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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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창
북한이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지하도록 만드는 일은 대북 핵협상에서 쉬운 부분이다. 2003년 8월 6자회담 프로세스가 시작된 이래 북한은 반복해 핵시설 동결을 제안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2·13 합의에서 방침을 뒤집을 때까지 일관되게 이를 거부했다. 이제부터가 협상의 어려운 부분이다.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제외하는 것부터 시작해 관계 정상화를 향한 단계적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2·13 합의에서 구상한 어떤 추가적 비핵화 조처도 취할 것 같지 않다.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는 북한이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아시아개발은행에 가입하는 데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일본은 납치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베 정부는 북한을 악마시하는 것이 일본의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므로 급할 게 없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최근 평양 방문에서 납치문제에 대한 북한의 타협적 접근을 압박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납치문제 처리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행동은 심각할 정도로 제약받고 있다. 힐 차관보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지연되더라도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계속 진행시켜 나가도록 할 다른 유인요소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는 듯이 보인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적성국교역법 아래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경제제재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는 것이다. 또다른 유인요소는 중유 선적을 계속하거나 에너지를 추가 지원하는 형태일 것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의 불능화를 넘어서게 하는 유일한 최선의 방법은 중유 공급 이외의 대규모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라고 본다. 필자는 최근 한국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류지철 박사와 함께 ‘북핵 위기와 화석연료 옵션’이란 주제의 국제워크숍을 공동으로 주재했다. 참석한 각국 전문가들은 석탄 관련 에너지 지원이 북한에 대한 단기적 지원의 가장 현실적인 형태라는 데 초점을 맞춘 권고안을 채택했다. 또 필자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동시베리아와 사할린의 가스파이프라인에 대해 앞으로 10년 이후 한반도의 에너지 수요에 대처하는 중요한 방안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러시아가 파이프라인 정책에 대한 국내 논란을 매듭짓고 중국과 러시아가 부르는 가스 가격의 현격한 차이가 좁혀지기 전까진 어려운 일이다. 북한은 파이프라인 통과를 군사적으로 위험하다고 보고 있고, 미국과 관계정상화가 가시화할 때까지 이 옵션을 미루고 싶어 한다. 북한은 엄청난 무연탄과 유연탄 매장량을 갖고 있지만, 많은 부분이 미개발 상태이다. 북한은 현재 석탄화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석탄 이용 확대는 북한이 에너지 수요에 대처하는 가장 용이하고 신속한 방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탄광 부문과 관련 수송연계 부문의 현대화뿐 아니라 대규모 석탄화력 발전의 도입을 위해선 외부의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북한의 석탄 부문에 대한 양자적 또는 다자적 지원은 북한에 매력적인 제안일 수 있다. 파이프라인 옵션이나 한·중·러로부터의 송전 제안과 달리 외부 세력에 덜 의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전력생산을 위해 경수로를 선호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라늄을 보유한 북한은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다면 저농축 원자로 연료를 위해 외부에 손을 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반대에도 남한이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의 경수로 프로그램을 되살릴 준비가 되어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2·13 합의에 따라 열리게 되는 에너지실무그룹회의는 북한의 석탄부문 현대화 프로그램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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