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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1 18:37 수정 : 2007.11.11 18:37

딘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세계의창

올해 3분기 미국 경제는 숱한 경제학자들의 예상과 달리 연율로 3.9% 성장했다. 2분기의 3.9% 성장에 뒤이은 성장세를 보며, 전문가들은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서브프라임) 시장의 붕괴를 무난히 벗어났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닥칠 지진해일과도 같은 악재를 간과한 분석이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의 유지를 도왔던 단발적 사건은 꽤 있었다. 우선, 주택건설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랜 기간 급등세를 유지한 이 시장에 투입되던 노동력 등 생산요소들은, 점포·사무실·호텔 등 비주택 건설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주택 건설 시장의 호황은 곧 끝날 것으로 보이고, 몇 달 뒤면 이 부문의 성과는 희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무역적자가 감소했다. 지난 몇 해 달러화 가치 급락으로, 미국이 생산한 상품들은 국내외에서 큰 경쟁력을 갖게 됐다. 1989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의 수출 증가율로, 무역적자 감소는 3분기 경제성장에 1% 가까이 기여했다. 세번째 사건은 국방 지출의 9.7% 증가다. 이라크 파병 때문이다. 앞으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책임이 줄어들수록, 국방지출 감소는 성장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택시장 문제에 아랑곳않고 소비가 굳건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3분기 소비증가율은 3%였다. 소비자들은 마치 주택 담보대출과 부동산 시장의 충격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듯이 지갑을 열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소비증가율이 받쳐주는 한, 경제도 탄탄한 성장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소비증가율이 유지되기는 어렵다. 지난 10여년 주택 가격의 상승세는 주택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 2002~06년 유례 없는 수준의 주택 건설로, 입주 가능한 주택 수는 사상 최고다. 빈집 비율 또한 과거 최고보다 최소 50% 이상이다. 빈집 비율과 이로 말미암은 담보권 상실 비율은 가격 하락을 부추긴다.

지난해 집값은 4% 이상 떨어졌으며, 하락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많은 도시에서 집값 하락률이 두자릿수에 이르기도 했다. 그 결과 주택이 창출한 부는 유례 없는 속도로 줄고 있다. 집값 하락률이 지난해 5%였다면, 전체적으로는 1조6천억달러, 집주인 한사람당 평균 2만달러가 사라진 셈이다. 집값이 장기적 관점에서 ‘제자리’에 돌아온다면 전체적으로는 8조달러가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소비자들이 지금처럼 계속 지갑을 열지는 않을 것이다. 수백만 가정이 집을 담보로 받은 대출로 소비를 이어 왔지만, 집값이 떨어지면 이런 대출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시대는 막대한 인구를 자랑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에 이르렀다. 베이비붐 세대의 많은 이들은 은퇴 뒤 삶을 자신의 주택 재산에 의지하려 한다. 앞으로 1~2년 동안 이 재산이 사라지고 나면, 수십만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 뒤 삶을 위해 저축을 늘려야 한다는 갑작스런 필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집값 하락은 곧바로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소비 감소는 고용 감소와 수입 감소,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최근 등장한 재정 문제는 이 모든 하락세를 촉진할 것이다.


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시장의 문제는 빙산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몇 해 동안 모든 종류의 담보대출 대부분이 악화할 것이다. 전세계의 금융기관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며, 모든 분야에서 신용경색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오늘날 미국 경제성장 자료에선 이런 나쁜 소식들이 대부분 가려져 있다. 하지만 자료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문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멀지 않아 모두 문제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딘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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