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03 18:10
수정 : 2007.06.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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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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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60년 동안 나라를 잃어버린 상태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둘러싸고 이견이 극심하다.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의 ‘대부’로 자처해온 온건파 파타는 협상이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회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이슬람주의 단체로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한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힘으로 말하는 것만 이해한다고 믿고 있다. 이 두가지 완전히 다른 견해 사이에 각양각색의 태도들이 공존한다. 이 모순되는 태도들이 지난 40년 동안 그토록 많은 내부 분쟁과 교전을 일으켰다. 대학 캠퍼스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일부 학생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스라엘인들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한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총을 쏘기 시작하면, 모든 학생들이 대항하게 되고 팔레스타인 내부의 문제는 잠시나마 잊어버리게 된다.
이 전술이 지금 가자에서 사용되고 있다. 현명하지 못하게도, 그리고 쇼비니스트적(맹목적 애국주의) 시각 때문에 하마스는 도덕적·물질적 안녕을 갉아먹는 내부 분쟁에 휘말려 버렸다. 하마스 지도자들은 잘못된 전술을 택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 잘못된 전장에서 물러서지 못하고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공격을 계속하는 결정을 내렸다. 가자지구에 가까운 이스라엘 정착촌 위로 미사일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정교한 첨단 미사일은 아니다. 하마스의 미사일이란 대장장이가 만든 원시적 장비다. 이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사용하는 ‘최신형’ 미사일들의 사정거리도 20㎞, 무게는 10㎏ 정도밖에 안 된다. 게다가 정확도는 형편없어서 종종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떨어지는 일도 있을 정도다.
이스라엘인들은 안보에 목숨을 건다. 이스라엘은 유럽에서 살던 유대인들이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느꼈기 때문에 건설됐다. 중동에 와서도 그런 불안이 남아 있다면 이스라엘은 존재 이유를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돌을 던지며 무력한 저항을 하는 것에 항상 과도하게 대응한다.
하마스의 계산은 맞았다. 미사일을 쏘자 이스라엘은 곧바로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공습을 시작해 열흘 동안 50여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다. 팔레스타인의 내부 분쟁은 멈췄고 무장세력도 사라졌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하마스는 이익을 얻었다. 팔레스타인 내부 분쟁이 이스라엘의 공격보다 더 심각한 유혈사태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내부 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수치스러움 때문에 괴로워했고, 이스라엘에 맞서며 자부심을 느꼈다. 내부 다툼에서 숨진 이들은 인정받지 못하지만, 이스라엘에 살해된 이들은 순교자로 받들어진다. 내분은 분열과 사기저하로 이어지지만, 이스라엘과 맞서는 것은 팔레스타인인을 단합시키고 사기를 높여준다. 하마스와 다른 몇몇 조직 지도자들은 희생이 불가피하다면 적과 맞서는 전장에서 희생되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분명 파타는 이런 사태 전개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파타 지도자들은 하마스의 미사일이 이스라엘에 별 해도 끼치지 않으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치르는 대가는 매우 크다고 비판하면서, 하마스는 이 원시적 퍼레이드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파타는 소속 무장요원들을 가자의 거리에서 철수시켰고, 검문소도 사라졌다. 이것이 하마스가 원했던 결론이다.
잠시나마 내부 분쟁은 멈췄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저항단체들 사이에 모종의 휴전을 이뤄내려는 협상들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다. 하마스는 휴전이 상호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스라엘은 테러가 먼저 멈춰야만 한다고 한다. 휴전에 대한 이런 오래된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반복되고 있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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