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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4 18:06 수정 : 2007.02.04 18:06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의창

10여년 전 한국에서 500만부 이상 팔렸고 영화로도 성공했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남북한은 한일전쟁에서 남한을 구할 핵무기 개발에 협력한다. 미국과 일본에서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남북한의 평화적·군사적 핵협력 아이디어는 5~10년 안에 공상에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기능 장애에 빠진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심하게 갈라져 있다. 한쪽은 금융제재를 통해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살하려는 강경파들이다. 다른 한쪽은 핵 동결을 넘어 플루토늄 핵프로그램을 해체하고 무기급 우라늄농축시설의 개발을 배제한 포괄적 비핵화 합의를 북한과 협상하고자 하는 실용파다. 포괄적 합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하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이후 처음으로 일본의 핵무기 개발 여부에 대한 공개토론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들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여론형성 캠페인의 하나로 북한을 악마시하는 데 납치 문제를 체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최근 베를린회담에서 미국의 에너지 지원을 제시한 대가로 비핵화의 첫 단계인 동결에 합의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관계 정상화를 향한 지속적인 움직임이 없다면, 북한은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해체할 것 같지는 않다. 6자 회담이 동결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미국의 차기 정권이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를 끝마치게 될 2009년 말까지 제한적인 결과에 매달려 지지부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북한의 강경파들은 핵무기 개발을 계속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나는 조-미 의학과학교류촉진회 회장으로 북한을 왕래한 재미 한국인 박문재 박사의 최근 제안을 보면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떠올려 봤다. 박 박사는 한국전에 마침표를 찍는 평화협정이 체결되었을 때 “북한은 기존의 핵무기뿐 아니라 핵시설을 남북한 정부의 공동 소유·관리 아래 두겠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통 큰 제안은 남한 보수층의 핵 위협감과 서방 동맹국들의 북핵 이전 우려를 줄이는 이중의 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런 이상주의적 생각은 평양과 서울 양쪽에서 웃기는 얘기라고 무시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장기적 추세에서 볼 때 남북한 핵협력은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작전통제권이 반환돼 한-미 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고 유엔사령부도 해체되는 상황을 가정하자. 그러면 김대중 대통령의 제안과 1989년 노태우 대통령의 ‘한민족공동체’의 요소들을 결합한 느슨한 연방제를 논의하는 데 필요한 남북한 긴장완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연방제 틀 속에 체계적인 경제협력이 제도화할 수 있다. 평화적 핵협력은 에너지협력의 일부가 될 것이다. 남한이 보유한 높은 수준의 핵프로그램은 그런 협력의 협상에 강력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특히 핵무장한 일본의 위협 증대 등 장래의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서는 남북한간 군사적 동반자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립적 완충국가로서 통일한반도가 동북아의 안정에 기여하고,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종식되기 전까지 연방제 구상까지도 반대할 것이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은 연방제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다음 세대까지 통일을 포기할 것인지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미국도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핵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현재 북한의 핵무기를 나중에 통일한반도에 넘길 것인지 딱 부러진 선택을 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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