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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29 18:29 수정 : 2007.04.29 18:29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세계의창

프랑스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다시 뉴스에 오르고 있다. 상당수 보도는 프랑스의 경제침체, 또 경제를 더 미국적으로 개조하는 게 절실하다는 데 할애되고 있다. 그러나 자료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런 접근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가 무척 관대한 복지국가 체계를 갖추고 있고, 노동자들이 휴가를 오래 즐기고 근무는 짧게 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여건이 프랑스 경제를 재앙의 길에 올려놨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 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프랑스의 생산성을 미국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생산성을 삶의 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로 삼는다. 생산성을 따져보면, 프랑스의 생산성은 미국이 1995년 이후 누렸던 생산성 붐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져 왔다. 프랑스는 미국의 약 절반의 돈을 의료에 쓰지만 평균 수명은 더 길고, 유아 사망률은 더 낮다. 의료비용 폭증은 미국 경제와 정부의 재정능력을 위협하고 있지만, 정치체계가 심각하게 부패한 탓에 중대한 의료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프랑스는 이런 문제가 없다. 현재 재정적자를 안고는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1~2% 수준으로 얼마든지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6% 수준을 맴돌고 있다. 지속되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 미국은 국내총생산의 25% 이상을 빚지고 있는 국제 채무자지만, 프랑스는 여전히 국제 채권자다.

거의 9%인 프랑스 실업률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 인식보다 문제는 더 복잡하다. 25~44살의 취업률은 미국보다 사실 조금 높다. 가장 큰 차이는 젊은층과 노령층 노동자다. 두 경우 모두에서 낮은 취업률은 대부분 의도적인 정치적 결정에 따른 결과다. 젊은층의 경우, 프랑스 대학 학비는 거의 무료이며, 대부분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있다. 미국 대학생들에 비해 일할 필요가 훨씬 적은 것이다. 미국과 달리 프랑스 노령 노동자들은 의료보장을 받기 위해서 일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분명 프랑스 경제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이민자 실업률이 일부 지역에서 40% 가까이 이르는 등 무척 높다. 프랑스는 이민자들을 자국 사회로 통합시키고 경제적 번영을 나누는 일을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 간단한 답은 없지만, 프랑스 이민계층을 통합하는 문제와 프랑스 경제체계에서 생겨나는 문제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프랑스 경제와 이민계층을 모두 도울 수 있는 경제정책은 유럽중앙은행이 통화확대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보다 일관되게 소극적이었다. 미국과 유럽 경제는 2001년 경기부진을 겪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이자율을 크게 낮춰, 2003년 봄 단기 변동금리를 연 1%로 떨어뜨렸다. 유럽중앙은행은 이자율을 낮추는 데 훨씬 느렸고, 연 2% 이하로 한 번도 끌어내리지 못했다. 국제통화기금(IMF)조차 금리가 높다고 유럽중앙은행을 비판했다. 중앙은행이 이런 소극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많은 유럽국가들이 미국보다 실업률이 높고 경제성장이 낮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다른 많은 나라들이 그렇듯, 프랑스도 그 나름의 경제적 문제가 있다. 그러나 프랑스 경제는 절벽에서 떨어질 처지는 아니며 많은 기준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이지, 프랑스 복지국가 체계나 프랑스 사회의 침체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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