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2.23 18:41 수정 : 2007.12.23 18:41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세계의창

이란이 2003년 이후 핵무기 개발 계획을 중단했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는 이란과 유럽,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보고서는 아랍에서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인상을 불식시키고 긴장을 줄였다. 미국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란을 포함한 많은 관계국들은 쉽사리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그들에게 이 문제는 퍼즐 같은 것이고, 속임수일 수 있다. 미국은 왜 지난 몇 해 동안 이란에 도발적이었나? 중앙정보국 보고서가 이란을 속이기 위한 것은 아닐까? 정보기관의 정직성이라는 게 뭘까? 많은 의문이 나온다.

어떤 이들은 중앙정보국이 이라크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미국이 매우 어려운 전쟁에 끌려들어가게 된 것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른 이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중앙정보국이 미국 대통령의 의지로부터 독립적이라는 가정에서 나오는 설명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보고서가 미국 대통령의 승인 없이 발표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란은 성명을 내 국제사회에 감추고 있는 것은 없으며, 핵프로그램이 평화적이고 국제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되뇌었다. 이란은 미국의 과장 때문에 우려스런 눈길을 보낸 아랍국들을 상대로 더욱 강하게 호소했다. 또 유럽을 설득하고자 미국의 무책임한 주장에 논박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란은 유럽을 이란과의 대결 구도로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의도를 경계해 왔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상기시켰다.

그럼에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국제사회의 위협으로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위협이 중앙정보국의 보고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아마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서두르거나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유럽의 반응은 놀라움과 부끄러움이 뒤섞인 것이었다. 오랫동안 유럽은 이란이 군사용 핵프로그램을 갖고 있으며, 곧 핵폭탄을 보유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이란과 협상을 벌여 왔다. 여러 유럽 관리들은 몇차례 이란에 경고하기도 했다. 중앙정보국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유럽은 미국의 정책을 수행하는 단순한 대행기관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은 전혀 아는 것이 없었고 독자적 정보원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에 대한 국제적 압력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두 나라는 미국의 의도에 제동을 걸고 속도를 늦추려고 노력했다. 미국은 항상 두 나라를 많든 적든 책임감이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정보국 보고서 발표 뒤 미국이 타당하고 합리적인 주장을 펴기는 매우 어렵게 됐다. 그리고 미국은 안보리에서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요구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근거 있는 정보를 추궁할 것이다. 러시아는 동유럽 국가에 설립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를 반대할 좋은 근거로 중앙정보국 보고서를 활용할 것이다.

중앙정보국 보고서에 거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쪽은 바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핵시설을 짓고 있으며 몇 헤 안에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 관료들은 자신들의 정보가 이란의 군사적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며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에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많은 나라가 미국의 정치적 수사에 등을 돌렸다. 그들은 폐쇄됐던 이란 채널을 다시 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란과의 한판 승부에서 패배했으며, 이제 긴장완화의 시간이 바로 눈앞에 있다는 걸 많은 나라가 안다.


사타르 카셈/팔레스타인 나자대학 교수·정치학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계의 창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