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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08 17:21 수정 : 2007.04.08 17:21

저우창이/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세계의창

최근까지 중국 관리들의 업적을 재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자오상인쯔’(招商引資)였다. 관리들의 점수는 외자 도입, 공장 건설, 일자리 창출, 재정수입 실적 등에 달려 있었다. 지난 20년 동안 이 일은 지방정부 관리들의 제일 중요한 업무였다.

이 때문에 지방 관리들은 외국 기업과 투자 유치단을 조직하느라 바쁘다. 성장(省長)이나 시장이 유치단을 이끌고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홍콩·마카오·대만 등 부자들이 많은 곳을 찾아가 직접 유세를 하기도 한다. 그 실제 효과야 어떻든 언론 매체와 정부 보고서의 성적표는 찬란하기 그지없다.

그러다 보니 차를 몰 때 제일 많이 눈에 띄는 도로표지가 바로 ‘개발구’ 안내판이다. 관리들은 개발구를 건설한답시고 농작물을 파헤치고 농민들을 이주시킨 뒤 자본가들에게 헐값에 토지를 넘긴다. 중앙 정부는 물론, 시·현 정부도, 향·진 정부도 온통 개발구를 건설하느라 법석이다.

백성들도 이 전쟁에 뛰어든다. 관리들은 외국 자금을 끌어오면 10%를 상금으로 떼주겠다며 사람들을 꼬드긴다. 상금에 탐이 난 사람들은 머리를 쥐어짜다 못해 족보를 뒤져 국외에 있는 친척들까지 찾아나선다. 50~60년 전 혁명을 피해 국외로 간 친척이나 친구들에게도 손을 벌린다.

그리하여 상금으로 떼돈을 번 벼락부자들이 태어났다. 100만위안(약 1억3000만원)을 끌어오면 10만위안을 상금으로 챙기게 되니 부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졸부들의 대다수는 관리들이다. 상금을 타면 관리들에게 다시 일정액을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애초 상금을 탈 수 없다.

관리들은 투자 환경을 정비한다며 외국 기업에 엄청난 특혜를 준다. 중앙 정부는 외국 기업의 세금을 장기간 감면해 주고, 지방 정부는 여기에 다른 특혜까지 얹어준다. 공장 근처에 홍등가를 만들어 주거나, 투자 금액에 따라 관직을 주기도 한다. 자본가들이 하루아침에 정부의 과장, 국장, 부장이 되어 위세를 떨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관리들은 심지어 공장에 ‘정부 중점보호 기업’이라는 간판을 달아주기도 한다. 정부가 특별히 보호하는 곳이니 공안이나 검찰 등은 출입하지 말라는 호신부다. 자본가들에게 ‘조계’를 내주는 것이나 진배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의 권익은 여간해선 찾아볼 수 없다. 압박과 착취, 차별과 모욕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노동자들을 범죄자처럼 쇠창살 안에 가두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요즘 같은 개명천지에 중국에서는 소나 말처럼 힘들게 일하고도 개나 돼지처럼 굴욕스럽게 사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여 외국 자금이 들어오고 경제가 발전했다. 정부의 재정 수입도 증가했고, 인민의 수입도 늘어났다. 그러나 동시에 강물이 썩고, 물고기가 죽고, 공기가 오염됐다. 호흡기 질병이 많아졌고, 경시받고 상처받은 농민과 농민공들의 원한이 쌓였다. 한마디로 경제는 발전했지만 사회는 더욱 부조화에 빠졌다.


정부는 이제 ‘조화로운 사회’를 강조한다. 옛날에는 발전이 지상 목표였지만, 지금은 조화로움이 최고의 원칙이다. 경제 지표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껍데기만 남은 개발구를 정리해 남은 토지를 농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도 중시하기 시작했다. 일부 외자기업과 민영기업에선 공회(노조)가 노동자들을 대표해 자본가들과 임금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기도 한다. 원시적이고 유치했던 외국 기업과 자본 끌어들이기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저우창이/중국 월간 <당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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