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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09 18:50 수정 : 2007.09.09 18:50

훙칭보/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세계의창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차의 성장과 침체는 모두 뜻밖이다.

한국 현대자동차와 중국이 합작한 베이징현대는 2003년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검은 말’(다크 호스)이었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자마자 자동차 총판매량에서 5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차는 하루아침에 미국과 일본, 유럽의 열강들 손에서 시장을 낚아챘다. 성공의 비결은 물론 우수한 품질과 경쟁력 있는 가격이었다.

베이징현대에서 맨 먼저 출시한 쏘나타와 엘란트라는 중형과 준중형급 자동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들은 모두 멋진 외관에 넓고 편안한 실내, 앞선 기술을 채택했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이런 장점은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한국 차에 대한 편견을 잊게 만들었다. 엘란트라는 출시한 지 1년 만에 최고의 가정용 차량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판매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엘란트라 매출량은 3위에서 9위로 떨어졌다. 생산량도 5위에서 8위로 내려앉았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열강들이 반격에 나서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국 차를 따돌리기 위해 가격 인하와 신형 출시라는 전가의 보도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베이징현대도 잇따라 기회비용을 지불했다. 중형급 시장에서 구형 쏘나타와 신형 엔에프(NF) 쏘나타를 동시에 출시해 시장을 세분화하려 했으나, 엔에프 쏘나타의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엑센트를 출시하면서는 소비자들의 기대보다 높게 가격을 책정했다. 2년 안에는 가격을 인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베이징현대는 경쟁사의 가격 인하 공세가 빗발치자 결국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합작에서도 불협화음이 불거져 나왔다. 중국 합작선은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부품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현대자동차는 마지못해 부품 가격을 내리려 했으나, 중국 합작선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국 베이징현대는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곤경에 빠졌다. 양쪽은 협의를 통해 갈등을 풀었지만, 이미 시장은 저만큼 달아난 뒤였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 차의 성장은 한 편의 신화였다. 한국 차는 지금 빛나는 승리의 단계를 지나 조정기의 시련을 겪고 있다. 한국 차는 브랜드와 기술로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 했으나, 소비자들의 평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국 차가 다른 자동차 업계의 거인들이 중국 시장에서 범한 착오를 틈타 이익을 얻었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왜 한국 차가 지금 그들의 실수를 답습하는가?

중국 자동차 시장은 아주 크고 기회도 많다. 그만큼 경쟁 또한 치열하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이제 다시는 중국 소비자들을 대충 대할 수 없다. 오로지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의 중급과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의 품질도 끊임없이 개선되고 있다. 중국 차는 원가가 싸기 때문에 저가시장에서 우위를 점한다. 한국 차가 들어설 공간은 그다지 넓지 않다.

중국의 저급 자동차 시장에선 가격이 왕이다. 중·고급 자동차 시장에선 품질과 브랜드가 중요하다. 한국 차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가격의 우세와 서비스로 경쟁한다. 그런데 중국 시장에선 이런 경쟁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차는 미국과 유럽에서처럼 중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이미 몇 해 전에 중국에서 그런 기세등등함을 보여준 바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철저하게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한국 차가 중국 시장에서 재도약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훙칭보/중국 월간 <당대> 편집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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