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25 18:32
수정 : 2007.02.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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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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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미국 행정부는 어려운 시기가 되거나 명백한 실패를 경험하면서 정책을 재검토할 때면 실용주의적인 경향을 보인다. 지금 미국의 중동정책은 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이스라엘은 지난해 여름 레바논 남부에서 패퇴하고,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는 지난해 초 미국이 선호하는 파타당을 선거에서 눌렀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힘을 얻어가고, 아프가니스탄의 미군은 강력해지는 적의 화력 앞에 놓여 있다. 이란에 대한 위협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 미국은 그 중에서도 이라크에서 임박한 군사적 패배 가능성을 가장 곤혹스러워한다. 전사자가 느는 동안 군의 사기는 떨어지고, 미국 내 여론의 압력은 높아졌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전반적인 중동 전략과 맞아떨어질 이라크 전략을 짜고 있다.
이런 전략의 주요 특징을 언급하기 전에, 미국이 실제 생각하는 것은 새 전략이라기보다는 새 전술에 가깝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내가 검토한 자료들로 판단하건대, 새로운 전략이라고 말하기에는 한참 떨어진다. 미국 행정부가 논의 중인 방안과 그 배경은 이렇다.
첫째, 병력을 늘려 이라크 저항세력이 두려움을 갖게 하고, 이들을 강력한 화력으로 제압한다. 한꺼번에 더 많은 지역에 미군을 배치해 작전효과를 높인다.
둘째로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와 시아파 민병대들로부터 위협받는 수니파의 민심을 얻을 노력을 편다. 날마다 벌어지는 수니, 시아파 무장세력들의 집단학살극 속에, 수니파 쪽이 잔인한 살해 위험에 상대적으로 더 노출돼 있다. 수니파가 주류인 아랍 정권들은 이에 자극받고, 그들의 국민들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부 아랍 정권들은 미국이 수니파의 고통에 눈감는다고 불만을 표출하면서 수니파 보호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한다.
셋째, 이라크 정부를 엄하게 통제해 양대 종파에 공평한 정책을 펴게 하고, 시아파 민병대를 포함한 모든 무장세력을 단속하도록 한다.
넷째로 이란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이라크가 이란의 동맹이 되지 않게 한다. 미국과 아랍 정권들은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그것이 불러올 위험을 인식하고 있다.
이런 주요 조처들과 나란히 중동 전체 차원에서 미국이 취하려는 조처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같은 곳에서 내부 갈등을 조장한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같은 조직의 힘을 뺀다.
둘째, 시아파에 대한 증오에 불을 붙여 장기간 이어질 종파간 전쟁을 벌이도록 아랍 정권들을 부추긴다. 중동 사람들은 수니-시아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다.
셋째, 이란이 주변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고립시킨다. 미국은 아랍-이스라엘 분쟁 해결과정에서 서구의 입장을 받아들이도록, 팔레스타인에 대한 재정지원을 지렛대로 하마스를 압박해 왔다. 또 이란제 무기를 갖춘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위해 레바논 정부를 지원한다.
끝으로, 이란의 핵개발을 막도록 아랍 정부들을 독려하는 것이다. 아랍 국가들의 길거리에서 이란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는 미국이 아랍권과 이란 사이의 전쟁 발발을 원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런 정책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중동 정세는 미국의 바람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동인들은 미국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에 저항하는 움직임도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뒤짚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미국은 중동 사람들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 협력하고자 한다면 지금보다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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