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29 22:41
수정 : 2007.07.29 22:41
|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
세계의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두 정파, 파타와 하마스 사이에 내분이 벌어졌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오슬로 협정(1993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 사이의 협정, 양쪽이 상호 인정하기로 합의, 팔레스타인의 주요 요구는 추후 논의 사안으로 남겨졌고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이 분쟁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며, 팔레스타인의 분파들이 전통 아랍 부족들과 비슷한 정치적 행태를 보이는 것도 원인이다. 결국 미국과 서방의 지원을 받아온 파타가 가자지구 밖으로 쫓겨났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하마스와 파타 사이의 경쟁은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파타가 패배할 것이다.
소련이 무너진 뒤 미국은 오랫동안 질질 끌어온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을 만들려고 오슬로 협정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와 파타 지도자였던 야세르 아라파트는 오슬로 협정 협상에 참여했다. 그러나 하마스를 비롯해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오슬로 협정을 거부했다. 많은 무슬림들은 오슬로 협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후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그리고 일부 아랍 정권들은 협상에 집중하지 않고, 자신들이 테러리스트라고 낙인찍은 이들과 싸우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시리아와 이란은 헤즈볼라와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등 중동 지역의 저항 운동을 꾸준히 지지했고, 이 노력은 지난 2000년, 남부 레바논을 점령하고 있던 이스라엘을 헤즈볼라가 몰아냈을 때 결실을 맺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 등 저항 운동들을 굴복시키려고 팔레스타인 보안기구에 돈과 노력을 투자해 왔다. 이들은 협상을 계속하는 전제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테러리즘’과 싸워야만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안기구에 돈과 무기를 제공하고 대원들을 훈련시켰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아라파트 통치 시기부터 저항 세력과 싸우는 ‘의무’를 이행하려 노력해 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저항 운동은 점점 더 강해졌다. 이 때문에 미국·이스라엘·아랍 정권은 지금까지 설정했던 이행 시간표를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로드맵’에 따라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 국가가 건국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실제 이때가 되자 그는 자신이 약속한 로드맵의 첫 단계조차 실현하지 못했다.
분명, 부시 대통령은 가자에서 들려온, 하마스가 가자를 장악했다는 소식에 당황했을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아온 ‘고객’들은 전장에서 도망치기만 했다. 하마스는 미국의 자금으로 지은 팔레스타인 보안기구 사령부를 장악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제공한 모든 무기를 몰수했고, 파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대의를 배신했음을 증명하는 문서들을 손에 넣었다.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은 아랍-이슬람권에서 미국 정책에 대한 중요한 좌절이자 실패다. 미국은 전세계가 그들에게 무릎을 꿇도록, 이 지역이 반드시 필요한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겠지만, 이제는 손가락을 깨물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 지도자들의 문제는 헌신을 돈으로 살 수 있고, 돈을 받고 충성하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들의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충성은 돈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헌신은 돈으로 사고팔 수 없다. 돈을 받고 충성하겠다는 이들은 전장에 나서지 않지만, 헌신적인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싸울 각오가 돼 있다. 미국은 아프간 침공 뒤 환희에 취했고, 이라크를 침공해 승리에 도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2006년 여름 레바논 전쟁에서 패배했고, 가자에서도 패배했으며, 이라크에서는 진퇴양난이고, 아프간에서도 밀리고 있다. 미국은 잘못된 방법으로, 잘못된 인물들과 협력해 왔다. 한국 같은 나라들은 미국의 즉흥적 모험을 추종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을 해봐야만 한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