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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15 17:27 수정 : 2007.04.16 00:49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세계의창

북한의 완전 비핵화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 중지에 앞서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 반환에 집착한 것은 2·13 합의 이행의 단계마다 엄격한 ‘동시 이행’을 고집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란의 핵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보다는 북한의 핵 개발을 포기시키는 게 훨씬 쉽다. 이런 점에서 동북아시아보다는 페르시아만에서의 군사적 폭발 위험성이 훨씬 크다.

앞으로 10년 안에 북한보다도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데는 두 가지 중요한 근거가 있다.

첫째, 석유자원이 풍부한 이란은 북한처럼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협상할 필요가 없다. 둘째, 이란은 역사적·민족적으로 강대국 지향이 강하다. 대조적으로, 한민족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고 그들한테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 우선한다. 김정일은 미국의 군사적·금융적 압박을 끝내고 싶기 때문에 핵 개발을 추진한 것이다.

처음부터 이란의 핵 야망에는 강대국이라는 위상 추구가 깔려 있었다.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 전 국왕은 33년 전 미국과 유럽 회사들의 은밀한 도움을 받아 핵 개발을 시작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세운 괴뢰정권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싶어한 팔레비 정권은 옛 페르시아제국의 역사적 기억들을 되살리며 야심차게 군사력을 강화해 나갔다.

이 얘기는 내가 1978년 테헤란을 방문했을 때 당시 이란 외무차관이던 자파르 나딤에게서 들은 것이다. “핵 개발은 아랍에 대한 페르시아의 기술적 우위의 상징이 될 것이다. (아랍한테서) 우리가 응당 받아야 할 존경을 받게 하는 데 도움을 될 것이다. 우리 페르시아인들은 유구하고도 매우 선진적인 문화를 지녔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모욕과 침략의 희생양이 돼 왔다.” 2005년 당선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도 핵 개발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대중적 반감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

내년 미국 대선 이후 핵 개발을 놓고 미국과 이란이 ‘대흥정’을 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과 이란의 경우 모두, 미국이 양국에 대한 핵무기 불사용을 확실히 보장하지 않는 한 동결을 넘어 완전한 비핵화로 갈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이 남한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북한에 대한 핵무기 ‘선제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주 중요하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전제조건으로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거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북한은 제네바합의 3조 1항에서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는다는 공식적 보장을 제공한다”고 약속한 뒤에야 핵 동결에 합의했다.

남한에 대한 핵우산을 제거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법은 한반도 비핵화지대 실현에 6자가 합의하는 것이다. 미국·중국·러시아가 한반도에서 화생방 무기의 사용을 배제할 것, 남북한도 그런 무기를 개발하거나 배치하지 않을 것, 이런 약속 이행에 필요한 국제사찰을 허용할 것에 합의하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필수적이다.


이란은 1974년 처음으로 중동과 페르시아만을 비핵지대화하자고 제안했고, 이후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를 따랐다. 그러나 이의 철저한 이행을 위한 진지한 협상이 시작되기 위해선 미국의 지지가 필수적이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핵무기 능력을 인정해야 하지만, 여기에는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란과 북한이 안전보장을 확신하게 만들려면 미국은 그 지역의 비핵지대화 지지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미국이 남한과 이스라엘을 위해 핵무기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안보공약에 집착하는 이상 이란과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약속은 의미가 없다.

셀리그 해리슨/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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