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0.16 20:16
수정 : 2006.10.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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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히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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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북한 핵실험 발표 충격이 계속되고 있다. 얼씨구나 하고 강공책을 내놓은 것이 일본의 아베 새 정권이다. 나카가와 쇼이치 자민당 정조회장은 즉각 “일본의 헌법도 핵 보유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며 일본 핵무장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며, 핵무장을 포함한 군사력 강화의 목소리도 높아갈 뿐이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일본인이 실제 전쟁에 휘말리는 것 아닌가 하고 불안을 실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 예외가 있다. 오키나와다. 이달 들어 오키나와에 미국 육군의 지대공 요격미사일 패트리엇3(팩3)의 배치가 강행됐다. 북한이 핵실험 실시를 발표한 9일, 미사일 본체 24기를 실은 수송선이 오키나와현 우루마시의 덴간바시에 입항했다. 11일 오키나와현 경찰 기동대는 항의농성을 하는 시민들을 끌어내고 미사일을 가데나기지로 수송했다.
팩3의 배치에 반대하는 것은 시민단체만이 아니다. 미군 기지가 있는 지자체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한다. 일·미 정부는 팩3이 북한 등의 공격에서 오키나와를 지킨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지키는 것은 미군 기지다. 오키나와는 오히려 팩3의 배치로 ‘적’의 공격 목표가 돼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닌가. 오키나와는 일찍이 태평양전쟁 말기처럼 또다시 ‘본토 방위의 사석’이 되는 것은 아닌가. 오키나와는 일본의 패전 뒤 일본에서 떼어내져 미군의 통치를 받았다. 일-미 안보조약에 따라 미군의 우산 아래에 들어간 일본에게는 냉전 시절 동아시아 최대의 미군 기지인 이 섬이 본토 방위의 사석과 같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2년 오키나와의 일본 복귀 뒤에도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오키나와에는 지금도 주일미군 기지의 75%가 집중돼 있으니. 이라크 전쟁이든 북한 핵실험이든 미군이 긴장하면 오키나와 전체가 ‘전시 아래’에 놓인다. 팩3의 배치로 오키나와가 ‘적’의 공격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군 기지가 집중해 ‘적’을 향한 미사일이 원래 배치돼 있다. 핵무기조차 은밀하게 반입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오키나와는 지금까지 항상 공격당할 것이라는 불안과 함께 존재해 온 것이다.
오키나와가 일본 본토 방위의 사석이 될 것을 강요하는 것이 일본 정부이며, 그것을 지지하는 쪽이 ‘본토’(야마토)의 일본인이다.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본토 일본인은, 광대한 미군 기지를 보고 이것은 미국의 식민지가 아닌가라고 느낀다. 그럼에도 일-미 안보조약을 맺어 미군에 기지터와 편의를 제공할 뿐 아니라, 기지의 75%를 오키나와에 집중시킨 것은 일본 정부다. 그런 현실을 용인하는 게 야마토의 일본인이다. 이런 의미에서 오키나와는 ‘미국의 식민지’라기보다 ‘일본의 식민지’라고 말해야 하지 않는가.
필자도 야마토 일본인의 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나도 아무리 이 현실을 부조리라고 느껴 오키나와의 군사요새화 반대 주장을 폈다고 해도, 실제 이 현실을 바꿀 수 없는 한 가해자의 한 사람이다. 오키나와 미군 기지 집중에 반대한다면, 적어도 본토에서 기지를 평등하게 부담하거나 일-미 안보 체제 그 자체에 반대하는 길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결국 그것은 본토 복귀 때 많은 오키나와인들이 바랐다고 하는, 평화헌법을 오키나와에서 실현하는 것, 그리고 일본 전체를 명실공히 평화헌법에 어울리는 나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발표로 미국과 일본이 대북 압력을 강화해 북한의 ‘폭발’을 재촉하고, 그 결과 남북 동포들이 큰 피해를 보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중대국면이 왔다.
다카히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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