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6.24 18:19
수정 : 2007.06.24 18:19
|
셀리그 해리슨 미국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
세계의창
북한과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또 다른 한국전쟁이 일어날 위험은 점점 줄고 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폭발력이 큰 지역은 동북아가 아니라 페르시아만이다. 이곳에서 머지않아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미·일이 대북 군사적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보다 훨씬 크다.
얼마 전 1주일 동안의 테헤란 방문에서, 이란의 외교·국방 정책과 이란 핵 프로그램 관련 정책 결정들이 대중선동가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 측근의 실용주의적 전문가들과 국가안보최고회의가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아마디네자드의 반이스라엘·반미 구호를 들으면 이란과의 화해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란 핵 협상가인 알리 라리자니가 최근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핵 협상 대표와의 마드리드 비밀 협상에서 제시한 핵 문제 해결 조건은 이란의 화해 의지를 보여준다.
테헤란에서 만난 여러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라리자니의 제안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아래 이란과 유럽, 다른 외국 기업들이 참여해 공동 통제하는 다국적 컨소시엄이 이란 안에서 전력 생산을 위한 우라늄 농축을 하자는 내용이다. 일부 유럽연합 국가들은 이 제안이 마음에 들었지만, 미국은 이란이 미래 어느 시점에서 외국기업들을 쫓아내고 농축시설을 국유화한 뒤 이 시설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란은 또한 이 협상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증을 받지만 자체적으로 통제하는 연구개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싶어한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는 특히 이 연구개발 요구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이란의 컨소시엄 제안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유럽연합의 압력에 굴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미국이 이란 ‘정권 교체’를 추구하는 정책을 끝내고 미국 중앙정보국과 국방부가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불안정하게 만들려고 벌이고 있는 비밀작전들을 중지한다면, 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과 이란의 협력이 점차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최근 바그다드에서 열린 이란-미국 협상에서 이란 대표단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페르시아인 망명자 무장단체인 ‘무자헤딘 에 칼크’(MEK)가 저지르고 있는 파괴, 간첩 행위, 암살 임무에 초점을 맞춰 거론했다. 이란은 무자헤딘 에 칼크의 군사기지를 요르단이나 모로코로 옮기겠다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측근이 말했다. 이란이 요구한 완전한 무자헤딘 에 칼크 무장해제는 미국이 이란과 화해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주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란에 대한 새로운 정책에서 미국은 이란 온건파와 개혁파들이, 언론이 외국의 앞잡이로 낙인찍히게 만들 미국의 “도움” 없이 자신들의 방법과 속도로 민주화 진전을 위해 활동하도록 놔둬야 한다. 유엔 제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 국제금융 시스템과 이란 은행의 거래를 차단하려는 시도들, 최근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페르시아만 지역 방문에 때맞춰 실시한 서툰 무력시위 같은 핵 문제에 대한 압박전술은 이란 안 강경파들을 강화시키고 있다. 체니가 도착하기 직전 미국은 핵을 탑제할 수 있는 군용기들을 실은 항공모함 두척을 이란 해안 150마일 지점에 배치시켰다. 국가안보최고회의 보좌관이자 전 국방차관인 알리 레자 악바리는 “당신은 그 항공모함들에 핵무기가 탑재되지 않았다고 우리에게 단언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한국과 일본 근처에 배치된 미국 항공모함들에 대해 북한 지도자들이 물었던 것과 똑같은 질문이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