%나 늘어났다. 반면, 인구증가는 10%에 그쳤다. 또한 2005년 기존주택 판매는 대략 1995년의 2배 수준이었다. 주택건설과 판매의 급증은 이 부문의 고용 붐을 일으켜 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이런 주택경기 붐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증대를 낳았다. 이는 다시 주택부문을 넘어 전체 경제를 부양하는 결과로 연결됐다. 역사적인 추세를 보면, 주택가격은 다른 가격의 움직임과 보조를 맞춰,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율과 같은 수준의 오름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에는 주택가격이 갑자기 폭등해 인플레이션율을 감안하더라도 50% 이상 치솟았다. 이는 주택시장에서 5조달러 이상의 부를 창조한 셈이다.

소비자들은 이런 부를 토대로 열광적인 속도로 돈을 빌려, 지난 한해에만 주택 담보 대출이 600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런 차입은 지난 5년 동안의 소비 붐에 연료를 공급하는 한편, 저축률이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되도록 내몰았다.

주식시장 붐과 마찬가지로 주택시장 붐은 지속할 수 없는 것이었다. 기술 관련 주식의 신규 공급이 끝내 수요를 초과함에 따라 주식 붐은 붕괴하고 말았다. 기록적인 주택건설 또한 어쩔 수 없이 주택시장의 과잉을 이끌어냈다. 오랫동안 부동산 투기꾼들은 과잉공급되는 주택을 기꺼이 구매하려고 해왔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투기꾼의 주택 구입이 한계에 이르자 재고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현재 재고는 신기록 수준이다) 가격 폭등세는 끝나기 시작했다.

일년 전까지만 해도 주택시장이 붐을 이루던 많은 지역에서 어떻게든 주택을 팔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택을 팔려는 사람들이 구매자의 부대비용이나 일년치 아파트 임대료를 대신 물기도 하고 시장금리보다 낮은 모기지 대출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자신이 모기지 대출 금리 차액을 부담하게 된다) 주택의 진정한 가격을 떨어뜨리는 이런 양보 조처들이 주택가격지수에 반영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주택가격 하락폭은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것보다 상당히 클 것이다.

주택가격의 하락 폭과 속도가 어느 정도일지 지금 시점에서 점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몇가지는 예측할 수 있다. 주택 건설과 판매 규모가 잠재적인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주택 건설은 이미 정점에 비해 15% 떨어졌으며 앞으로 이 정도는 더 떨어져야 안정수준에 이를 것이다. 또 부동산업계의 원동력인 기존 주택판매는 정점에 비해 30~40% 하락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주택매매율이 이전보다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할 이유가 없다. 특히 미국의 인구구조가 상당히 노령화하고 안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다.

게다가 주택가격의 정체 혹은 하락으로 (주택이라는) 한가지 중요한 신용의 원천이 사라짐에 따라 (가계의) 차입 잔치가 갑자기 중단될 것 같다. 이미 이런 신용 위축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 지난 몇달새 신용카드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게 바로 그것이다. 주택을 담보로 필요한 돈을 빌릴 수 없는 가계들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으로 신용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것은 미국경제에 매우 나쁜 소식들이다. 만일 주택 건설과 판매가 잠재적인 수준으로 하락한다면, 이는 2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이 주택담보 대출을 받지못해 빚어지는 소비 감소는 경제에 더 극적인 충격을 낳을 것이다. 금융시장 역시 흔들릴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기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모기지 상환 채무불이행이 전례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거품 붕괴가 전면적이고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은 없다. 미국 경제는 장기적으로는 결국 무역적자 추세의 반전에 의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이런 적자 추세로의 반전은 달러화의 급격한 하락을 부르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의 심화와 생활수준의 하락을 낳겠지만…. 적자 추세 반전은 또한 미국과의 교역 상대국한테는 중요한 수요 원천의 상실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미국 이외 국가에서 수요를 지탱해줄 효과적인 정책이 추진되지 않으면, 미국 주택거품 붕괴 여진은 전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주택거품이 이렇게 위험할 정도로 부풀도록 미국이 허용한 것은 엄청난 실수였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다른 정책기관 종사자들이 이런 경고를 무시해 위기를 회피하기 어렵도록 만든 것은 불행한 일이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