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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8.28 18:36 수정 : 2006.08.28 18:43

사타르 카셈 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세계의창

헤즈볼라 파멸을 목표로한 전쟁의 1라운드가 헤즈볼라의 승리로 끝났다. 1948년 이후 처음으로 “무적의” 이스라엘군이 패배했다. 설상가상인 것은 그들이 아랍 정규군이 아닌 소규모 무장세력에게서 이런 모욕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의 빛나는 이미지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대부분의 아랍인들이 보기에, 용맹스런 이스라엘 병사의 이미지는 사라져 버렸다. 이스라엘은 아랍인들의 마음에 공포와 두려움의 감정을 심기 위해 과거에 만들어낸 이미지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제 이런 심리적 구조물은 대부분 붕괴됐다.

승리와 패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짚고 넘어가야 겠다. 이스라엘이 여러번 반복해 발표한 것처럼,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켜 무장조직으로서의 기능을 파괴하고 두명의 이스라엘 포로를 석방시키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헤즈볼라에게는, 타격을 입지 않고 이스라엘의 공격을 버텨내며 이스라엘 포로와 레바논·아랍 포로들의 교환을 요구하는 것이 승리를 의미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지지를 받는 이 조직을 끝장내고, 레바논 정부와 정치적 합의 같은 걸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헤즈볼라쪽에서 보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실패로 만들겠다는 것 이상의 목적을 주장한 적이 없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 전쟁에서 세계화와 ‘새로운 중동’과 관련된 훨씬 폭넓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두 나라는 ‘중동평화를 위한 마드리드 협상’이 열린 91년 이후 새로운 중동(혹은 거대한 중동) 구상을 계속 선전해 왔다. 그들은 중동지역을 정치·사회·경제적으로 그들의 비전에 따라 재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비전이란 미국식 민주화와 신자유주의를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미국의 비전에 따른 것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전세계의 리더가 되고 이스라엘은 중동의 지도국가가 될 참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꼭두각시 아랍정권들과 거액의 미국 지원금을 받고 민주주의나 인권 센터에서 미국식 사상을 전파시킨 수천명의 지식인들을 통해 이런 목표에 맞는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그들은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중동 사람들이 자유를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진심으로 자유와 인권의 깃발을 들었다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랍 대중의 80% 이상이 미국을 믿지 못하며 98% 이상이 이스라엘을 믿지 않는다.

미국은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목표를 실현하는 데 실패했으며, 풍부한 석유를 가진 중동지역에서 자신들의 열망을 되살릴 성공 사례를 물색하는 중이다. 그 때문에 미국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벌이도록 했고, 유엔 안보리가 정전 결의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임무를 완수하는 데 열흘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수긍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나는 다음 전쟁이 멀지 않아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두 국가는 제국주의적 태도를 가지고 있으며, 참여와 협력이 아닌 지배의 가치를 믿는다. 양국 모두 중동에서 큰 타격을 입은 상태이며, 그들이 쓴 패배를 삼키고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헤즈볼라의 성공은 ‘이란-시리아-레바논’ 축의 떠오르는 힘을 확인시켰다. 이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이 축을 심각하게 고려하면서 협력할 뜻을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전쟁 초기, 22개 아랍국가중 19개 정권이 헤즈볼라가 쉽게 패배할 것으로 여기며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계속하도록 고무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전쟁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이기 시작하자 이들은 특히 유엔에서 레바논에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19개 국가의 충성은 미국편과 이란편으로 분열될 것이다. 아랍국가중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헤즈볼라편에 섰던 시리아는 아랍권에서 힘을 얻을 것이고 영향력도 확대될 것이다.

전쟁의 결과는 아랍 정권들을 내부적으로 약화시킬 것이다. 아랍 민심은 더 큰 용기를 얻어 독재체제에 맞설 것이고 정권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 알카에다나 하마스 같은 수니파 저항운동도 더 활발하게 조직원을 모을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에 호응할 것이다. 즉, ‘새로운 중동’은 아랍이나 이슬람식으로 등장할 것이고,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현재 환경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아랍권에서 절대적인 지배권과 우월한 지위를 재확립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유엔 안보리는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적절한 장소가 아니며, 전장이 그런 무대가 될 것이다. 그들이 지배권을 재확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전적인 동맹세력중 몇몇 세력에 대해 신속하고 극도록 파괴적인 전쟁을 벌여 이전의 세력균형을 재확립하는 것뿐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를 위해 그들의 정보원을 강화하고, 레바논 민간인에 대한 폭격을 빼면 헤즈볼라에 대해선 별 효과가 없었던 공군력 문제는 극복할 방법을 찾고, 탱크의 전투 능력을 향상시킬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됐다고 느낄 때, 그들은 헤즈볼라에 대한 전쟁을 벌일 것이다.

이란과 시리아, 헤즈볼라도 현재의 성과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적국의 공군력 우위를 극복하고, 대전차 미사일 기능을 향상시키고 이스라엘제 탱크의 성능이 향상되는 데 대비해 이를 극복할 방안들을 찾으려 할 것이다.

나는 다음번 전쟁은 더욱 치열할 것이고, 아마도 시리아가 개입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누가 이길 것이냐고? 한국 독자들은 지난번 전쟁 초기부터 필자가 ‘헤즈볼라가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던 것을 알 것이다. 다음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은 패배할 것이며 골란고원(이스라엘이 67년 중동전쟁에서 빼앗아 점령·합병한 시리아 남서부 구릉지대)에서 쫓겨나게 될 것이다.

사타르 카셈 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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