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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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거둔 승리로 조지 부시 대통령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미국의 국내외 정책이 달라질지는 명확지 않다. 민주당은 가까스로 상하 양원의 다수파가 됐고, 의석수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산시키기에 부족하다. 민주당 내부는 대부분의 쟁점을 놓고 견해가 갈라져 있다. 공화당처럼 산업계의 로비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부시의 권력을 견제할 것이다. 부시가 내세운 주요 정책의 하나인 사회보장제도 민영화 계획은 현재 거의 사장된 듯 보인다. 부시가 2005년 이 계획을 발표했을 때 반발이 거셌다. 이를 지지한 의원들 중 일부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부시 정부가 2010년까지 연장한 감세정책도 더는 연장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무역 성향이 강한 민주당의 의회는 새 무역협정들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미국과 무역 협상을 할 때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미 부시는 지난해 마지막 회기에서 무역협정을 통과시키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새로 당선된 민주당 의원들 다수는 선거에서 무역협정 반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애초 무역협정을 지지하던 많은 이들도 태도를 뒤집을 방법을 찾을 것이다. 미국이 갑자기 무역 장벽을 설치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새로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대한 지지는 거의 없으며, 양자간 협정도 의회에서 반대에 부닥칠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교착상태가 될 것이다. 현재 한국과 교섭이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새 무역협정은 의회에서의 통과가 불가능하진 않다. 그러나 이는 매우 거센 반대에 부닥칠 것이다. 중간선거 결과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곳은 이라크전이다. 미국인들은 이 전쟁에 인내력을 잃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현재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설과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 연계설이 침공을 정당화하고자 호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부시는 짧고 빠른 전쟁을 약속했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이라크 전쟁은 터진 지 4년이 되어간다. 미국인들 다수는 미군의 조기 철군 방침을 지지한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전쟁에 강력히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주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진지한 대안 제시 없이 부시의 전쟁 수행을 비난하기 위한 근거들만 찾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끄는 의회는 부시의 전쟁 수행을 두고 조사를 벌일 수도 있고, 철군 일정을 앞당기게 할 프로세스를 진전시킬 것이다. 의회에서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보유설과 알카에다 연계설 등 전쟁 전에 잘못된 정보, 침공과 점령 과정에서 벌어진 잘못된 군사작전, 미군과 이라크인 협조자들이 저지른 수감자 인권 탄압, 군수품 조달 계약 비리 등과 같은 쟁점을 폭넓게 검토할 것이다. 이 조사는 반전 여론을 불지필 것이다. 이때쯤이면 민주당 지도부도 미군 철군을 지지할 준비가 될 것이다. 미군 철군은 새 대통령 임기를 시작할 때까지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군하면, 이라크 안에서 피바람은 당장 더 거세질 듯하다. 이라크인들의 운명은 미국 정책에서 중요시되지 않았다. 정보를 잘 알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종종 미국의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을 미국의 동맹들이 깨닫는다면 값진 교훈을 얻는 것이다. 미국 정책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은 모든 이들을 초라하게 만들고 매듭지어질 것이다.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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