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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8 18:16 수정 : 2007.01.28 18:19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철학

세계의창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4일 이세신궁을 참배하고 6일에는 메이지신궁을 참배했다. 현직 총리의 메이지신궁 참배는 모리 요시로 총리 이후 6년 만이다. 애초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총리의 책무’라고 주장해 온 아베 총리지만, 언론은 중국 수뇌의 일본방문을 앞두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당분간 곤란하므로 대신 메이지신궁을 참배해 보수층의 마음을 다독이려는 것 아니냐고 보도했다.

이세신궁, 메이지신궁은 일찍이 야스쿠니와 함께 국가신도 중 세 곳의 핵심을 형성한 신사다. 총리의 이번 참배는 야스쿠니 참배와 마찬가지로 일본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했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총리가 이세신궁이나 메이지신궁을 참배해도 ‘헌법 위반’이라는 비판은 그다지 드세게 일지 않는다. 특히 이세신궁의 경우, 총리의 연두참배가 마치 ‘하쓰모우데’(일본인들이 새해 들어 처음으로 신사에 참배하는 풍습)처럼 받아들여져 연례행사화하고 있다.

‘만들어진 전통’이란 말이 있다. 우리들이 예부터 자연스럽게 ‘전통’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 많은 경우 실은 비교적 새롭게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나타내는 말이다. ‘만들어진 전통’ 중 최대의 것은 신화이리라. 패전 전 일본에서는 〈고사기〉나 〈일본서기〉의 기술에 따라 신무천황의 건국신화를 마치 역사 사실인 듯 학교에서 가르쳤다. 1940년은 신무천황 건국으로부터 마침 2600년째 해에 해당한다고 해서 정부 주도로 ‘기원 2600년제’의 경축행사가 대대적으로 치러지고, 다음해부터 태평양전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신무천황의 건국신화는 기원 4세기께 이뤄진 야마토 조정이 자신들 통치의 정당성을 나타내고자 ‘전통’이라고 만들어낸 이야기이지 사실로 실증된 바는 아니다.

신사는 일본인에게 가장 가까운 ‘전통’의 하나다. 유서 깊은 유명 신사라면 반드시 ‘오래된 전통’이 있을 터라고 일본인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헤이안신궁(교토)과 가시하라신궁(나라)도 그 유래를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마치 고대부터 면면히 이어지는 전통의 정화라는 아취를 풍긴다. 그러나 실제 창건연도는 헤이안신궁은 1895년, 가시하라신궁은 1870년이다. 모두 ‘근대’의 발명품이다.

아베 총리가 참배한 메이지신궁은 매년 첫 참배객이 300만명에 이르는 등 일반인에게 친숙한 곳이다. 하지만 이 곳이 메이지 천황을 신으로 모시는 신사라는 것을 모르는 젊은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총리의 이세신궁 참배도 전후가 꽤 지나고 ‘만들어진’ 전통이다. 전후 1955년 하토야마 이치로 총리가 행했던 것이 최초다. ‘연례화’는 1967년의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이후에 불과하다.

아베 총리는 보수 정치가답게 ‘전통문화의 존중’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에 발효된 신교육 기본법에도 “전통과 문화를 존중해 그것을 키워 온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하는 태도를 함양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위정자가 국민을 향해 전통의 존중을 내세울 때, 그 전통이 정치적 의도로 ‘만들어진’ 것인지 여부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면 완전히 당하게 될 수도 있다.

처음에 언급한 정교분리의 관점에서 말하면 총리가 이세신궁과 메이지신궁을 연속 참배한 것은 야스쿠니신사에 한 번 참배한 것보다도 질이 좋지 않다. 연속 참배는 총리가 신사 신도라는 특정 종교와 특별한 관계를 갖는다는 인상을 더 강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올해 야스쿠니신사도 참배한다면, 국가 신도 중 세 핵심 신사에 참배하게 돼 심각한 헌법 위반이 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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